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서울시 체육회장 선거 왜 시끄럽나?
첫 민선 체육회장 선출을 눈앞에 두고 서울시의회와 서울시 체육회가 파열음을 내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 체육회 선거관리위원회와 서울시의회 조사특위 간에 대립까지 발생해 선거 결과에 따라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전말은 이렇습니다.
서울특별시의회 체육단체 비위근절을 위한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이하 조사특위)는 지난 3일 보도 자료를 통해 "오는 15일 실시되는 제33대 서울시 체육회장 선거를 앞두고 관건선거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며 그 중심에 지난 5년간 서울시 체육회 사무처장을 지낸 A 씨를 지목했습니다. 조사특위는 "A 씨는 이번 선거에 출마한 특정 후보 Z 씨를 지난 2016년 미래기획위원장으로 추천했다. 만약 Z 씨가 이번에 당선되면 바지회장으로 앉혀 놓고 본인의 직무유기 등 모든 문제점에 대해 면죄부를 받으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며 사무처장 A 씨와 후보 Z 씨와의 유착 관계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이번 서울시 체육회장 선거에는 후보가 2명 출마했습니다. 서울시 체육회 행정을 총괄하는 사무처와 그 수장인 사무처장은 당연히 어느 후보도 편들지 않고 선거 중립을 엄정히 지켜야 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극도로 민감한 상황에서 조사특위가 A 사무처장의 중립성을 공개적으로 문제 삼고 나서자 Z 후보 측이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뚜렷한 근거도 없이 조사특위가 유착설을 내놓아 선거 득표에 오히려 불리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서울시 체육회 선거관리위원회는 '공정한 선거관리를 위한 협조요청'공문을 조사특위에 보냈습니다. 선관위는 조사특위의 1월3일자 보도 자료를 문제 삼으며 "첫 민간 회장을 선출하는 서울특별시체육회 회장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한다는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조사특위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선관위의 공문을 받은 조사특위는 "서울시 체육회 회장 선거에 개입할 의도는 전혀 없다"고 선을 긋고 조사특위의 활동은 "체육계의 불법과 특혜의혹, 비리와 잘못된 관행을 조사하고 공정과 신뢰에 기초한 체육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본래의 목적 외엔 어떤 의도도 없다"고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그러면서 오늘(13일) 오후 서울시 체육회 사무처장 A 씨를 불러 서울시 체육회 자문기구인 '미래기획위원회가' Z 후보를 서울시 체육회장에 당선시키려는 행동을 실제로 했는지를 집중 조사했습니다. 조사특위는 또 이날 체육회장 선거 관권 개입과 직무 유기를 추궁하고 3건의 채용비리, 목동빙상장 관리 운영 문제와 관련된 수사의뢰와 고발도 의결할 예정입니다.
논란의 초점이 되고 있는 사무처장 A 씨는 SBS와 통화에서 "내가 Z 후보를 밀고 있다는 설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사무처장이 역할을 할 수 있는 게 없다. 이번 선거가 굉장히 민감하기 때문에 부하 직원들에게 오해를 사지 않도록 행동에 각별히 조심하라고 말했고 자정대회도 개최했다. 내 임기가 다음 달이면 끝난다. 떠날 마당에 논란거리를 만들고 싶지 않아 나도 언행에 조심을 하고 있다"며 사무처의 선거 개입과 Z 씨와의 유착설을 전면 부인했습니다.
지금까지 각 시도 체육회장은 해당 시도의 자치단체장이 맡아왔습니다. 예를 들어 서울특별시의 경우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과 동시에 당연직 서울시 체육회장이 됐습니다. 하지만 정치와 스포츠를 분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며 지방자치단체장과 지자체 의원의 체육 단체장 겸직을 금지하는 내용의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2018년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새 개정안은 공포된 지 1년이 지난 후인 2020년 1월 16일 시행됨에 따라 17개 시·도, 228개 시·군·구 체육회는 오는 15일까지 새 체육회장을 선출해야 합니다.
애초의 우려와 달리 지금까지 다른 시도의 경우 민선 체육회장 선출에 큰 잡음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서울시가 선거를 눈앞에 두고 이른바 '관권선거' 논란에 휘말리고 있어 후유증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전국의 민선 체육회장 선거를 총 관리하는 대한체육회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많은 교육과 공문 발송을 통해 사무처의 중립을 수없이 강조했다"며 "공정 선거가 이뤄지도록 마지막까지 감시를 철저히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진=서울특별시체육회 홈페이지, 연합뉴스)
권종오 기자kj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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