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지나갔다고? 이젠 부르면 옵니다

류정 기자 2020. 1. 7.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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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se-up] [2020 모빌리티 혁명이 온다] [2] 버스도 택시처럼 불러서 타는 세상
- 배차간격 70분, 영종도의 혁신
16인용 버스 '아이모드' 택시처럼 앱으로 불렀더니 달려와
손님 없으면 정류장 그냥 통과.. 70분 걸리던 이동시간 30분으로
- 현대차 시스템으로 실시간 경로
이동 경로 비슷하면 태우고 합승 위해 10분이상 걸리면 포기
기존 버스요금과 동일한 1250원

지난달 1일부터 인천 영종도에는 '아이모드(I-MOD)'라고 적힌 16인승 버스가 다닌다. 요금 1250원에 정해진 정류소에서 타고 내린다는 점에서는 '시내버스'다. 하지만 손님이 스마트폰 앱으로 부르면, 최단 거리로 달려가 목적지로 데려다 준다는 점에선 택시에 가깝다. 승객이 있는 정류소만 찾아간다는 뜻에서 '수요응답형(DRT·Demand Responsive Transport) 버스'라고 불리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대중교통 수단이다. 승객 요청과 목적지, 현재 위치 등을 실시간 분석해서 최적의 경로를 제시하는 현대차의 '실시간 경로 변경 인공지능 시스템(다이내믹 라우팅)'이 아이모드 같은 '불러 타는 버스'를 가능하게 한 것이다. 이뿐 아니라 이미 시장이 형성된 '불러 타는 택시' 등 모빌리티 혁명의 핵심인 '수요응답형' 대중교통이 국내에 본격 확산되면서 올해 '모빌리티 춘추전국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부르면 오는 버스' 시대 온다

지난달 26일 인천 영종도 미단시티 앞 정류소. 스마트폰 앱으로 5.7㎞ 떨어진 영종국제물류고를 목적지로 설정하고 '호출하기'를 눌렀다. 18분 뒤 도착한다는 알람과 함께, 영종도 쏠라티 버스의 실시간 위치가 스마트폰 화면 위에 떴다. 영종1동 근처에서 손님 한 명을 태우고 있었던 버스는 영종역에서 해당 손님을 내려주고, 승객이 없는 10여개의 정류소를 그냥 통과하고 새로운 경로로 기자를 태우러 왔다. 정확히 18분 뒤 버스가 도착했고, 10분 만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이전에는 승객 없던 정류소도 모두 들렀다 오는 버스를 기다리고 목적지까지 가느라 보통 70분 정도 걸리던 곳이지만, '아이모드' 버스로 40분 정도 시간을 아낄 수 있었다. 영종도 주민 김미소씨는 "기존 영종도 버스는 배차 간격이 70분에 달하고, 승객이 없는데도 고정 노선을 빙빙 돈다"며 "이 때문에 5~6㎞ 짧은 거리를 가는 데에도 기다리는 시간만 30분, 달리는 시간도 30분이 걸렸지만, 이젠 시간을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모드 버스에 탑재된 '실시간 경로 변경 인공지능 시스템'은 위치 정보를 통해 최적의 경로를 제시해 준다. 승객이 있는 정류장만 가고, 이동 경로가 비슷한 호출이 추가로 들어오면 합승시킨다. 합승을 위해 10분 이상 돌아가야 한다면 포기한다. 요금은 기존 버스요금과 동일한 1250원이다.

아이모드는 운행 시작 한 달 만에 하루 평균 탑승 건수 310건, 누적 회원 수 5700명을 넘었다. 이번 시범 사업은 1월 말 종료되지만, 국토부 효율성 평가를 통과하면 올 상반기 내 다시 운행된다. 현대차는 상반기 내 은평뉴타운에서도 '수요응답형 택시'를 KST모빌리티와 협업해 시범 운영한 뒤, 다른 교통 취약 지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 같은 '다이내믹 라우팅 시스템'은 해외에도 상용화된 사례가 드물다. 이스라엘 스타트업 비아(VIA)가 미국 뉴욕·유타주 등 일부 지역에서 수요응답형 셔틀을 시범 운영하고 있는 정도다. 1~2건의 호출만 대응하는 택시와 달리, 다수 승객의 호출을 최적 경로로 대응해야 해 훨씬 많은 데이터 누적과 체계적 분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머지않아 대중교통이 작동하는 기본 시스템으로 정착될 것이란 게 업계 전망이다. 승객 입장에선 이동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고, 환승의 불편함도 사라진다. 운영자 입장에선 불필요한 정차를 줄여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요금을 낮출 수 있다. 공항 전용 밴을 운영하는 '벅시(BUXI)'는 이미 수요응답 시스템을 활용한 합승으로 요금을 낮춘 서비스를 제공한다.

어린이 통학·학원버스에도 이를 적용하면 노선을 유연하게 바꿀 수 있다. 현대차 전략기술본부 현태양 책임매니저는 "시범 사업은 향후 인천 송도나 청라지구, 검단 산업단지 등 대중교통이 취약한 신도시 중심으로 확대할 것"이라며 "수요응답 시스템은 원하는 지자체·업체들에 얼마든지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불러 타는 택시' 선택 폭 넓어져

택시는 이미 '불러 타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지난해엔 '타다'가 혁신을 이끌었다. 승차 거부 없는 깨끗·친절한 이동 서비스로 소비자들의 환호를 받았다. '타다'는 운행이 정지될 위기에 처해 있지만, 그 외에도 다른 호출형 브랜드 택시가 대폭 확대되고 있다. 법적으로 렌터카인 타다와 달리, 기존 택시들이 브랜드에 가입하는 '가맹 택시'인 마카롱 택시는 지난달부터 '실시간 호출' 서비스를 시작했다. 마카롱 택시는 운영 대수를 서울에서만 이달 중순까지 1000대, 2월엔 2000대로 늘리기로 해, 타다(1400대)의 유력 경쟁자로 떠올랐다. 마카롱택시를 운영하는 KST모빌리티 관계자는 "올해 안에 운전기사가 노인 승객을 병원 접수처까지 안내해주는 식의 '노인 돌봄 서비스' 등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추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대 택시 호출앱을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는 작년 말까지 9개 택시법인을 인수해 890여개 면허를 확보, 국내 최대 택시업체가 됐다. 이를 통해 지난달부터 11인승 대형 택시 '벤티'서비스를 개시하는 등 다양한 '혁신 택시' 운영을 직접 하기 시작했다. 현재 400대로 운영 중인 가맹 택시 '카카오T블루'(구 웨이고 블루)도 올해 크게 늘릴 계획이다. 타다는 고급 택시인 타다 프리미엄과 장거리 예약 사업 등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차두원 한국인사이트연구소 전략연구실장은 "모빌리티 산업에 남아 있는 여러 규제가 얼마나 개선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현 제도 내에서 가능한 불러 타는 버스·택시·셔틀 등의 시장은 올해를 기점으로 대폭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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