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늘의 태양이 뜬다"..동해서 남해까지 희망을 찾아 걷다
[경향신문] ㆍ1월의 걷기 좋은 길, 부산·포항·영덕·속초·여수 ‘일출명소’ 5곳

경자년(庚子年) 새해 첫날 일출을 놓쳤대도 걱정하지 말자. 해는 매일 뜨고 전국엔 해맞이하기 좋은 여행지가 곳곳에 널려 있다. 마침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1월의 걷기 좋은 여행길’로 부산·포항·영덕·속초·여수 등지의 ‘일출 명소’ 다섯 곳을 추천했다. 바닷가에서 해돋이도 감상하고 추위에 한창 맛이 든 포구 먹거리도 즐기며 겨울여행을 떠나보자. 걷기와 자전거여행 정보를 망라한 ‘두루누비’(durunubi.kr) 홈페이지와 앱에서도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 문탠 로드 거쳐 용궁사까지

일출 하면 동해다. 동해안에는 강원 고성부터 부산까지 770㎞를 잇는 10개 구간 50코스의 도보여행길인 ‘해파랑길’이 있다. 해파랑길은 동해에서 떠오르는 해와 푸른 바다를 벗 삼아 함께 걷는 길이라는 뜻이다. 부산 해운대구와 기장군을 잇는 길목에 위치한 2코스에는 부산의 대표적인 일출 명소인 해동용궁사가 포함돼 있다. 해동용궁사는 전국의 사찰 중 가장 먼저 일출을 볼 수 있는 장소다. 동해바다를 바라보는 관음도량으로 연초면 새해 소망을 기원하러 참배객들이 몰린다. 절 입구에 108계단이 있고 계단 초입에 달마상이 있는데 코와 배를 만지면 득남한다는 전설이 전한다.
해운대 해수욕장 끝 미포항에서 시작하는 길은 송정해변과 해동용궁사 등을 거쳐 매년 봄 열리는 멸치축제와 멸치털이로 유명한 기장읍 대변항까지 17㎞가량 이어진다. 소요시간은 5시간. 해운대 달맞이공원 산책로인 ‘문탠 로드’는 낮에 푸른 바다를 만끽할 수 있고, 밤에는 달빛을 맞으며 걸을 수 있어 도심의 휴식공간으로 지역민에게 인기가 높은 곳이다. 문탠 로드가 현대화된 길이라면 해운대의 ‘삼포’라 불리는 미포, 청사포, 구덕포는 잘 정비된 숲길로 조성돼 있어 대조적인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죽림이 우거져 예부터 대나무로 화살을 만들었다 전해지는 죽도의 풍경도 아름답다. 서핑으로 유명한 송정해변은 해운대나 광안리에 비해 북적이지 않고 깨끗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종점 부근인 기장 바닷가에는 언덕마다 카페가 있어 쉬어가기 좋다. 부산역에서 급행버스 1003번을 타고 문탠 로드 입구 정류장에서 내리면 바로 여정을 시작할 수 있다.
■ 손 맞잡고 해 맞기

바다 위로 거대한 손이 불쑥 솟아오른 조형물이 있는 경북 포항 호미곶은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일출 감상지 중 하나다. 한반도를 호랑이 형상으로 봤을 때 꼬리에 해당하는 호미반도에는 풍광 좋은 해안둘레길이 있다. 바다 위로 솟은 나무데크 다리를 걷다 보면 아래로 파도가 철썩이고 멀리 수평선 위로는 해가 떠오르는 환상적인 장면을 만날 수 있다. 해안선을 따라 지는 석양도 장관이다.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1코스 ‘연오랑세오녀길’은 삼국유사에 나오는 설화에서 이름을 땄다. 설화는 신라시대 연오랑·세오녀 부부가 바위를 타고 일본으로 건너간 뒤 해와 달이 사라졌는데, 놀란 사람들이 세오녀가 짠 비단으로 하늘에 제사를 지내자 다시 밝아졌다는 내용이다. 설화의 무대가 바로 코스 중간의 도구해수욕장이다. 길은 평탄한 목조 산책로다. 곳곳에 쉼터를 설치해 누구나 쉬엄쉬엄 오며 가며 동해안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청림운동장에서 시작해 도구해수욕장과 청룡회관을 지나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으로 이어지는 바닷길과 강변길 코스는 모두 6㎞로 1시간30분이면 완주할 수 있다.
코스 근처에는 일출 명소로 유명한 호미곶 해맞이광장이 있다. 최근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무대인 구룡포도 가깝다. 구룡포는 겨울 제철음식인 과메기와 대게로도 유명하다. 호미반도 해안둘레길은 대부분 바다와 접해 있어 바람과 파도 상황에 따라 출입이 금지되는 경우가 있어 사전 확인해야 한다.
■ 가장 빠른 동해바다

서울에서 2시간이면 닿는 속초는 수도권에서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는 동해안 일출 여행지다. 동해안을 빙 둘러 전체 50코스로 이뤄진 해파랑길 중 45코스가 바로 속초시를 통과한다. 길은 설악해맞이공원에서 시작해 대포항·외옹치항을 지나 석호인 청초호·영랑호를 거쳐 장사항에서 끝난다. 16.4㎞를 걷는 데 6시간 정도 걸린다. 일출은 동명동 속초등대전망대 아래 바닷가에 위치한 정자 영금정에서 감상하면 좋다. 영금정의 금은 거문고 금(琴)자를 쓴다. 파도가 바위에 부딪히는 소리를 거문고 음률에 비유한 조상의 멋이다. 계단길이 조금은 버겁지만 등대전망대에 오르면 속초 시내와 바다는 물론 금강산 자락까지 한눈에 조망하는 시원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청초호 인근 아바이마을은 전통 갯배를 타고 들어가 여러 가지 먹거리로 속을 뜨끈히 채우기 좋다. 싱싱한 활어회와 새우튀김 골목으로 유명한 대포항도 그냥 지나치면 아쉽다. 관광객들의 발길이 뜸한 영랑호는 낮에도 밤에도 호젓하게 산책하기 그만이다. 잔잔한 호수 표면에 설악산 울산바위가 비치는 모습도 독특하다.
코스와는 조금 떨어져 있지만 청대산도 가볼 만하다. 청대산은 속초 8경 중 하나로 해발 231m에 불과하지만 소나무가 무성해 청대(靑垈)라는 이름이 붙었을 정도로 경치가 좋다. 30분이면 정상에 올라 동해 일출과 설악산 자락을 앞뒤로 감상할 수 있다.
■ 소원 빌려면 여수로
전남 여수 돌산도 끝자락에 자리 잡은 향일암은 새해 첫날이면 수만명씩 몰리는 일출 포인트다. 남해 수평선 위로 떠오르는 해가 장관이라 향일암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올해 향일암일출제에도 4만명이 넘게 다녀갔다. 신라 원효대사가 창건한 향일암은 남해 보리암, 강화 석모도 보문사, 양양 낙산사 홍련암과 함께 소위 ‘기도발’이 잘 듣기로 유명한 전국 4대 관음도량 중 하나다. 향일암에는 7개의 바위동굴 혹은 바위틈이 있는데 그곳을 모두 통과하면 소원 한 가지는 반드시 이뤄진다는 속설이 있다. 약수터 옆 바위와 관음전 뒤편 큰 바위에 동전을 올려두며 소원을 비는 사람도 많다.
향일암은 2009년 화재로 소실된 대웅전(원통보전) 등 건물을 2012년 복원했다. 암자 근처에 집채만 한 바위 두 개 사이로 난 석문이 다른 사찰의 불이문을 대신하는 게 이채롭다. 향일암으로 오르는 임포마을 입구의 수령 500년 된 동백나무를 비롯해 향일암을 품은 금오산의 왕관바위·경전바위·부처바위 등 기암괴석까지 볼거리가 풍부하다.
향일암 해안길 생태탐방로는 일출 감상 후 금오산 자락을 돌아 돌산항까지 돌산도 해안가를 도는 코스로 이뤄져 있다. 1984년 돌산대교로 연결돼 뭍이 된 돌산도는 이름처럼 산이 많아 바다와 어우러진 풍경이 그림 같다. 소율항·대율항·작금항 등 아담한 항구를 거치는 18㎞ 코스로 5시간이 걸린다. 해송이 우거진 돌산도 서쪽 해안의 방죽포해변도 들를 만하다.
■ 파랑새 찾아 블루로드로

경북 영덕에는 전국에서 걷기 여행꾼을 불러모으는 ‘블루로드’가 있다. 해파랑길 19~22코스에 따로 블루로드라는 이름을 붙였을 정도로 짙푸른 바다와 하늘을 품고 걷는 묘미가 있는 길이다. 그중 블루로드 A코스(해파랑길 20코스)는 숲길과 바닷길이 적당히 교차해 심신이 편안하다.
길은 강구항 인근 버스터미널에서 시작해 고불봉을 지나 영덕해맞이공원까지 이어진다. 약 19㎞ 코스는 7시간 이상 소요되니 나눠서 일부 구간만 걸어도 좋다. 종점인 영덕해맞이공원은 영덕읍 창포리 바닷가의 울창한 해송림이 1997년 대형 산불로 폐허가 된 것을 오랜 노력 끝에 공원으로 되살린 장소다. 산불 피해를 입었던 나무를 침목 삼아 계단과 산책로를 만들어 더 의미가 깊다. 다양하게 식재한 야생화와 나무, 전망대와 어류조각품 등은 훌륭한 사진 배경이 된다. 해맞이공원 한쪽의 창포말등대는 영덕의 상징인 대게의 집게발이 24m 높이 등탑을 감싸고 올라가 태양을 상징하는 붉은색 등을 잡으려는 모습으로 만들어졌다. 등대 앞에서 보는 일출이 유명하다.
코스 중간에도 24기의 풍력발전기가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하는 영덕풍력발전단지와 영덕신재생에너지전시관 등 볼거리가 다양하다. 영덕 대게마을은 매년 겨울 대게철마다 관광객이 몰리는 곳으로 영덕 해안도로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김형규 기자 fideli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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