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문특파원의 차이나페이지] <46> 야생동물 식용문화에 관료주의·의료 부실까지..바이러스 온상 된 中
시장서 박쥐 등 판매..불결한 환경 탓 '人獸공통 전염병' 많고
악재 터지면 '쉬쉬' 면피 급급한 관료주의는 효율적 대응 막아
독감철 진료 받으려면 밤새 줄서야..후진적 의료체계도 한몫
저우센왕 우한시장은 지난달 27일 관영 중앙(CC)TV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중앙정부의) 관련 정보와 권한을 획득한 다음에야 정보를 공개할 수 있었다”고 해명했다. 초기대응 실패를 중앙정부의 정보통제 탓으로 돌린 것이다. 즉각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29일자에 “당의 지도를 강화할 것”이라는 경고 기사가 실렸다. 그러자 31일 마궈창 우한시 당서기가 CCTV에 출연해 고개를 숙이며 “부끄럽고 자책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중순에 시작된 신종 코로나가 발병 두 달도 안 돼 중국은 물론 전 세계로 급속히 확산되면서 중국 사회 시스템 자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에서 왜 그렇게 전염병이 자주 발생하고 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느냐는 것이다. 중국은 이미 주요2개국(G2)으로 도약했고 1인당 국민소득은 1만달러 대열에 올라섰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크게 세 가지 이유를 든다. 살아 있는 가축이나 야생동물을 거래하고 식용하는 청결하지 않은 식습관과 함께 일당체제 아래서 경직된 관료주의, 그리고 부족한 의료체계가 연쇄작용을 일으켜 중국을 ‘전염병 대국’으로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중국이 지난 2003년 사스라는 재앙을 겪은 후 전염병 대응책이 한층 시스템적으로 운영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하향식 통제가 상향식 책임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은 여전히 문제로 남아 있다.
특히 올해는 전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여전히 진행되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하고 또 최근에는 후난성에서 조류인플루엔자까지 발병한 것으로 알려졌다. 악재에 악재가 쌓이는 상황이다.
이런 전염병은 우선 살아 있는 가축이나 야생동물을 거래하고 선호하는 중국의 식습관이 문제로 지적된다. 최근의 신종 코로나도 후베이성 우한의 화난수산물시장이라는 곳에서 발생했는데 이곳은 말이 수산물시장이지 고슴도치·대나무쥐·여우·악어에 낙타까지 팔았다고 한다. 문제의 신종 코로나는 박쥐로부터 나온 것으로 전문가들을 본다.
중국에서는 조금만 도시 외곽으로 나가 전통시장을 가도 살아 있는 동물을 쉽게 볼 수 있다. 닭이나 오리는 기본이고 뱀·개구리 등도 산 채로 손님을 기다린다. 일반적인 가축뿐만 아니라 야생동물도 흔하다. 박쥐도 보양식으로 널리 인정된다니 우한시장이 특별한 사례가 아닌 것이다.
남부인 광둥성이나 후베이성은 고온 다습하고 인구밀도도 높다. 이런 상황에서 살아 있는 동물과 사람이 엉켜 있을 때는 바이러스가 전파하기 좋은 환경이 된다. 사스와 조류인플루엔자가 광둥에서, 그리고 신종 코로나가 후베이성에서 각각 발생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물론 북부 지방도 상황이 많이 다르지는 않다. 지난해 말 중국을 공포로 몰아넣은 흑사병(페스트)은 네이멍구에서 ‘마못’이라는 설치류를 잡아먹은 데서 비롯됐다고 한다.
◇관료주의가 효율적 대응을 방해=전염병이 발생할 경우 ‘골든타임’ 기간에 초기대응이 절실히 필요하다. 하지만 중국의 경직된 관료주의는 책임회피의 수단이 된다. 책임을 아래나 옆으로 떠넘기면서 오히려 문제 해결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홍콩 언론에 따르면 지난해 12월12일 첫 신종 코로나 환자가 발생할 당시 중국 당국은 이를 인지하고 조사팀을 파견해 우한 한복판의 화난수산시장이 이 병의 근원지임을 밝혀냈다고 한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같은 달 31일까지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고 화난수산시장을 폐쇄한 것도 발병한 지 2주일 넘게 지난 1월1일에서였다.
설상가상으로 1월19일 약 4만명이 모인 대규모 춘제 행사를 우한 도심에서 치르는 것을 정부가 허가할 정도로 무신경했다. 홍콩 언론이 앞서 1월18일 선전·상하이에서도 신종 코로나 환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했지만 중국 당국은 묵묵부답이었다. 대신 우한시 관리들은 계속해서 “병은 통제되고 있고 사람 간 전염은 없다”고만 되뇌였다.
입장이 완전히 바뀐 것은 1월20일 시진핑 국가주석이 “단호하게 병의 확산을 억제하라”며 긴급 지시를 한 후다. 중국 국가보건위원회의 고위급전문가팀 팀장인 저명 과학자 중난산도 이날 인터뷰에서 “사람 간 전염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중국의 신종 코로나에 대한 본격적인 대응은 첫 발견 이후 40일이 지나고서야 시작된다.
외교가에서는 이런 상황에 대해 악재는 가능한 한 숨기려는 중국의 관료주의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올해는 특히 중국 정부가 ‘전면적 샤오캉(小康) 사회(중산층 사회) 실현’이라는 목표를 설정한 해다. 축제를 벌여야 할 시기에 후베이성과 우한시에 전염병이 창궐하고 있다는 불편한 현실을 인정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지방정부에서는 축소 보고하고 중앙정부는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방식으로 공동정범이 된 것이다. 엄격히 관리되는 중국 언론은 문제점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러던 가운데 전염병 확산의 임계점에 도달한 것이 바로 1월20일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이미 상황은 통제 가능한 수준을 넘어 버렸다. 자오수이성 미 덴버대 국제대학원 중미협력센터 교수는 “신종 코로나의 빠른 확산은 중국의 정치적 무능과 이념과 정보에 대한 통제 강화의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같은 대도시에서도 진찰 예약을 하기 위해서는 이른 아침부터 긴 줄을 서야만 한다. 그나마 가까스로 진찰 예약을 해도 의사와 만나는 시간은 단 몇 분에 불과하다. 지금 같은 겨울철 독감 시즌에는 진료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밤새 장사진을 치기도 한다. 지역의 1차 의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다 보니 가능하면 도시로, 특히 종합병원으로 몰리는 형편이다. 이러한 취약점은 특히 후베이성처럼 빈곤 지역에서 더 두드러진다.
중국 내 매체들까지 최근 신종 코로나 희생자 통계가 여전히 축소 조작되고 있다는 의문을 잇따라 제기하는데 이는 담당 관리들의 불법뿐만 아니라 의료시설과 수준의 미비로도 해석된다. 중국이 경제성장률을 최우선으로 내세우면서 ‘돈’을 벌어주지 않는 것은 상대적으로 등한시했기 때문이다.
의료는 국민복지이기 때문에 정책결정자가 의도적으로 강조하지 않으면 안 된다. 베이징의 한 의료 관계자는 “성장률이라는 실적에 자신의 운명이 걸려 있는 지방정부 수장들은 병원 대신에 공장을 세웠고 의료진 수준의 개선에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며 “이는 전반적인 의료부실과 함께 전염병 창궐을 방관하는 중요한 이유가 됐다”고 말했다
◇사스에 비해 나아졌지만 여전히 개선점 많아=신종 코로나를 대하는 중국 정부의 대응에 대해 과거 사스 사태와 비교하면서 그래도 나아졌다는 평가가 많다. 사스가 2002년 11월16일 광둥성 포산 지역에서 처음 발병했지만 이것이 처음 보도된 것은 발병 45일 후인 2003년 1월 말에 이르러서였다. 이어 발병 5개월 만인 4월10일에야 사스 발생을 공식적으로 인정했지만 당시에도 환자 수를 축소하는 데 급급했다. 결국 사스는 9개월 동안 전 세계에 휘몰아치며 700여명의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최근 중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의 발병 사실을 20일 만에 공개하고 대대적인 대처에 나선 것은 그나마 나아진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물론 중국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확대에 따라 정책집행이 다소 투명해진 것도 이유가 된다. 하지만 여전히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신종 코로나는 중국 정부의 공식통계로도 첫 발병 후 두 달도 안 된 3일 자정 현재 중국에서만 2만438명의 확진환자와 425여명의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결국 문제는 사회체제로 귀결되는데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신종 코로나가 중국의 중앙집중식 시스템에 도전장을 던졌다”고 진단했다.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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