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관계 롱기스트! 운명을 바꾸는 건배사

2020. 1. 7.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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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정성식 (‘30초 리더십’ 저자)

“위하여~” 어떤 이의 건배사 선창에 ‘위하여’로 목청 높여 화답하는 사람들. 잠시 후 다른 테이블에서도 ‘위하여’가 뒤따라 나왔다. 식당에 모여 앉은 사람들은 모두 흥에 겨웠고, 잘 알아듣기 힘든 건배사들이 이후로도 파도를 탔다. 바야흐로 건배사의 시절이 왔다.

기해년(己亥年)이 마무리되고 쥐띠해 경자년(庚子年)이 시작되었다. 이맘때면 새로운 한해를 맞이하여 몸과 마음이 분주해진다. 2019년은 황금돼지해라고 해서 유독 기대가 컸다. 모두가 부자 되는 꿈에 부풀었기 때문인데, 기대와는 다르게 현실은 냉정했다. 금방 끝날 것 같았던 미중간의 무역 분쟁이 길어지면서 세계경제는 크게 휘청거렸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곳곳에서 불안한 경기를 암시하는 경고등이 켜지기 시작했고 소비도 크게 침체됐다. 직장을 구하지 못한 청년들이 늘어나는 반면 중소기업은 직원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 임금 상승 부담으로 소상공인 사장들은 직원고용을 포기하고 직접 계산대에 서야했다. ‘경기가 너무 좋지 않다’, ‘IMF 때보다 더 안 좋은 것 같다’ 등의 말이 자주 들려왔다. 그야말로 다사다난했고 시간은 여지없이 흘러 12월에 이르렀다.

30초의 마법, 30초의 리더십

신년모임이 많아지는 1월이 되면 누구나 한번쯤은 작은 고민에 빠진다. 누군가의 제안에 의무적으로 답해야 할 건배사 때문이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건배사 제의를 받으면 즉흥적으로 답하곤 한다. 그들에게 건배사는 잠시 지나가는 순서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에 최신 건배사 하나쯤은 꼭 기억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멋진 건배사로 짧은 순간이지만 주인공이 되고 싶은 이들이다. 이들은 건배사 하나가 용기와 도전, 용서와 사랑, 이해와 격려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기에 건배사 선택에 신중을 기한다. 그리고 마음의 문을 열어 주는 힘이 있다는 것도 잘 안다.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운명이 바뀐다는 말처럼 생각을 바꾼 건배사는 운명까지도 바꿀 수 있다. 건배사가 만들어낸 나비효과다. 평균적으로 건배사를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30초 정도에 불과하지만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기엔 충분해 ‘30초의 마법’, ‘30초의 리더십’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위하여’는 이제 그만

‘건배’의 뜻은 본래 술잔을 비운다는 것이지만 ‘새로 채우기 위한 준비’의 의미도 있다. 비워야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건배사 속에는 실패를 비우고 성공을 담는다. 멈춤을 비우고 희망을 담는다. 술 한 잔을 털어 넣으며 모든 것을 비우고 새로움을 채우는 것이다. 그래서 부담 없는 술자리지만 건배사가 진행되면 모두가 진지해지기도 한다. 어찌 보면 한 사람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어 성스러운 의식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건배사를 할 때는 정성을 다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건배사를 할 때는 보통 ‘잘해 보자, 성공하자, 돈 많이 벌자, 건강하자’ 등의 의미를 담아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위하여’, ‘화이팅’ 같은 무미건조한 건배사로 상황을 모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땐 차라리 다음 기회를 노려보게 낫다.

아무 생각 없이 ‘위하여’와 같은 성의 없는 건배사를 제안한다면 스스로를 초라하게 만드는 것이고 잔뜩 기대했던 사람들에게 체면까지 구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비록 나를 알릴 수 있는 기회지만 준비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면 정중히 사양하는 게 본전은 건질 수 있다. 반면에 말주변이 없어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이 서투르다고 느꼈던 사람이라면 건배사로 반전을 노려볼만하다. 자기 PR 시대인 만큼 멋진 건배사 하나가 전혀 딴사람으로 탈바꿈시켜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건배사는 쉽게 볼 것이 아니라 나를 부각시킬 수 있는 강력한 무기임을 알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미리 준비한 건배사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열렬한 박수까지 받는다면 그 순간 당신은 30초 리더십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건배사는 남이 준 기회지만 내가 완성하는 것

최근에 어떤 CEO가 저녁 모임에서 골프와 관련된 건배사를 제안해 큰 환호를 받았다. 그가 말한 건배사는 골프 용어를 이용한 것으로, ‘우리 사이 니어이스트(nearest), 우리 관계 롱기스트(longest)’였다. 함께 한 사람들 대부분이 골프를 즐겼던 터라 그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골프 건배사를 제안했던 것이다. 재치가 넘치고 센스 만점의 건배사로 그를 보는 사람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으쓱해진 그의 어깨 뒤로 리더의 후광이 느껴졌다.

건배사를 요청받는다는 것은 사회적인 위치를 인정받고 존경받는 것을 의미하며 아무에게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건배사를 제안 받았을 때 기회를 놓치지 않고 최선을 다해 멋진 건배사로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꿈과 희망의 아이콘인 월트디즈니는 성공 비결을 묻는 질문에 ‘나는 불가능을 모른다. 뛰어가서 기회를 잡았을 뿐이다’라고 말하며 ‘기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회는 주어지는 대로 무조건 잡고 내 것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면 성공에 이를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누구나 맘만 먹으면 충분히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당연한 얘기다. 오늘 저녁 모임이 있다면, 멋지고 센스 있는 건배사 하나쯤 준비해 새로운 기회를 잡아보자. 적당한 건배사가 생각나지 않으면 인터넷이나 ‘30초 리더십 – 대한민국 CEO를 위한 건배사’와 같은 책을 찾아보면 눈에 띄는 건배사 몇 개는 쉽게 찾을 수 있다.

건배사는 남이 나에게 준 기회지만 그것을 잡고 완성하는 것은 자신의 몫이다. 멋진 건배사 하나로 오늘 하루, 마법사가 되고 리더가 되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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