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십시일반, 손소독제 나눔.. 폐렴 공포를 녹이다

윤수정 기자 2020. 2. 6.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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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끼리 자율방제단 만들어 경로당·공원 등 직접 소독도
격리된 우한교민에 후원용품 쏟아져.. 아산시 "총 1억원 상당"
서울 강동구의 오피스텔 주민이 직접 만들어 복도에 비치한 손 소독제(위쪽 사진). 이웃 주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하라는 뜻을 담았다. 아래 사진은 충남 아산 음봉면의 아파트 주민들이 모아 기부한 마스크.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돕는 어른이 되고 싶다”고 쓴 쪽지가 붙어 있다. /인터넷 캡처·누리보듬 제공

"휴대용 손 소독제 무료 나눔. 택배기사님들 무조건 OK. 코로나 바이러스 함께 예방해요. Made in 203(호)."

최근 서울 강동구의 한 오피스텔 복도에 이렇게 적힌 안내문과 함께 손소독제병이 담긴 바구니가 등장했다. 이곳 거주민 김모(여·39)씨가 에탄올, 정제수, 글리세린을 섞어서 직접 손소독제를 만들어 택배기사들이나 전단 아르바이트생들이 공짜로 가져가도록 하고 있다. 모두 200개를 만들었는데, 재료비와 빈병 값 등 10만원이 들었다. 김씨는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구하기가 어렵고 가격도 치솟는 것이 화가 나서 나눔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소독제를 다 쓰고 빈병을 바구니에 돌려주면 소독한 뒤 다시 소독제를 채워 제공하겠다'는 안내문을 추가로 붙이고 '사용전·사용후' 분리대까지 설치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공포를 '나눔'으로 이겨내는 시민들이 있다. 우한 폐렴 특수를 노린 매점매석으로 마스크와 손소독제 등 방역 제품이 품귀 현상을 보이고 가격이 치솟자 이웃끼리 관련 제품을 공짜로 나누면서 맞서는 모습이다.

방역 제품 품귀를 최일선에서 겪고 있는 약국들이 공짜로 관련 제품을 나눠주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인천 연수구의 한 약국도 지난 3일부터 방문객에게 100mL짜리 수제 손세정제 100개를 만들어 나눠주고 있다. 이 약국 심모(여·32) 약사는 "손소독제는 물론 수제소독제 제작에 쓰일 에탄올마저 씨가 말라가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소독제를 팔기보단 직접 만들어 나눠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소독제를 직접 만들어 사용하겠다는 사람이 많자 대한약사회(회장 김대업)는 3일 전국 2만3000개 약국에 손소독제 제조법을 방문객에게 안내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충남 아산 음봉면에 있는 3300여 가구 한 아파트 주민들도 가가호호 마스크를 걷어 필요한 곳에 기부하고 있다. 이 아파트 커뮤니티에 기부 동참 날짜, 동·호수를 적어두면 아파트 주민 30여명으로 구성된 '누리보듬' 봉사회가 이를 수거해 기부하는 것이다. 물론 기부를 받는 마스크는 포장지가 뜯기지 않은 새 마스크이다. 누리보듬 이지연(41) 대표는 "마스크 값이 매일 천정부지로 오르는데 이를 사기 어려운 이웃들을 감안해 시작했다"고 말했다. 나흘간 걷힌 마스크 637개는 지난 3일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 격리된 우한 교민들에게 전달됐다. 한 차례 마스크를 전달한 이후에도 마스크를 추가로 기부하겠다는 주민과 박스째 마스크를 주고 가는 다른 지역 아파트 주민까지 나왔다.

아산시청에도 격리 중인 우한 교민과 인근 저소득층 주민을 위한 후원 물품이 쏟아지고 있다. 시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우한 교민이 처음 격리된 후 사흘 만에 9500만원 상당의 후원 물품이 모였다. 일회용 마스크나 손소독제가 가장 많지만, 컵라면, 믹스 커피, 천혜향, 한과, 호두과자 등 다양한 물품이 들어오고 있다. 경북 문경의 한 오미자 제조업체는 "오미자가 호흡기와 폐질환에 좋으니 우한 교민에게 전해달라"며 오미자차 1400상자, 460상자를 각각 충남 아산시와 충북 진천시로 보냈다. 아산시청 사회복지과 송윤경 주무관은 "교민들이 우리 지역에 격리된 이후 야근이 늘었지만 주민들의 따뜻함에 다들 기분 좋게 근무 중"이라고 했다.

직접 방역·소독 봉사에 나서는 주민들도 있다. 4번 확진자가 발생했던 경기 평택시는 31일 현덕면·진위면·송탄동 등에서 350명이 자율방제단을 만들어 버스정류장 80곳과 택시승강장, 공원, 경로당 등을 방역 소독했다. 4일엔 평택시 경기사랑평택봉사회 25명이 평택역과 평택 서부역, 평택터미널 택시승강장에 대기 중인 택시 150여 대를 소독했다. 평택시 관계자는 "감염이 무서운 건 다들 똑같을 텐데 선뜻 봉사에 나서줘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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