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브릿지: 테러 셧다운 [시네프리뷰]

2020. 1. 8.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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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정의강박 형사의 심야 도시 모험

제목 21 브릿지: 테러 셧다운 (21 Bridges)

제작연도 2019

제작국 미국

러닝타임 99분

장르 액션/ 범죄/ 스릴러/ 드라마

감독 브라이언 커크

출연 채 드윅 보스만, 시에나 러, J. K. 시몬스, 스테판 제임스, 테일러 키취

개봉 2020년 1월 1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영화가 시작되면 주인공의 어린 시절이 프롤로그로 흐른다. 악당들의 손에 무자비하게 살해당한 아버지의 장례식장에 참석한 어린 안드레 데이비스. 아이의 눈에 끓어오르는 분노는 악은 절대 용납지 않겠다는 살의가 가득하다. 장례식 전반과 어린 데이비스의 결의에 찬 모습은 매우 차분하지만 지루할 정도로 섬세하게 묘사된다.

뒤이어 현재 이야기가 펼쳐진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경찰이 되었지만 정의를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데이비스(채드윅 보스만 분)의 성격과 주변 환경을 보여준 뒤 본격적으로 사건이 시작된다. 오로지 정의와 진실만을 추구하면서 일말의 흔들림도 없는 데이비스의 강직한, 또는 융통성 없는 내면은 마치 세상에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종의 초인처럼 묘사되는데 그 자체가 하나의 캐릭터가 되어버린다.

본격적인 사건은 빈민가 출신의 두 친구가 마약 보관소인 레스토랑을 털면서 시작된다. 전해 들은 정보보다 많은 양의 마약에 놀란 것도 잠시, 둘은 과욕을 부려 무리하게 많은 약을 챙기지만 때마침 가게를 찾아온 경찰과 마주치고 결국 이들은 살인을 저지르고 도주한다. 현장에 출동한 데이비스는 남다른 직관과 본능으로 이들의 도주지가 뉴욕 맨해튼이라고 단정 짓고 상부에 새벽 동안 맨해튼을 봉쇄해 달라고 요청한다. 이제 그는 반강제로 파트너가 된 마약수사과 여형사 랭키 번즈(시에나 밀러 분)와 함께 3시간 안에 범인을 잡아내야만 한다.

고립시킨 맨해튼, 하룻밤의 추적 작전

모처럼 독특한 작품을 만났다. 포스터를 보면 〈어벤져스〉 시리즈 감독 제작, 〈블랙 팬서〉 배우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데 대충 마블의 영광을 등에 업은 저예산 액션물인가 싶었다. 막상 영화를 보고 나니 저예산 액션물 맞다. 다만 처음 기대했던 이야기나 분위기와는 한참 결이 다르다는 사실은 의외였다.

제목 〈21 브릿지: 테러 셧다운〉(이하 〈21 브릿지〉) 은 뉴욕 맨해튼을 연결하는 21개의 다리를 의미한다. 경찰을 살해하고 대량의 마약을 가지고 도주한 악당들을 잡기 위해 경찰은 모든 다리를 봉쇄해 하룻밤 동안 맨해튼을 고립시킨 후 밀도 있는 추적 작전을 감행한다. 꽤 흥미로운 설정이다.

하지만 정작 어렵게 설정된 폐쇄공간이 주는 고립감의 활용은 크지 않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도주와 추격 액션 역시 기대보다는 꽤 힘이 없어 보인다. 액션이 부족해서라기보다는 이외의 다양한 코드의 비중이 더 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약해 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 어떻든 그것들이 양보한 여백을 다양한 관념과 감정을 촉발하는 상황이 작품을 채운다.

주연 채드윅 보스만은 꽤 오랜 연기생활에도 불구하고 이전까지 별 감흥이 없는 배우 중 한 명이었다.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블랙 팬서〉와 일련의 마블 팀워크 작품들 속에서조차 그는 적잖은 비중의 슈퍼영웅임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경직된 표정으로 배우로서의 매력을 찾기 힘들었다. 마블 브랜드와 겉으로는 동아프리카의 평범한 부족처럼 보이지만 최첨단 과학문명을 향유하는 ‘와칸다’ 부족이라는 매력적인 설정조차 그의 평면적인 캐릭터를 구제하진 못했다. 이번 작품에서도 그의 경직된 연기는 변함없지만 고뇌하는 경찰의 모습으로는 상당히 어울려 보인다.

탐미적 액션과 뚜렷한 사회고발 메시지

영화가 끝난 후 당연히 감독 브라이언 커크가 궁금했다. 검색자료들을 참고해보니 TV시리즈 〈왕좌의 게임〉과 〈루터〉가 가장 먼저 돌출된다. 장편 영화로는 2007년 〈해리 포터〉로 유명한 대니얼 래드클리프를 주연으로, 실존작가 루디야드 키플링의 실화를 극화한 TV영화 〈마이 보이 잭〉이 있고, 이번이 두 번째 연출작이란다. 엄밀히 극장개봉용 장편으로는 첫 작품이다.

감독은 장담컨대 관객들은 매우 ‘현대적인 액션영화’를 보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고 한다. 호불호를 떠나 그의 말대로 기존의 영화들과 함부로 비교하기 힘든 새로운 영화임은 분명하다. 적어도 이런 노력이 현대의 사회문제와 이를 냉소적으로 풀어가는 소재나 이전보다 내면이 강조된 캐릭터의 창조, 촬영이나 조명, 음악 등 외적요소가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영화의 전개나 흐름, 즉 내면은 과거 필름 누아르와 범죄 스릴러의 분위기를 그대로 재현한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해 관객들의 혼을 빼놓는 요즘 영화들과 비교해 일단 정적이며 흥미롭게 나열되는 상징적인 요소들이 이 영화의 진짜 재미다.

『하룻밤 동안 펼쳐지는 도시 모험담

제이앤씨미디어그룹

고립된 도시를 배경으로 하룻밤 동안 벌어지는 현실적 모험을 그린 〈21 브릿지〉는 모든 면에서 직설적이다. 오직 진실과 정의만을 신봉하는 주인공만큼이나 사건의 흐름과 각각의 상황에서 등장하거나 희생되는 인물들까지 뚜렷하게 그려지고 심지어 초반부터 마지막 결말의 반전이 어느 정도 예상되기까지 한다. 악당들 역시 시종일관 뚝심 있는 악행을 저지른다. 물론 나름의 이유는 있지만 그들은 다양한 성격과 최후는 우리 주변에서 심심찮게 목격하게 되는 다양한 모습의 필요악을 대표한다.

과거로부터 ‘하룻밤 동안’이라는 전제하에 펼쳐지는 이야기는 많았다. 일단 시간적 한계가 동반하는 긴장감이 기본으로 확보되니 범죄물이나 스릴러 등에 많이 등장한다. 대부분의 공포영화 역시 하룻밤 동안의 학살극이고, 심지어 로맨스 영화나 코미디 등 모든 장르에서 이런 시간적 한계를 통해 관객들의 흥미를 유도하는 경우가 많았다.

현대 스릴러 작품 중에 스테판 홉킨스가 연출한 1993년 작 〈킬러 나이트(Judgment Night)〉가 떠오른다. 권투경기를 보기 위해 함께 차를 타고 가던 4명의 친구는 지름길이라 생각으로 선택한 빈민가 뒷골목에서 끔찍한 살인을 목격하고 범죄조직의 악랄한 추적을 피해 살아남아야만 하는 끔찍한 상황에 처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웨인 크래머 감독이 2006년 발표한 〈러닝 스케어드(Running Scared)〉는 한 위장 잠입한 형사가 사라진 총과 함께 실종된 아이를 찾아야만 하는 난감한 하룻밤의 추적을 그린다. 표면적으로는 범죄 스릴러인 이 작품이 강렬한 이유는 숨 가쁜 악몽 같은 여정을 원색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로 풀어내 마치 한 편의 동화처럼 아름답게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

최원균 무비가이더▶ 주간경향 표지이야기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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