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황금기 경험"..큰 발자취 남긴 커크 더글러스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OK 목장의 결투'(1958) 속 총잡이부터 '스파르타쿠스'(1960)의 로마 검투사까지….
5일(현지시간) 향년 103세로 별세한 미국 배우 커크 더글러스는 70여년 동안 연기 생활을 하며 할리우드 영화사에 길이 남은 영화들에 출연한 명배우다.
총 90여편 영화에 출연했으며 이 중 30편은 제작에도 직접 참여했다. 직접 연출한 영화도 2편이다.
1916년 미국 뉴욕에서 러시아 출신 유대인 이민자 아들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이름은 이수르 다니엘로비치 뎀스키였지만, 이후 해군에 입대하면서 커크 더글러스로 개명했다.
1946년 '마사 아이버스의 위험한 사랑'으로 스크린에 데뷔했으며 이후 '챔피언'(1949)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이후 '율리시스'(1954)와 '열정의 랩소디'(1956), 'OK 목장의 결투', 그리고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광의 길'(1957)과 '스파르타쿠스'와 같은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작들을 통해 1950년대 미국 영화계 대표 스타가 됐다.
오랜 기간 연기 활동을 했지만 아카데미상과는 큰 인연이 없었다. 그는 총 세 번 남우주연상 후보로 올랐지만 모두 수상에는 실패했다. 그러다 마침내 1996년 공로상을 받았다. 그렇게 응어리처럼 남은 아카데미 주연상 꿈은 1988년 그의 아들 마이클 더글서스가 '월스트리트'로 대신 풀어준다.
이 밖에도 1991년 미국영화연구소(AFI)에서, 1999년 미국영화배우조합(SAG)에서 각각 평생 공로상을 받았다.
그는 1950년대 미국에서 매카시즘 광풍이 불 때 공산주의와 연루된 의혹으로 할리우드에서 배척된 영화인들이 일터로 복귀하는 데에도 역할을 했다.
자신이 1952년 설립한 영화 제작사를 통해 당시 '블랙리스트'에 오른 작가 돌턴 트럼보를 고용했는데, 이는 다른 영화인들도 업계에 복귀하는 계기가 됐다.
그는 "비평가들이 나를 배우로 인정해 줄 필요는 없다"며 "나는 나만의 길을 간다. 그 누구도 나의 상관(boss)이 아니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전찬일 영화 평론가는 "커크 더글러스는 캐릭터나 연기로 기억되는 진중한 배우였으며 주류였지만 비주류의 성격도 지니고 있었다"며 "고전 영화에서 현대 영화로 넘어오는 시기에 활발히 활동했던 배우"라고 평가했다.

1943년 다이애나 딜과 결혼해 두 아들을 뒀으며 이후 1951년 이혼했다. 프로듀서였던 앤 바이든스와의 두 번째 결혼에서도 두 명의 아들을 뒀다. 앤 바이든스와는 60년 넘게 해로했다.
첫째 아들인 마이클 더글러스는 어쩌면 아버지를 뛰어넘는 할리우드 유명 배우다. 따라서 젊은 세대에게 커크 더글러스는 할리우드 명배우보다는 마이클 더글러스의 아버지로 더 잘 알려졌다. 고인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은 움푹 들어간 턱을 아들들이 모두 물려받았다.
세계 분쟁 지역에 학교와 공원을 세우는 등 자선활동도 활발히 했다.
1991년에는 헬리콥터 사고를 당했지만 살아남았고 1996년에는 뇌졸중을 앓았다. 이 영향으로 언어 장애를 겪었지만 같은 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공로상 수상 소감을 할 수 있을 만큼 회복됐다. 이때의 경험을 담은 책 '시련은 곧 희망입니다'(My Stroke of Luck)를 펴내기도 했다.
사고와 병에도 고인은 기록적으로 장수했다. 2016년 100세 생일을 맞아 "운 좋게도 63년 전에 내 영혼의 단짝을 찾았다. 우리의 멋진 결혼생활과 밤마다 나누는 '황금시간' 대화가 내가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도록 도왔다"고 표현하며 해로가 장수의 비결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아들 마이클 더글러스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아버지에 대해 "영화의 황금기를 경험하고 인생의 황금기까지 보낸 배우이자 정의와 자신이 믿었던 대의에 헌신해 모두가 우러러볼 기준을 세운 박애주의자"라며 애도를 표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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