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발 개학 연기 도미노에 학부모들 "방콕이 낫다"

오연서 2020. 2. 3.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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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유치원, 초·중·고교 336곳 개학연기·휴업
학부모들, 자율등원에도 대부분 등원 안 시켜
돌봄 부담보단 감염 불안이 더 큰 까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네번째 확진자가 나온 경기도 평택 지역의 모든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지난달 28일부터 나흘간 임시휴원에 들어갔다. 지난달 28일 오전 평택의 한 유치원에 등원하지 않은 원생들의 실내화가 놓여 있다. 평택/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지역사회 감염에 대비해,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 336곳이 3일 개학 연기 또는 휴업에 들어가자 학부모들에게선 갑작스런 돌봄에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다만 당장의 돌봄보단 예측할 수 없는 감염에 대한 우려가 더 큰 만큼, 수업 중단이 결정된 곳의 학부모들은 오히려 다행이라고 입을 모았다.

5살 아들을 둔 경기 평택의 이아무개(33)씨는 지난주에 이어 이번주에도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을 계획이다. 이씨는 3일 “어린이집에서 지난주까지만 쉰다더니 주말에 연락이 와서 이번주까지 연장됐다고 했다. 그동안 휴업이라고 해도 자율등원이라 아이를 보낼 수 있었지만 사태가 심각하고 인근 지역에서 확진자가 나와 데리고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불편하긴 했지만 확진자가 계속 늘고 있어서 그냥 집에 데리고 있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 은평구의 한 유치원에 6살 아이를 보내는 학부모 역시 고민 끝에 아이를 등원시키지 않기로 했다. 그는 “어제(2일) 신종 코로나 때문에 은평구에 있는 예일초등학교가 휴업한다는 말과 함께 영유아 보육기관도 부모들이 선택적으로 등원시킬 수 있게 됐다. 어젯밤까지 고민을 하다가 그 연락을 받고 도저히 보낼 수가 없어서 가정 보육을 선택했다. 당장 바깥에서 노는 것도 불안해서 ‘방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은 휴원·휴업을 하더라도 맞벌이 등 피치 못한 경우 자율등원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등원을 하는 학생들은 적은 편이었다. 경기 부천의 한 유치원 원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90명 정원인데 오늘 2명만 왔다. 맞벌이 학부모 등은 보내도 되는데 다들 불안해서 안 보내는 상황이다. 학부모들의 불만도 없었다. 워낙 신종 코로나 관련 보도들이 많이 나와 서로 도와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수원의 한 어린이집 원장도 “150명 정원에 30명 정도 온 상태다. 우리 어린이집 같은 경우는 많은 편이다. 수원의 다른 어린이집 원장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부분 10명이나 5명 이하로 나왔다고 한다. 학부모들이 이 사태가 안정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해서 대부분 협조적이었다”고 말했다. 전북 군산의 한 어린이집 관계자도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51명이 정원인데 오늘은 5명 나왔다. 수요조사를 해봤는데 앞으로도 5~7명 사이로 나올 것 같다”고 전했다.

학부모 사업장에 확진자가 다녀가 3~4일 휴업이 결정된 서울 은평구 예일초등학교는 맞벌이 학부모 등을 위해 도서관을 개방했지만, 학교에 온 학생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예일초 관계자는 “아이를 돌보기 어려우면 학생들을 도서관으로 오라고 했지만 실제로 온 학생은 3~4명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예일초에는 총 547명의 학생들이 다닌다.

맞벌이 부부로, 예일초에 2명의 아이를 보내고 있는 황아무개(46)씨는 “불안한 마음으로 학교를 보내는 것보다 오히려 휴업이 나은 것 같다. 주변에서도 휴업을 안한다고 해도 아이를 안 보내겠다는 학부모들이 많았다. 맞벌이를 하고 있지만 내가 자영업을 하고 있어서 아이를 돌볼 여력이 있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최대한 바깥에 있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학원을 끊는 경우도 있었다. 초등학교 2학년 딸을 둔 경기 남양주의 김아무개(36)씨는 아이가 오래 다니던 피아노 교습을 중단했다. 그는 “피아노에 다른 학생들의 손이 많이 닿으니까 아무래도 걱정이 됐다. 마스크를 쓰고 피아노를 치더라도 직접 접촉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축구나 수영을 배우던 아이 친구들도 2월부터 안 다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피치 못해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야 하는 부모들은 갑갑함을 호소하고 있다. 경기 산본의 한아무개(29)씨는 “어제(2일) 밤 10시에 자율등원 공고가 나왔지만 딸을 어린이집에 보낼 수밖에 없었다. 오늘은 꼭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맡겼지만 너무 불안하다”고 말했다. 한씨는 “같은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한 엄마는 (이번에) ‘일을 아예 그만둔다’고 했다. 어린이집에 계속 보내기 불안하고 신종 코로나 사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니 아예 일을 그만두는 것이다”라며 “나도 내일부터는 아이를 직접 돌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코로나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수습될 때까지 맞벌이 가정 중 한 부모에게 며칠이라도 휴가를 주세요”라는 청원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자는 이 글에서 “맞벌이 가정이라 어쩔 수 없이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다. 맞벌이 가정의 경우 부모 중 한 명에게 휴가를 쓸 수 있도록 해달라”고 적었다.

오연서 김민제 강재구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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