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일기자의 여행>갯바람에 톡, 톡.. 봄 망울이 터집니다

박경일 기자 2020. 2. 21.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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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군 천리포수목원의 겨울 정원에서 자라는 갯버들. 버들강아지라고도 부르는 갯버들은 봄의 기미를 가장 먼저 알아채고 꽃을 피워낸다. 처음에는 은빛 솜털로 뒤덮여 있다가, 꽃 수술이 피어나면 저리도 붉게 물든다.
지금 천리포수목원에 가면 만날 수 있는 꽃들. 사진 왼쪽부터 봄을 맞이하는 꽃 영춘화, 눈 내린 듯 순백의 설강화, 용처럼 가지를 뒤틀며 자라는 운룡매의 꽃, 영국의 진달래로 부르는 에리카, 봄이면 어디든 지천으로 피어나는 봄까치꽃, 암수딴그루인 레드 스키미아의 꽃망울.
가로림만을 끼고 있는 태안군 이원면 사창리 갯벌이 온통 초록의 감태로 뒤덮여 있다. 초록의 갯벌 위에는 비늘처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발자국이 있다. 바다로 나가 감태를 뜯는 사창리 주민들이 겨우내 찍은 것이다.
해질 무렵이면 온통 금빛으로 빛나는 충남 태안군의 만리포해수욕장 해변. 석양이 깔릴 때쯤이면 연인들이 찾아든다.

■ 태안 천리포수목원 ‘꽃마중’

관광객 발길 드문 태안반도 북쪽 사창리 갯벌

진초록 감태로 뒤덮여 봄기운 완연한 펄

국내최대 모래언덕 신두리해변에서 근사한 산책

젊은이들 서핑 하러 모이는 만리포해수욕장도

눈을 닮은 순백의 설강화·진한 향기 풍기는 납매

노란꽃·초록잎 풍성해 선물같은 복수초

바닷가를 끼고 조성된 수목원, 규모는 작지만

식재된 나무·풀 1만6752분류군 달해 ‘ 국보급’

충남 태안의 천리포수목원에 봄꽃이 피었습니다. 꽃놀이를 즐길 만큼 화려한 자태의 봄꽃은 아니지만, 수목원에는 작은 봄꽃이 소박한 희망의 기미(幾微)처럼 다소곳이 피어있었습니다. 천리포수목원이라면 뭐니뭐니해도 4월의 목련이 으뜸이지만, 이즈음에 피어나는 작은 봄꽃들도 충분한 위안이 되고도 남습니다. 감염병에 대한 공포와 얼어붙은 경제, 그리고 선거판의 어수선함을 지나 희망은 봄처럼 다시 오겠지요. 수목원을 오가는 길에 사라진 절집과 남아있는 절집을 잇는, 적요한 산길을 걸으며 생각합니다. 수목원의 소박한 봄꽃처럼, 평화로운 해변 풍경처럼 희망이 봄기운처럼 번져가기를….

# 지금 천리포수목원에서 만날 수 있는 꽃

지금, 그곳에는 이른 봄꽃이 피었다. 충남 태안의 천리포수목원. 꽃 소식은 어느결에 여기까지 올라왔다. 겨울 추위가 매섭지 않아서 그럴까, 올해 봄꽃은 추위 끝에 오는 ‘훈기’가 아니라, 무채색의 긴 터널 뒤에 오는 ‘희망’이다. 늦겨울과 아주 이른 봄 사이에서 희망으로 오는 봄꽃을 마중하러 나선 길이다.

출발에 앞서 봄꽃 감상의 요령 하나. 봄꽃은 선명한 색감과 가녀린 형태가 매혹적이지만, 이름의 뜻을 새겨 보는 것도 감상의 포인트다. 다른 계절의 꽃과는 달리 긴 겨울을 견뎌 피어나는 봄꽃에는, ‘한시(漢詩)’ 제목 같은 이름이 붙여진 것이 많다. 모양도, 이름도 한 편의 시와 같은 건 아마도 엄동의 계절을 이기고서 장하게 움트며 피어난 꽃이 시적 상상력을 자극했기 때문이리라.

지금 천리포수목원에 가장 만발한 꽃은 ‘설강화’다. 수목원의 ‘겨울 정원’ 구역의 한쪽 바닥이 온통 설강화로 뒤덮였다. ‘눈 설(雪)’ 자에 ‘내릴 강(降)’ 자를 이름으로 쓴다. ‘눈 설’ 자는 중의적 의미다. 하나는 ‘눈처럼’ 꽃이 희다는 것. 또 하나는 ‘눈이 내릴 때도’ 피어있다는 것. 설강화의 꽃은 티끌 하나 없는 순백이다. 초록의 이파리가 선명해서 흰 꽃이 더욱 도드라진다. 열매처럼 맺힌 길쭉한 타원형의 꽃잎이 고개를 숙였다가 탁 터지면서 여러 갈래로 벌어진다. 수목원 내 ‘우드랜드’ 구역의 아름드리 나무 발치에도 설강화는 양지바른 쪽에 무리 지어 피어있다. 바람 끝은 아직 차가운데, 봄의 한복판인 듯 꽃이 천연덕스럽기 이를 데 없다.

설강화처럼 봄이 미처 당도하기도 전에 꽃을 피우는 대표적인 게 납매(臘梅)다. 섣달을 뜻하는 ‘납(臘)’에다 매화를 뜻하는 ‘매(梅)’ 자를 쓴다. 동지섣달에 피는 매화라는 뜻이다. 봄이 되기 전에 꽃을 피우니 봄을 맞는다기보다는 겨울의 끝이 머지않았음을 보여주는 꽃이라 할 수 있겠다. 납매는 꽃도 좋지만 향기는 더욱 좋다. 꽃을 보기 어려운 시기에 귀한 꽃을 피우는 데다 진한 향기까지 품고 있으니 발길을 붙든다. 납매는 이제 막 절정을 넘겼다.

납매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피는 꽃이 풍년화다. 풍년화는 이름처럼 풍년을 기원하는 꽃. ‘이른 봄에 화사하고 소담스러운 꽃이 풍성하게 피면 그해에 풍년이 든다’는 속설이 전해진다. 꽃잎은 색연필 심을 푸는 종이처럼 돌돌 말렸다. 풍년화는 이제 절정이다. 꽃이 이르기로는 복수초도 이에 못지않다. 원한을 갚는 ‘복수(復讐)’가 아니라 복을 뜻하는 ‘복(福)’과 목숨을 뜻하는 ‘수(壽)’다. 윤기가 흐르는 노란 꽃도, 풍성한 초록 잎도 탐스럽기 그지없다. 복수초는 무슨 선물과도 같다.

마지막으로 매화. 천리포수목원에 지금 꽃이 핀 매화는 딱 한 그루다. 다른 매화는 이제야 가지 끝에 꽃눈을 달았는데, 겨울 정원에서 자라는 운룡매(雲龍梅) 한 그루가 저 홀로 가지 가득 꽃망울을 매달고 있다. 운룡매는 가지가 마치 용틀임을 하듯 뒤틀며 자라는 매실나무다. 구불구불 구부러진 가지에 피어난 백매(白梅)가 등불인 듯 주위를 환하게 밝힌다. 매화는 봄이 당도했음을 알리는 대표적인 꽃이다. 매화가 피어야, 비로소 봄이다. 천리포수목원의 정원에서도 마찬가지다.

# 식물이 주인공인 수목원의 매력

천리포수목원은 다른 수목원과는 사뭇 다르다. 입구를 들어서면서부터 느껴지는 건 ‘수목원의 주인공이 식물’이라는 것이다. 조경이 경관에 신경을 쓰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 어떤 미적 가치도 식물 자체의 존재감에 앞서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수목원은 ‘지나치게’ 잘 꾸며져 있지는 않다. 줄을 맞추지도 않고, 지나치게 밀식해서 키우지도 않았다. 적당한 간격을 두고 식물들은 편안하게 자란다.

천리포수목원의 주인이 식물이라는 건 거의 모든 나무나 식물들이 이름표를 달고 있는 데서도 드러난다. 식물 옆에 속명(屬名)과 종명(種名)으로 쓴 ‘린네식 분류법’에 의한 라틴어로 된 공식 이름을 아크릴판에 적어 꽂아두었다. 신화 속 신의 이름을 빌려온 것도 있고, 식물학자의 이름이나 식물의 서식지, 식물의 생김새에서 따서 이름 붙였다. 어려운 라틴어 옆에 우리말 이름도 있다. 천리포수목원의 자랑은 840분류군의 목련. 목련의 이름을 눈에 띄는 대로 읽어 보자. ‘노랑초롱목련, 불칸목련, 로얄플러시목련, 도나큰별목련, 빅버사큰별목련….’ 같은 목련이라도 수피가 다르고, 가지가 다르고, 잎이 다르고, 꽃이 다르니, 이렇게 이름도 다르다. 이렇게 여기서는 하나하나의 식물을 뭉뚱그리지 않고 분류해서 제 이름을 불러준다. 천리포수목원 나무들이 귀하게 느껴지는 건, 이름이 저마다 달라서일지도 모르겠다.

이름뿐만 아니다. 이 나무가 언제 어디서 온 것인지, 어떤 방식으로 심어진 것인지까지 적어놓았다. ‘꽃 아그배나무’ 아래 적어둔 글을 보자. “이 나무는 1978년 영국 힐러 농장에서 도입해 접목으로 키웠다. 사과나무 속(屬)으로 열매가 작고 돌배나무와 비슷해 아기 배라는 뜻에서 아그배란 이름이 붙었다.” 수목원의 한그루 한그루 나무 앞에서 오래 머물 수밖에 없는 건 이런 설명 때문이다.

식물의 이름이나 설명에서 볼 수 있듯이, 천리포수목원에는 외래종 식물이 적잖다. 국내 일부 수목원들이 ‘자생식물’ 위주의 식물분포를 자랑하는데, 천리포수목원은 식물을 ‘국적에 따른 분류’로 구획하지 않는다. 사람을 인종과 국적에 따라 차별하지 않듯이, 여기서는 식물들도 평등하다. 천리포수목원의 식물은 국적이 아니라 종이나 특징 등으로 분류될 뿐이다.

# 바닷가에다 나무를 심은 까닭

천리포수목원은 사실 명성만큼 규모가 큰 건 아니다. 수백만 평에 달하는 다른 수목원들에 비하면 천리포수목원이 가진 59만3282㎡(약 18만 평)는 그야말로 ‘손바닥만 한’ 수준이다. 국립광릉수목원 면적(1124만㎡·340여만 평)과 비교하면 고작 6% 정도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천리포수목원은 전체 7개 관리지역 중 한 곳인 ‘밀러 정원’(6만5623㎡·2만여 평)만 공개한다. 그것도 30년 넘게 후원회원이나 식물전공자에게만 문을 열어주다가 2009년에서야 빗장을 푼 것이다.

천리포수목원을 높이 평가하는 건, 작은 공간이란 약점을 강점으로 삼아 훌륭하게 활용했기 때문이다. 1970년대부터 세계 유명 수목원과 교류했고 해외수종을 도입했으며 다국 간 종자 교환 프로그램에 가입해 23개국 47개 기관에서 종자를 도입했다. 그 결과 천리포수목원에는 1만6752분류군의 나무와 풀이 식재됐다. 다른 수목원들이 감히 넘볼 수 없는 단연 국내 최다 기록이다. 특히 840분류군에 달하는 목련과 530분류군을 보유한 호랑가시나무는 거의 ‘국보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천리포수목원은 특이하게도 바닷가에 있다. ‘바닷가 근처’가 아니라 아예 해변을 끼고 있다. 해변에 수목원을 조성한 이는 한국에 귀화한 미국인 1호인 미군장교 출신 칼 페리스 밀러다. 귀화 후 한국 이름은 민병갈. 미국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일본어를 공부하던 그는 2차대전 중 통역장교로 일본에 왔다가 주한미군사령부 정책고문관에 자원해 한국에 처음 발을 디뎠다. 군 복무를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간 그는 6·25 전쟁이 끝나자 한국으로 다시 돌아와 한국은행에 취직했다. 이후 은행과 증권사를 오가며 직장생활을 한 그는 투자에 발군의 재능을 보였다. 홍콩 경제지 ‘파 이스턴 이코노믹 리뷰’가 ‘아시아 최고의 펀드 매니저’로 소개했을 정도였다. 월스트리트의 전설로 꼽히는 존 템플턴 경이 개인 자산 투자를 맡기기도 했다. 하지만 식물에 대해서 아는 것도, 관심도 없었다.

그가 지금의 천리포수목원 자리의 땅 3000여 평을 매입한 건, 수목원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것이었다. 한국은행 동료들과 만리포해수욕장에서 여름휴가를 즐긴 그는 1962년 만리포해수욕장 바로 옆 천리포 해안을 끼고 있는 황무지나 다름없는 바닷가 땅을 샀다. 처음에는 수목원이 아니라 근사한 별장을 생각했던 것 같다. 나무를 심어 정원을 가꾸고자 했으나, 그는 나무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외국에서 들여온 희귀종 나무들이 숱하게 죽어갔다.

이런 과정에서 나무에 대한 애정에 눈을 뜨게 된 그는 사재를 털어 넣으며 땅을 매입하고 나무를 사다 심었다. 수목원의 민병갈기념관에 전시된 너덜너덜해진 식물도감을 보면 그가 얼마나 식물에 몰두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기념관에는 그가 생전에 차고 다녔던 이름표가 있다. 이름표에 붙여진 직함은 ‘지킴이’다. 평생 독신으로 살았던 그는 2002년 최고의 수목원을 선물처럼 남겨주고 암으로 세상을 떴다. 그의 유골은 뼛가루가 돼 생전에 ‘리틀젬’이라 부르며 아끼던 태산목 아래 묻혔다.

# 초록으로 반짝이는 청산리의 갯벌

천리포수목원에서 나와 주변을 둘러보자. 충남 태안은 관광지로 익숙하지만, 사실 그건 안면도가 있는 태안반도 남쪽에만 해당하는 얘기다. 태안을 찾은 관광객들은 서산을 거쳐 태안읍으로 들어선 뒤 습관처럼 안면도가 있는 남쪽으로 향한다. 여름 휴가철에는 사정이 다르지만, 여름 아닌 계절에 태안반도 북쪽에는 천리포수목원 외에는 관광객의 발길이 드물다. 태안반도 북쪽에는 이름없는 해변이나 갯벌이 곳곳에 있다. 외지인의 발길이 잘 닿지 않아 오지의 분위기마저 풍기는 곳이다. 접근성이 불편하기도 하고, 안면도 일대의 해변보다 빼어난 경관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의 고즈넉한 매력을 품고 있다.

태안반도의 가장 북쪽은 이원면이다. 태안반도 서쪽은 해수욕장의 백사장이 펼쳐지는데, 반대쪽 가로림만을 끼고 있는 이원면의 바다는 온통 진득한 갯벌의 해안이다. 그중에서도 사창리 일대의 가로림만 갯벌은 진초록의 감태로 그득하다. 그 모습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 사창리의 ‘새섬리조트’다. 리조트 앞에 서면 갯벌은 온통 초록의 바다를 이룬다. 초록의 갯벌이 어찌나 넓은지 썰물에 갯벌로 나가 감태를 뜯는 주민들이 작은 점처럼 보인다. 감태는 겨울이 제철이지만, 드넓은 갯벌을 뒤덮은 감태밭의 선명한 초록은 봄을 연상케 한다.

사창리의 초록 갯벌을 끼고 태안의 걷기 길 중의 하나인 ‘솔향기길’ 4코스가 이어진다. 사창리 남쪽에는 4코스가 지나가는 ‘청산리 나루터’가 있다. 나루터라고 해서 가로림만을 건너는 배가 운행하나 싶었는데, 40여 년 전에 폐쇄된 나루터다. 한때 여기서 인천까지 여객선이 오갔단다. 1930년대에는 농산물과 잡화, 여객, 우편물 등을 운송하는 여객선이 하루 한 번씩 운행했다는 기록이 있다. 여객선은 육로 이용이 편리해지면서 1978년 운항이 중단됐다. 나루터는 안내팻말 하나로 남아있을 따름이지만, 주변에는 오래된 관광지 느낌이 물씬 풍기는 숙소들이 모여있다. 이른바 ‘레트로’ 느낌이 물씬 풍긴다.

천리포수목원 인근에는 만리포해수욕장이 있다. 만리포해수욕장은 1970∼1980년대 태안을, 아니 서해안 전체를 대표하는 해수욕장으로 전성기를 누렸다. 해수욕장 한복판에는 “똑딱선 기적 소리 젊은 꿈을 싣고서…”로 시작하는 1958년 썬추리 레코드사가 취입한 ‘만리포 사랑’ 노래 가사를 적어놓은 노래비가 그 시절을 기념하고 있다. 쇠락해가던 만리포해수욕장은 최근 서핑을 즐기는 젊은이들이 다시 모여들면서 활기를 되찾고 있다. 백사장의 규모만 본다면 태안에서 신두리 해변을 따를 곳이 없다. 국내 최대의 모래언덕인 신두리 사구 안쪽에는 근사한 산책코스가 있고, 사구와 이어진 장쾌한 해변 풍경도 좋다. 밀물보다는 바다가 저 멀리 물러나는 썰물 때에 맞춰 찾는 게 더 낫다.

■ 천리포수목원과 목련

천리포수목원의 자랑은 목련이다. 목련이 일제히 피기 시작하는 4월 말이면 수목원의 봄은 절정에 달한다. 목련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품종은 ‘불칸’이다. ‘불칸’은 뉴질랜드의 목련전문가에 의해 1960년대 육종된 품종. 우아한 자태와 농염한 붉은색의 꽃이 인상적이다.

■ 여행정보

◇어디서 묵을까 = 천리포수목원에는 4채의 기와집과 1채의 초가집, 양옥 3채가 있다. 4채 기와집 중 2채는 새로 지은 것이고, 2채는 기존의 한옥건물을 해체해 옮겨와 복원한 것이다. 바닷가 언덕 위에 있는 가장 운치 있는 기와집인 ‘해송집’은 수목원에서 가장 먼저 지어진 건물이다. 서울 무악재 도로공사로 헐리게 된 한옥 5채를 해체해 1970년 4월 미군 트럭에 실어 천리포수목원으로 가져왔다. 다섯 채 분의 목재로 수목원 내에 해송집과 소사나무집, 발전실 등 3채의 건물이 지어졌다. 해송집과 소사나무집은 민병갈 천리포수목원 대표가 10여 년 동안 생활하고 업무를 보는 장소로 사용했다. 이후 후박집으로 거처를 옮겨 세상을 뜰 때까지 그곳에서 생활했다. 해송집 등은 ‘가든하우스’로 빌려준다. 수목원에서 700m 떨어진 연수시설 에코힐링센터에서도 숙박할 수 있다.

◇무엇을 맛볼까 = 태안반도 북쪽의 맛집 중에서 손꼽히는 곳이 꽃게장 전문점인 화해당(041-675-4443)이다. 돌솥밥과 함께 나오는 게장은 가격은 좀 비싼 편이지만 평판이 좋다. 서울 여의도에 분점을 두고 있다. 만리포해수욕장에는 횟집들이 몰려 있다. 만리포해변 남쪽 끝 등대 쪽의 선창회집(041-672-6955)은 천리포에서 오래 횟집을 하다 이쪽으로 옮겨왔다. 만리포해수욕장 북쪽의 카페 ‘바다풍경’(041-675-7884)은 펜션 3층에 위치해 근사한 바다 경관을 감상하며 차를 마실 수 있다.

원북면의 원풍식당(041-672-5057)은 유서 깊은 낙지 맛집. 박속밀국낙지탕으로 오래전부터 이름이 나 단골손님이 많다. 이원면의 이원식당(041-672-8024)도 박속밀국낙지탕으로 알려진 집이다. 원북면 반계교차로의 중국집 ‘해송각’은 현지인들 사이에서는 알아주는 곳이다. 굴짬뽕도 좋고, 삼선간짜장도 괜찮다.

태안 = 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park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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