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등지는 교사]③"막상 나가니 후회"..대안 없어 기간제 복귀도

신중섭 2020. 2. 17.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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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퇴직 후 우울감·경제적 이유 등으로 재취업
새로운 도전 쉽지 않아 익숙한 교단 찾기도
서울서 지난 5년간 63명 기간제 교사로 복귀

[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교권 추락이나 교육환경 변화로 인한 부적응 등을 이유로 명예퇴직을 선택하는 교사들이 해마다 늘고 있다. 교직 생활에 염증을 느껴 교단에서 내려왔지만 기간제 교사를 통해 다시 교단에 서려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찍 퇴직해도 생활에 문제가 없다는 생각에 교직을 내려놨지만 예상보다 경제 사정이 넉넉지 않거나 갑작스러운 소속감 상실로 우울감을 느껴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우울감·경제적 이유 등으로 재취업 문 두드려

상당수 명예퇴직 교사들은 교단에서 내려온 이후에도 재취업 문을 두드린다. 평생 몸 담았던 소속 집단이 갑작스레 사라지면서 우울함이나 무료함을 겪는 경우가 많아서다.

자녀 교육 비용이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예상보다 주머니 사정이 버거워지면서 1~2년이라도 더 벌었어야 했다는 후회를 느끼는 경우도 있다. 교사가 명예퇴직을 하면 명퇴 수당과 공무원 또는 사학 연금을 받게 된다. 명퇴 수당은 퇴직 시점의 본봉에 따라, 연금은 연금 가입기간에 따라 달라진다. 대개 정년 1~2년을 남겨둔 시점에서 명예퇴직을 해야 명퇴 수당과 연금 모두 가장 많이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명퇴 수당과 연금을 모두 합친다 해도 교사 재직 중에 받는 본봉과 각종 보직·담임 수당, 상여금을 합친 금액보다 많게는 2000만원 가량이 적다. 월 1~200만원의 수입이 갑자기 사라지는 셈이다. 특히 명퇴 연령대에서 자녀의 대학 등록금이나 결혼 자금을 지원해주는 시기가 겹치는 만큼 경제적 부담이 작지 않다.

고등학교 교사를 하다 교권침해와 학생 지도의 어려움 등으로 3년 전 명예퇴직 한 조모(63)씨는 대형 면허를 취득해 학교 통학버스를 운전하고 있다. 그는 “퇴직 첫 해엔 해방감이 컸지만 이후 소속감 상실로 정체성 혼란이 오고 무료함을 극복하기도 힘들었다”며 “연금에만 의존하는 경제 생활도 그렇게 풍족하지 못하고 가족 눈치도 많이 보였다”고 토로했다.

◇기간제로 교단 다시 찾는 교사도

조씨처럼 새로운 직업을 얻는 것이 아니라 기간제 교사에 지원하는 이들도 있다. 교직 생활에 힘겨움을 겪어 교단에서 내려왔음에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다는 것. 퇴직 교사가 기간제 교사로 재취업할 경우 5년차 정규 교사의 급여 수준인 14호봉을 받는다.

16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2015~2019년 기간제 교원이 된 명예퇴직 교원은 총 63명이다. 공·사립 통틀어 △초등학교는 48명 △중학교는 9명 △고등학교는 6명이었다. 또 다른 시도교육청의 경우 최근 2년간 해마다 20~30명의 명예퇴직자가 기간제로 교단에 복귀했다. 이는 명예퇴직 교사의 기간제 교원 지원 조건을 고려할 때 적지 않은 숫자다. 각 시도교육청 별로 차이는 있지만 명예퇴직 교원이 기간제 교원 채용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대개 퇴직 후 최소 1~2년이 지나야 한다. 이 마저도 1·2차 채용 모집에도 지원자가 없을 경우 지원 기회가 주어진다.

다만 초등학교의 경우 젊은 교사들의 기간제 교사 지원율이 낮아 명예퇴직 교사에게도 기회가 돌아가지만 중·고교의 경우 경쟁이 치열해 명예퇴직 교사가 비집고 들어갈 틈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초등학교의 경우 임용시험 합격 후 일정시간 대기하면 정규 교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기간제를 하려는 젊은 교사가 없다”며 “중등의 경우 그렇지 않기 때문에 명퇴 교사가 기간제 교원이 될 확률은 적다”고 설명했다.

고교 교사를 하다 2년 전 명예퇴직 후 동사무소 교실에서 서예지도를 하고 있는 김모(62)씨는 “명예퇴직 후 다른 직업을 다시 얻느니 전공을 살려 기간제 교사가 될 생각도 해봤다”면서도 “기간제 교사 채용도 신규채용 만큼 어려울 뿐 아니라 먹고 살 만한 사람이 취업난을 겪는 청년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사회 인식도 두렵다”고 밝혔다.

이들이 다시 교단에 서려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익숙함이 가장 크다. 대개 명예퇴직을 결정하는 교사들은 정년인 만 62세를 1~2년 앞둔 시점에서 교단에서 내려온다. 경제적 이유 등 개인 사정이 생겨 다시 구직을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새로운 도전을 하기엔 적지만은 않은 나이인 탓에 수십 년간 몸 담았던 교직을 다시 찾게 되는 것.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기간제로 재취업 하면 기존 정규 교사로 있을 때처럼 보직 교사를 한다거나 행정 잡무를 할 일이 적어 교육에만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익숙한 일인 데다 기간이 짧아 부담이 덜하기 때문에 부족한 수입을 메꾸기에 좋은 선택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중섭 (dotor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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