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비판 신문칼럼' 사전 선거운동?.."위반여부 단정 못해"

2020. 2. 14.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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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칼럼저자 고발했다 취소
법조계 "후보자 특정 안됐을땐
선거운동·처벌대상 해당 안돼"
참여연대 "입막음소송 전형" 비판

정부여당을 비판한 칼럼을 쓴 교수와 언론을 민주당이 고발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당은 사전 선거운동을 이유로 고발했지만, 법조계에서는 후보자 특정이 되지 않아 선거법 위반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검찰에 따르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5일 임미리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와 경향신문에 대해 공직선거법상 사전선거운동 및 투표참여 권유활동 금지 위반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했다. 임 교수는 지난달 29일 경향신문에 ‘민주당만 빼고’ 칼럼을 게재했다. 임 교수는 민주당이 “촛불정권을 자임하면서도 국민의 열망보다 정권의 이해에 골몰”한 상태라며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고 썼다. 이를 두고 민주당은 고발장에 임 교수가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반대해서는 안된다는 투표 참여 권유 시의 단서조항을 어기고, 선거기간이 아닌데 사전 선거운동을 했다는 점을 문제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임 교수와 경향신문이 민주당이 문제삼은 공직선거법 58조 1·2(투표참여 권유활동) 조항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입법취지를 고려했을 때 처벌 대상이라고 보기 어렵고, 선거운동 요건을 갖춘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공직선거법 58조 2항은 공직 선거 운동 기간이 아닐 때 투표 참여 권유를 빙자한 선거운동으로 선거질서를 교란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처벌하기 위한 조항이다.

그동안 법원은 특정 후보자에 대한 구체적 지지·반대가 있을 경우 ‘선거운동’이라고 인정해왔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기각한 헌법재판소도 “정당 후보자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발언을 한 것은 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2018년 대법원도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을 판결할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선 출마 선언을 한 이후 게재된 지지 댓글들에 대해서만 ‘선거운동’이라고 인정했다.

선거법 전문가인 황정근 변호사는 “선거운동은 특정 후보자의 당락을 목적으로 한 행위”라며 “후보자가 정해져 있지도 않고, 민주당 모두를 낙선시키기 위한 칼럼도 아닌 정치적 표현의 자유 범주에 있는 글이기 때문에 선거법 위반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법무법인 이공의 양홍석 변호사도 “선거운동은 목적성이 있는 활동인데, 문제의 칼럼은 민주당이나 정부여당이 행태를 비판한 것이 주고 진단으로써 ‘차악을 택하겠다’는 표현으로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겠다는 얘기를 했다”며 “후보자가 특정된 여부도 불명확해 선거운동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민주당의 고발은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시킬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참여연대는 이날 “민주당은 자당 비판 칼럼 고발 취하해야”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민주당의 고발이 과잉대응이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고발을 통해 집권여당에 대한 비판을 막으려는 전형적인 ‘입막음 소송’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황 변호사도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고발이) 비판을 막는 견제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칼럼을 비판하는 논평을 내면 되지, 법으로 끌고 갈 사안은 아니다”며 “집권당으로서 성숙하지 못한 대응”이라고 지적했다.

강만진 정의당 대변인은 “민주당의 행태는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며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질타했다.

사회관계망(SNS)에는 ‘#민주당만_빼고’과 ‘#내가임미리다’ 해시태그를 단 글들이 등장하고 있다. 논란이 계속되자 결국 민주당은 고발을 취하하기로 결정했다. 민주당은 이날 “임미리 교수 및 경향신문에 대한 고발을 취하한다”며 “우리의 고발조치가 과도했음을 인정하고, 이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다만 “임미리 교수는 안철수의 씽크탱크 ‘내일’의 실행위원 출신으로서 경향신문에 게재한 칼럼이 단순한 의견 개진을 넘어 분명한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으로 판단해 고발을 진행하게 되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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