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푸른 맥문동, 폐와 위에 좋아 [허브에세이]

2020. 2. 19.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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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입춘도 지났다. 입춘은 첫 절기이기에 한 해의 시작으로 보기도 한다. 새해를 어찌 살아갈까 생각할 겨를도 없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공포와 불안 속에 맞이하니 답답증과 불면증을 호소하는 분들도 있다. 환자의 얼굴을 살피고 대화하는 진료방식을 좋아하는 필자 역시 마스크를 쓰고 웅얼거리는 것에 아쉬움이 많다.

맥문동은 비짜루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덩이뿌리는 기침과 가래를 멎게 하거나 폐장의 기능을 돕고 기력을 돋우는 데 뛰어난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위키피디아

산사의 한적함을 느끼고 싶어 서울 성북동의 길상사에 다녀왔다. 법정 스님이 머무르고 입적한 거처 한쪽에는 유골이 모셔져 있다. 팻말이 없었더라면 몰랐을 정도로 그렇게 생전 좋아하시던 자연 그대로 계셨다.

법정 스님의 거처는 언덕 위에 있다. 올라갈 때는 몰랐는데 내려올 때는 낮지만 길게 뻗은 영롱한 초록색의 맥문동 잎이 또렷이 보였다. 마음이 약간 비워진 것일까, 이제야 자연이 눈에 들어온다. 겨울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고, 보랏빛 꽃을 피울 맥문동을 보니 작은 희망이 피어났다. 그 아래 통통하게 살쪄가는 덩이뿌리가 떠올라 응원도 하게 된다.

맥문동(麥門冬)은 잎이 항상 푸르고, 사계절 내내 시들지 않는다. 뿌리에 겉보리 낱알같이 생긴 덩이뿌리가 줄줄 매달려 있어서 붙은 이름이다. 〈동의보감〉에 200여 번이나 처방과 단방(單方)으로 활용되는 약재로 필자 역시 많이 사용한다. “만성피로로 인한 은은한 발열감과 입이 마르며 갈증이 있는데 주로 쓴다. 폐와 위가 안 좋아 기침과 가래를 토하고 얼굴색이 초췌해지며 검어지는 것, 눈이 누렇게 뜨는 것을 치료한다. 심장을 보해주고, 폐를 식혀주며, 정신을 보호하고, 맥기(脈氣)를 안정시킨다”고 나온다.

맥문동은 봄·가을로 뿌리를 캐고, 그늘에 말려 쓴다. 통통하게 살진 큰 것이 좋다. 다만 쓸 때는 끓는 물에 불려서 심지를 빼야 한다. 술에 담갔다가 쓰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경상도·전라도·충청도에서 잘 나고, 비옥한 땅이나 섬에서 잘 자란다.

권혜진 원장
맥문동과 짝을 이루는 약재가 있는데, 바로 천문동(天門冬)이다. 마찬가지로 겨울에 자라나는 약재로, 오래 먹으면 몸이 가벼워지고 신선처럼 수명이 늘어나며, 배가 고프지 않게 된다 하여 이름이 붙여졌다. 〈동의보감〉에는 “폐에서 숨이 가빠지고 기침하는 것을 치료하고, 담을 삭이며 피를 토하는 것을 멎게 한다. 폐의 허약증을 치료하고 신장의 기운을 통하게 하며, 마음을 진정시키고 소변을 나오게 한다. 차가운 약이나 보하는 능력도 있어 안색을 좋게 하고, 소갈을 멎게 하면서 오장을 촉촉이 적셔준다”라고 소개돼 있다.

맥문동과 같이 청열(淸熱)의 효능이 있으나 천문동은 오로지 폐에 집중해 오랜 기침이나 기운이 없어 말조차 이어나가기 힘든 증상에 활용된다. 반면 맥문동은 심폐 모두에 작용하며 번작불영(煩炸不寧), 은은하게 가슴에 열이 느껴지면서 답답하고, 안절부절못하며, 마음이 편치 않은 증상에 효과가 좋다. 요즘처럼 늘 노심초사해 생각도 마음도 번잡하면서 답답할 때 필요한 약재이기도 하다. 은은한 보랏빛 꽃을 피울 맥문동 잎을 보며, 경칩에는 모두 마스크를 던져버리고 봄볕을 기쁘게 받길 빌어본다.

권혜진 청효대동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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