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가짜뉴스 처벌법' 없는데.. '신종코로나' 괴담 처벌?

유동주 기자 2020. 2. 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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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검찰과 경찰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관련 가짜뉴스에 대해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경쟁적으로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신종 코로나 종합점검회의를 주재하며 "가짜뉴스의 생산과 유포는 방역을 방해하고 국민의 안전을 저해하는 중대한 범죄행위입니다"라며 "관계부처는 표현의 자유를 넘는 가짜뉴스에 대해 각별한 경각심을 갖고 단호하게 대처해 주기 바랍니다"라고 했다.

정부와 여당은 감염병 확산을 계기로 허위 사실로 악의적인 유언비어나 괴담 등을 만들어 유포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검찰청과 경찰청은 가짜뉴스 유포자에 대해 명예훼손, 업무방해 및 공무집행방해죄 등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다양한 형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게시물이나 뉴스 등이 전파되고 있는데 일부는 허위 사실을 담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가짜뉴스로 명예훼손 등 '피해' 발생하면 '형사처벌'

먼저 알아 둘 것은 '가짜뉴스' 그 자체를 이유로 처벌하는 법은 없다는 점이다. 허위 정보를 만들어 온라인 등에 게시하거나 남에게 전달한다고해도 그 행위만으론 처벌받지 않는다. 가짜뉴스로 인한 피해가 발생해야 처벌대상이 된다.

정부와 여당이 허위정보를 만들거나 게시하는 행위 자체를 처벌하려고 소위 '가짜뉴스 처벌법'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은 있지만, 아직 실현된 것은 아니다.

현 시점에서 법령에 따라 가짜뉴스가 처벌받는 것은 '피해'가 발생했을 때다. 주로 '타인의 명예'가 그 피해대상이 된다. SNS 등 인터넷을 활용해 고의로 가짜 정보를 만들어 유포하는 경우엔 정보통신망법 제70조로 처벌받을 수 있다.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허위 사실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면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엄하게 처벌된다.

장지현 변호사(법률플랫폼 머니백)는 "개인을 특정할 수 있을 정도로 허위의 감염자정보를 유포한 경우 명예훼손죄에 해당 될 수 있고, 허위로 감염자의 이동경로 등을 유포해 영업상의 손해를 끼친 경우에는 명예훼손 및 영업방해죄도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위원장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신종코로나바이러스 대책 특별위원회 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진실' 담은 감염증 정보는 명예훼손성이라도 처벌 가능성 낮아

거짓이 아닌 진실된 내용이지만 누군가에게 명예훼손이 될 수 있는 정보는 어떨까. 일반적으론 사실 적시 명예훼손도 처벌이 된다. 하지만 그 진실된 정보가 타인의 명예를 다소 훼손하더라도 공공의 이익을 위해선 공개하는 게 나은 것으로 평가받는 경우도 있다. 관련 법리와 판례는 그런 경우엔 '위법성'이 없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우리 형사법 체계에선 사실 적시 명예훼손에 대한 처벌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일선 법원에선 개인 간의 명예훼손 사건에서도 '공공의 이익'을 위한 행위에 대해선 무죄판결을 내리는 경우가 늘고 있다.

따라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정보 중 '사실'을 전달하는 경우엔 명예훼손죄 처벌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진실'인줄 알고 카톡 전달했는데 '허위'라면…

그렇다면 SNS로 지인에게 받은 명예훼손성 정보를 진실한 '사실'로 믿고 타인에게 그대로 전송했다가 허위 정보로 밝혀지면 어떻게 될까. 고의로 가짜뉴스를 만들어 전달하는 일부를 제외하곤 대부분 평범한 SNS이용자들은 여기에 해당할 수 있다.

장 변호사는 "단순 전달자라 하더라도 유포된 사실이 진실이라고 믿었다는 것을 입증해야 민형사상 책임을 면할 수 있다"며 "만약 사실로 믿었다는 것이 인정돼 명예훼손죄는 벗어나더라도 사실 확인없이 소문을 단순 유포한 경우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은 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했다.

다만 고의성이 없는 것으로 평가되면 처벌 정도는 약해질 수 있다. 김운용 변호사(다솔 법률사무소)는 "SNS로 인한 명예훼손 사건에서 대부분 중간 단순 전달자는 형사처벌까지는 되는 경우는 드물다"며 "강한 고의성을 갖고 전달했거나 사안이 심각한 경우엔 책임을 물을 수 있고 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어떤 게 '가짜뉴스'일까…구별법이 있나

정부가 가짜뉴스를 엄하게 처벌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지만, 정작 가짜를 판별하는 것부터 쉽지 않은 일이다.

가짜뉴스 처벌법이 없기 때문에 우리 법령에 가짜뉴스를 정의해 놓은 건 없다. 다만 비슷한 걸 찾자면 법무부가 2018년 10월 내놓은 보도자료를 참고할 수 있다. 당시 정부는 이낙연 전 총리 주도로 '범정부 가짜뉴스대책TF'를 만들려다가 반대 여론에 부딪혀 법무부와 방통위 정도만 관련 업무를 담당하도록 하는 선에서 물러선 바 있다.

그 당시 법무부에서 나온 자료에는 "허위조작정보(가짜뉴스)는 객관적 '사실관계'를 '의도적'으로 조작한 허위의 사실을 의미하고, 객관적 사실에 대한 다양한 '의견' 표명이나 실수에 의한 '오보', 근거 있는 '의혹' 제기 등은 이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표현의 자유와 상치되지 아니하며 오히려 허위조작정보는 국민의 알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적시돼 있었다.

이에 따르면 결국, 가짜뉴스란 '고의'로 '거짓'정보를 만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법무부 설명과 같이 '의견', '오보', '근거있는 의혹제기'는 가짜뉴스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봐야 한다.

물론 카톡과 유튜브에 유통되는 일부 가짜뉴스엔 '의견'과 '거짓'이 섞여 있고, '오보'를 가장한 '고의 거짓'도 있고, '근거없는 의혹제기'도 있다. 따라서 문제가 되는 심각한 수준의 가짜뉴스에 대해선 사법체계를 거치면서 수사·재판에 의한 판단을 받는 수 밖에 없다.

◇가짜 공문서는 '공무집행방해' 등에 해당

지난달 31일 오후부터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공문서로 보이는 '관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 발생 보고'라는 제목의 공문서 형식의 문건 사진 게시물이 돌아다녔다.

이 문서는 경기도 지역에 추가로 확인된 확진자 3명이 있다면서 이름 일부와 나이, 주소, 관계 등이 표시돼 있다. 하지만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보건소에선 가짜 문서라고 밝히고 있다.

현재 경찰이 수사 중인 이 가짜 공문서 사건은 범인이 잡힌다면 명예훼손죄외에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적용될 수 있다. 공무집행방해죄의 법정형은 5년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미네르바' 구속시켰던 악법 '전기통신기본법 47조1항', 헌재 "위헌!"

이명박 정부시절인 2009년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던 박대성씨가 구속됐다. 박씨는 세계적 금융위기이던 그 때, 리먼 브라더스의 몰락을 예고한 글이 적중해 인터넷 논객으로 유명세를 얻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기조에 반대하는 내용을 계속 올리면서 논란이 커져 검찰 수사가 이뤄졌고 박씨는 '전기통신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그가 올린 '정부, 달러 매수 금지 긴급 공문 발송'이라는 글이 허위였다는 게 기소 이유다.

헌법재판소에서 2010년 12월28일 위헌 결정으로 사라진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은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었다. 헌재는 이 조항이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리며 "형벌 조항인데도 의미가 불명확하고 추상적이어서 명확성의 원칙을 벗어나 헌법에 위배된다"고 설명했다.

이 조항은 군사정권인 전두환 전 대통령 집권기 1983년 12월30일 제정됐었던 사실상 사문화된 내용이었다. 박씨는 헌재 결정에 앞서 1심에서 '공익을 해할 목적이 없었다'는 점이 인정돼 무죄로 풀려나긴 했다.

김운용 변호사는 "과거에 폐지된 가짜뉴스 처벌 조항의 기원은 식민당국이 식민지배를 편하게 하기 위해 유언비어를 처벌하기 위해 만들었던 것"이라며 "남용됐기 때문에 사라졌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은 故 박정희 전 대통령이 생전 청와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필체를 지켜보는 모습. / 사진=뉴스1

◇박정희 정권서 만든 '유언비어 날조·유포죄'…1988년 폐지돼

과거 가짜뉴스를 처벌하던 법조항으로는 1988년 폐지된 '유언비어 날조·유포죄'도 있다. 1972년 10월17일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유신개헌을 위한 계엄 포고령을 선포했던 때 포고령 제1호 제5항이 '유언비어의 날조 및 유포를 금지한다'였다. 이후 1974년 긴급조치때에도 제1호가 '유언비어의 날조·유포 및 사실의 왜곡·전파행위 금지'였다. 이후 긴급조치때마다 반복되다 경범죄처벌법에 아예 자리를 잡았던 '유언비어 날조·유포죄'는 1987년 민주화 물결에 영향받아 1988년 들어서야 폐지됐다.

결국 '가짜뉴스' 그 자체를 처벌 할 수 있는 형사법령은 현재는 없다.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재산에 피해를 주거나 공무원의 업무를 방해하는 것으로 인정받아야만 처벌 가능성이 생긴다.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는 게 헌법에서 정한 중요한 국민의 권리이자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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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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