구아바부터 초콜릿·바닐라까지 이색 원료로 맛낸 맥주들의 향연

취화선 2020. 2. 22.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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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술술 인생이 술술-151] 나는 지난 일주일간 열대과일 구아바를 첨가한 맥주, 초콜릿을 넣은 맥주, 바닐라빈을 섞은 맥주를 마셨다. 홉을 쏟아부은 맥주를 마셨고, 소맥을 표방하는 맥주도 마셨다. 오늘의 술은 경기도의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가 빚은 '젠틀맨 라거', '위치 초콜릿 스타우트', '미스트레스 사워에일', '홉스플래쉬 아이피에이', '흑백 임페리얼 스타우트'다.

플레이그라운브 브루어리가 빚은 맥주들. 왼쪽부터 젠틀맨 라거, 위치 초콜릿 스타우트, 미스트레스 사워에일, 흑백 임페리얼 스타우트, 홉스플래쉬 아이피에이. /사진=취화선

양반탈을 그려 넣은 젠틀맨 라거부터 마셨다. 잔에서 별다른 향기는 나지 않는다. 빛깔은 금빛이다. 밀도 높은 거품이 올라왔다가 이내 사라진다. 마신다. 질감이 크리미하다. 부드럽게 넘어간다. 삼키면 시트러스, 구수한 곡물, 향긋한 아로마가 피어난다. 씁쓸한 맛이 상당히 오래 남는다.

꽤 술맛이 난다. 독하다는 얘기다.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는 젠틀맨 라거를 "깔끔한 라거지만, 소맥을 연상하게 하는 반전 매력"을 가진 술이라고 소개한다. 제법 잘 소개한 한 줄이다. 밍밍한 맥주에 만족 못 할 주당들이 좋아하겠다.

재구매 의사는 없다. 맛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날 잡아끄는 한방이 없다. IBU(International Bittering Units·100점 만점으로 맥주의 쓴맛의 정도를 나타내는 지수)는 38. 알코올 도수는 7.6도.

다음 술은 할매탈, 위치 초콜릿 스타우트다. 초콜릿 스타우트라니 독특한 맛이 날 것만 같다. 따르면 옅은 베이지색 거품이 올라온다. 거품 지속력이 준수하다. 검정에 가까운 짙은 갈색 액체에서는 볶은 몰트향이 난다.

머금는다. 바디감이 아주 묵직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가볍다. 삼킨다. 나는 잘 로스팅한 커피, 빵, 캐러멜을 느낀다. 잔향에서 초콜릿이 희미하게 나타난다. 기대보다 달지는 않다.

재구매 의사는 없다. 맛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탁월한지는 잘 모르겠다. IBU는 25. 알코올 도수는 5.7도.

각시탈은 미스트레스 사워에일이다. 미스트레스 사워에일은 탁한 금빛을 띤다. 매우 불투명하다. 거품 지속력은 짧다. 잔에서는 시트러스 계열의 냄새가 난다.

마시면 신맛이 세게 치고 나온다. 삼킨다. 더 시다. 나도 모르게 인상을 쓴다. 그런데 싫지가 않다.

맛있게 시다. 어떻게 이런 맛을 낸 것일까. 성분표를 확인한다. 패션후르츠 퓨레, 구아바 퓨레, 블러드오렌지 퓨레의 맛이었다.

패션후르츠, 구아바, 블러드오렌지 각각의 맛을 개별적으로 구별하기는 어렵다. 그냥 뭔가 신선하고 신 것이 입을 강타할 뿐이다. 마신 뒤에는 입이 약간 텁텁한 것이 막걸리의 뒷맛과 비슷하다. 퓨레에 든 당분 때문일까.

재구매 의사 있다. 누구나 다 즐길 만한 맥주라고는 못하겠다. 너무 독특하기 때문이다. 나는 좋았다. 그저 그런 맥주에 질렸을 때쯤 시도해보시면 좋겠다. 다가올 무더운 여름밤과 잘 어울릴 것 같다. IBU는 11. 알코올 도수는 5.4도.

겨울 한정 맥주인 흑백 임페리얼 스타우트는 외관부터 독특하다. 캔의 상단은 검정, 하단은 하양으로 대담하게 칠했다.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의 상징인 탈은 새기지 않았다. 한정판답게 IBU 58에 알코올 도수 10도로 차별화했다.

캔을 까 잔에 따르면 거의 새까만 액체가 쏟아진다. 갈색 거품이 아주 얇은 거품층을 형성한다. 탄내와 약간의 단내가 난다. 좋다. 생각보다 바디감이 무겁지는 않다. 조금 무거운 정도다. 삼킨다. 눈이 동그래진다. 맛있어서. 진하게 내린 커피와 다크 초콜릿이 묘하게 어우러진다. 잔향이 달콤쌉싸름한 것이 카카오 함량 90% 넘는 높은 초콜릿과 닮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좋다.

재구매 의사 있다. 지금까지 마신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 제품 가운데 제일로 맛있다. 흑맥주 애호가라면 꼭 한 번 맛볼 만하다. 내가 마신 국내 브루어리 흑맥주 중에서는 으뜸이었다. 성분표를 보니 바닐라빈을 넣은 것이 눈에 띈다. 겨울 한정판이라니 아쉽다.

끝으로 홉스플래쉬 아이피에이(IPA)다. 탈 대신 커다란 홉, 맥주를 뿜는 홉을 그렸다.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는 "다량의 홉을 마구 넣은 뉴잉글랜드 스타일 IPA"라고 소개한다.

잔에 따르면 시트러스 향이 진동한다. 코를 잔에 가져다 댈 것도 없을 정도로 냄새가 풍성하다. 열대과일이 떠오르는 향기다. 며칠의 시간 차가 있어서 정확한 비교는 어렵지만, 홉스플래쉬 냄새가 좀 더 자연스러운 느낌이다. 빛깔은 밝고 노랗고 탁하다. 거품은 거의 없다.

싱그러운 향, 노란 색깔과 달리 바디감은 꽤 묵직하다. 그러나 바디감에 놀랄 시간이 없다. 홉이 파도처럼 밀려들기 때문이다. 홉의 물결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강도를 더해 쓰나미가 된다. 이렇게 한바탕 휘몰아치고 나면 입안이 매울 지경이다. 홉을 마구 넣었다는 게 과장이 아니다.

재구매 의사 있다. 대단히 매력적인 녀석이다.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지만, 도전해볼 만한 술이다. IBU는 35. 알코올 도수는 6.7도.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는 "이번 달부터 마트 판매가를 4500원에서 3500원으로 인하해 가격 면에서 접근성을 개선했다"면서 "다만 점포에서 보유한 기존 재고를 소진해야 새 가격을 적용할 것이다. 일부 매장에서는 인하가 조금 늦을 수 있다"고 밝혔다.

[술 칼럼니스트 취화선/drunkenhwa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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