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거나 부족하거나'..中유학생 분리수용에 대학들 기숙사亂 초비상

김정현 2020. 2. 7.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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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대학알리미 지난해 통계 분석 결과
경기대 서울 유학생 385명이지만 기숙사X
명지대 서울 유학생 1192명>기숙사 860명
"여건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별도수용 불가"
[서울=뉴시스]김근현 기자 = 중국인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우한 폐렴)에 관련한 간담회가 열린 4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학교 생활관에 중국 방문자 또는 확진환자 접촉자 또는 의심 정황시 경비실에 반드시 신고하라는 안내 문구가 부착돼 있다. 2020.02.04.khkim@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정현 기자 = 교육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확산을 막기 위해 중국 유학생이나 중국을 거쳐 입국한 유학생들을 14일간 기숙사 등에 두고 관리하라고 권고함에 따라 기숙사가 없거나 태부족한 대학들은 비상에 걸렸다.

유학생들을 대부분 수용할 여유가 있더라도 쉽게 결정하기도 어렵다. 기숙사 한 동을 통째로 유학생용으로 사용한다면 국내 대학생 대다수가 급하게 원룸 등을 구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게 된다.

7일 뉴시스가 교육부 대학정보공시 누리집인 대학알리미(www.academyinfo.go.kr) 통계를 확인한 결과 경기대학교 서울캠퍼스(서대문구)는 지난해 385명의 유학생이 다녔지만 기숙사가 없다. 따라서 분리수용을 위해선 인근 지역 원룸 등으로 흩어질 수 밖에 없어 대학 측이 대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기숙사 수용 인원이 유학생 수보다 적어 현실적으로 분리 수용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명지대학교 서울캠퍼스(서대문구)는 86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 한 개 동만 운영한다. 그러나 외국인 유학생 수는 지난해 기준 1192명으로 조사됐다. 모두 유학생으로 채운다 하더라도 300명 이상은 수용할 수가 없는 상태다.

부산 경성대학교는 체육부 숙소를 제외한 기숙사 2개 동을 갖고 있다. 최대 1408명이 거주 가능한데 지난해 유학생 수는 1635명이다.

기숙사 규모가 작은 대학들도 고민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기숙사 전부를 쓰기에는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국내 대학생들을 수용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지난해 일반대학 중 경희대에 이어 두 번째로 유학생 수가 많은 성균관대(4189명)는 서울과 수원 캠퍼스에 모두 16개 기숙사 건물을 갖고 있으며 최대 수용 인원은 5280명이다.

이 중 4개는 캠퍼스 밖에 위치한 원룸 건물을 빌려서 쓰는 임대형 기숙사이기 때문에 밀집된 대학가 원룸촌에 격리 관리하기에는 부담스러운 환경이다. 성균관대 관계자는 "이미 확진자 한 명이 서울캠퍼스가 위치한 명륜동에 거주하고 있다는 소식이 밝혀지자 주민들의 반발이 크고 실제 학교에 항의전화가 걸려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숙사 3개 동을 보유한 인천 인하대학교는 총 2422명을 수용할 수 있다. 지난해 유학생 수는 1635명이다.

이화석 인하대 사무처장(위기대응태스크포스 부위원장)은 "우선 중국인 학생 700여명만 3생활관에 수용할 계획이지만 별도로 수용할 수 있는 다른 공간도 알아보는 중이다"며 "다른 유학생까지 전부 수용한다면 상관 없는 국가의 유학생들, 한국 학생들을 기숙사에 수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지난 5일 중국을 통해 입국한 유학생은 입국 시점부터 14일 동안 등교를 중지하고 외출을 자제시키도록 대학에 권고했다. 대학에는 이들을 상시 모니터링하도록 요청했다.

대학에서는 "학내 여건을 고려하면 기숙사 내 별도 수용은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경기대 수원캠퍼스는 7일 수원시가 운영하는 유스호스텔을 임시로 사용할 수 있도록 요청할 계획이다. 이 대학 관계자는 "현재 (수원) 기숙사에도 한국 학생들이 있는데, 층을 분리하더라도 위험 요소가 있어 시에 요청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울의 경우는 아직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다. 이 관계자는 "유학생이 1000명 이상인 대형 대학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대책이다"며 "서울 소재 대학은 원래 기숙사도 부족해서 문제인데 한번에 관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관계자도 "규모가 작은 기숙사 안에 중국 외 다른 국적 유학생도 있고, 한국 학생도 같이 있다"며 "현실적으로 분리 수용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달 말 기숙사 입사생 선발이 예정된 만큼 중국을 거쳐 입국한 학생들을 한 곳에 모으는 걸 검토할 수 있다"며 "당장은 예방을 강조하는 것 외에는 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인하대 이 처장 역시 "학교 자체에만 맡기면 해결할 방법이 없다시피하다"며 "지자체나 정부가 나서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4년제와 전문대학 유학생은 16만165명이며 중국 출신 유학생은 7만1067명이다. 교육부가 지난달 28일 기준으로 대학으로부터 제출받은 현황에 따르면 256개 대학에서 중국 후베이성을 방문했다가 입국한지 14일이 지나지 않아 자가격리 중인 유학생은 48명, 한국 학생은 56명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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