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찬선의 문사철 경국부민학 5] 장원 방안 탐화랑은 특공 채용

홍찬선 전 머니투데이 편집국장 2020. 1. 15. 06:5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뜻 있는 데 길 있다
주먹구구식으론 안 통해

/사진=이미지투데이

경자년 흰쥐해가 열리자 조국은 부산해졌다. 종각에선 새해를 알리는 보신각 종소리가 은은하게 울려 퍼졌다. 황금돼지해의 아쉬움을 날려버리려는 듯 하늘 높이 울긋불긋한 불꽃이 피어올랐다. 

서른세번째 종소리가 희망 듬뿍 담은 꿈결처럼 잦아들자 어조국 대통령이 새해맞이 덕담을 했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보신각 제야의 종 행사는 매년 있었지만 대통령이 한밤중에 TV에 생방송으로 나오는 것은 사상 처음이었다. 조국 국민들의 눈과 귀와 가슴이 한곳으로 쏠린 것은 당연했다.

“친애하는 국민여러분, 사랑하는 북한·만주·일본 그리고 세계 곳곳의 해외동포 여러분, 경자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저는 새해를 맞이하는 이 자리에서 아주 뜻깊은 제안을 하나 하려고 합니다.”

◆조국광장에서 열리는 부동산정책 경시대회

국민들이 술렁거렸다.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려고 보신각 주변에 모인 사람들은 물론 집에서 타종행사 생중계를 보던 사람들도 귀를 쫑긋 세웠다. 새해 해돋이를 색다르게 맞이하기 위해 백록담, 천왕봉, 정동진, 백령도, 독도까지 가서 동살과 햇귀에 설레던 사람들도 새해 첫날의 부산한 건배를 잠시 멈췄다. 무슨 제안일까?

“저는 대통령에 취임한 뒤부터 줄곧 부동산 값을 안정시키는 데 많은 힘을 기울여 왔습니다. 그동안 정부가 밝힌 여러가지 부동산대책을 국민 여러분들도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정 지역이기는 하지만 부동산 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습니다. 참으로 안타깝고 비통한 마음 금할 길 없습니다.”

어조국 대통령의 입에 눈길을 꽂고 있던 국민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부에서는 주먹을 불끈 쥐고 고함까지 질렀다.

“알기는 아는 거냐?”
“니들이 적폐세력이라고 공격하는 이전 정부에서도 부동산 값은 이렇게 오르지 않았다.”
“서민들을 봉으로 보는 것이냐?”

마치 이런 고함을 들었다는 듯 어 대통령이 말을 이어갔다.

“부동산 값 급등으로 서민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결단을 내렸습니다. 공무원들이 탁상공론으로 마련하는 정책으로는 절대 부동산 값을 잡을 수 없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국민 여러분들께 지혜를 구하기로 했습니다.”

“우리들에게 지혜를 구한다고?”
“무슨 꿍꿍이지?”
“자 자, 조용히 하고, 일단 더 들어보자고…”

◆대통령의 파격 제안

“정부는 경자년 새해 첫 경자일인 2월27일(음 2월4일) 오전 10시에 조국광장에서 ‘부동산정책 경시대회’를 열기로 했습니다. 조국에는 부동산시장과 관련된 전문가가 매우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분들은 전국적으로 하향안정세에 있는 부동산 값이 서울 강남, 목동, 중계동 등과 대구 수성동 등 일부 지역에서만 급등하고 있는 기현상들에 대한 해결방안도 갖고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2월27일의 ‘부동산정책 경시대회’에 참여하셔서 기탄없이 조국의 부동산 값 급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을 제시해 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국민들은 반신반의했다. 그동안 어조국 정부가 보여준 독불장군식 정책에 실망하는 여론이 동심원 물결처럼 퍼져나가고 있을 때였다. 어 대통령의 이런 파격적 제안, 아니 호소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분위기였다.

“믿어도 될까요, 당신의 그 말을…”
“아무리 좋은 대안을 제시해도 받아들이지 않으면 헛수고쥐.”
“숨어있는 재야의 고수들에게 지혜를 구하려면 뭔가 당근을 줘야 되는거 아녀?”

“정부는 2월27일 부동산경시대회에서 제시된 정책을 꼼꼼히 평가해서 가장 실효성이 있는 정책을 제시한 분들을 뽑아 특공(特公)으로 채용할 것입니다. 특공 하니 특공대를 연상하실지 모르겠으나 여기서 특공은 특별공무원을 뜻합니다. 가장 좋은 정책을 제시한 분은 장원으로서 대통령 직속의 청와대 부동산특별실장으로 일하게 될 것입니다. 부동산특별실장은 장관급이 될 것입니다. 방안(放眼)은 차관급, 탐화랑(探花郞)은 차관보급(1급)입니다. 그 외에도 실효성 있는 정책을 제시한 분들도 특공으로 부동산특별실에서 근무하게 될 것입니다.”

사람들은 그제야 어조국 대통령의 진심을 믿는 듯했다.

“얼마나 급했으면 수족과 다름없는 평공(平公)과 어공(於公)을 다 제쳐두고 특공을 생각했을까?”
“만시지탄이기는 하지만 모처럼 좋은 결단을 내렸으니 정말 부동산 값을 안정시켰으면 좋겠네. 이렇게 천정부지로 올라가기만 하면 황새 쫓아가야 하는 참새는 가랑이 찢어지고 말테니 말여…”
“평공과 어공의 반발을 어떻게 무마시키느냐가 특공의 성패를 좌우하것쥐?”
“근디 제시된 대책을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지를 밝혀야 되능거 아닌감? 명확한 잣대가 없으면 주먹구구식으로 챙겨줘야 할 사람에게 밥그릇 주고 서민들은 여전히 신음할 것이잖여…”

◆뜻만 있으면 일은 이뤄진다

“구체적인 평가기준은 앞으로 보름 안에 공고할 것입니다. 지금 참고용으로 말씀드리자면 첫째 지금까지 발표됐던 정부의 부동산대책이 효과를 보지 못한 것에 대한 평가, 둘째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값 하향 안정을 위한 토마호크미사일식 레이저 대책, 셋째 과도한 주택담보대출 문제가 불거져 경제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마이너스섬 또는 제로섬 정책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만족하고 경제에도 긍정적 효과를 줄 수 있는 부동산정책 등입니다.”

“이런 대책이 과연 있을 수 있을까?”
“아무리 뛰고 나는 전문가라고 해도 이런 잣대를 뛰어넘기는 힘들겠는걸, 내가 이렇게 마음을 열고 국민들에게 지혜를 구했는데 답을 구할 수 없었다는 핑곗거리만 제공할 뿐이지 않을까, 웬지 불안한걸…”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고, 두드리면 열린다고 했으니 누군가는 박수 받는 정책을 제시하겠쥐”

“저도 이런 대책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김구 주석께서 상해 홍구공원 거사를 앞두고 윤봉길 의사에게 한 말을 믿습니다. ‘하려고 하는 뜻만 있으면 일은 이루어진다’는 그 말입니다. 다시 한번 더 전문가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국민 여러분 해외동포 여러분, 사랑합니다. 경자년 댁내 강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감사합니다.”

방송은 끝났다. 조국 국민들은 2월27일의 멋진 장원을 꿈꾸며 경자년 새해 첫날 조국 만세를 힘껏 외쳤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27호(2020년 1월14~2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머니S 주요뉴스]
'남자랑 만났어?'… 네이마르 母, 30살 연하 남친과 결별
안병용 의정부시장, 박유천 왜 만났나
유지인 "남재현은 은인"… 무슨 일 있었길래
정동원 호소, "공사중인 집 방문 자제해주세요"
이원일, 김유진 PD 논란 알고 있었다?
러블리즈 서지수, "메인댄서? 나는 비주얼 담당"
"식물인간 만들 것" 강승현, 2차 폭로에도 사실부인
이지안, 지창욱에 설렘 폭발♥ "밥 한번 먹어요"
서수연♥이필모, 둘째 언급… "진짜 딸 낳고 싶어"
"상식 밖 박유천, 돈이나 빨리 갚아라"

홍찬선 전 머니투데이 편집국장
<저작권자 ⓒ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경제 뉴스'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S & money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