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화영의 골프장 인문학 36] 강진만의 진주 다산베아채

2020. 1. 3.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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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만 앞 바다를 한 눈에 바라보는 장보고 코스 6번 홀.

[헤럴드경제 스포츠팀= 남화영 기자] 탐진강이 흘러 바다로 나가는 전라남도 강진만 해안에 조성된 다산베아채골프&리조트는 숨은 진주같은 골프장이다.

지난 2018년 11월22일 27홀 퍼블릭으로 개장해 1년 남짓이지만 골퍼들에게 벌써 입소문을 타고 있다. 골프텔을 갖췄고, 푸짐한 전라도 한 상 차림 음식에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포근한 날씨가 이어져 국내에서도 해외 골프여행 이상의 만족도를 준다는 후기가 들린다.

흔히 신설 코스라면 잔디가 충분히 활착되지 않았거나 조경이 자리잡지 못하거나 혹은 코스 관리가 미숙해 아쉬움을 남기곤 했다. 코스가 만족스러워도 숙박이나 먹거리가 충분치 않아 골프장만 들렀다가 서둘러 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다산베아채는 신설 코스로서의 부족함은 커녕 다양한 즐길거리와 체험 요소를 지녔다.

우선 골프장에서 마주하는 문화 요소가 풍성하다. 조선 후기 실학자이자 사상가인 다산(茶山) 정약용의 다산초당이 있는 만덕산을 마주하는 코스가 골프장 맨 왼쪽의 다산 코스(3237m)다. 2백여 년 전의 대 사상가가 귀양살이를 하며 머물던 곳을 지척에 두고 샷을 하는 건 색다르고 진귀한 경험이다. 다산은 18년의 유배 생활 중에 10여 년을 초당에서 지내면서 <목민심서>, <경세유표>, <흠흠신서> 등 600여권의 저작물을 냈다고 한다.

다산베아채(A)는 다산초당이 있는 만덕산과 마주하며 강진만 연안에 위치한다. 가운데 섬이 가우도.

5번 홀 페어웨이를 지나면서 건너편 산자락에 초당이 보이고 5번 홀 그늘집과 6번 홀에서 홀아웃할 때도 조망된다. 골프장에서는 ‘만덕산을 바라보고 샷을 하면 지혜가 쌓인다’고 홍보한다. 파3 3번 홀 티잉 구역에 서면 강진만이 내려다보이고, 파5 8번 홀에서도 바다로 이어지는 전경이 뛰어나다. 특히 8번 홀은 티샷부터 그린까지 물을 피해 둥글게 돌아가는 구조여서 홀 공략을 지혜롭게 해야만 파를 지켜내는 레이아웃이다.

가운데 위치한 베아채 코스(3288m)는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여주인공 베아트리채의 줄임말이라고 한다. 단테가 평생 연모하던 여인이다. 골프장 설립자인 김호남 전 우남, 근화 건설 대표는 수필집을 여러 권 내기도 한 문인이자 기업가였다. 목포에 베아채 아파트를 만들고 분양하면서 기업을 키워냈다고 한다. 따라서 이 코스는 골프장의 존재를 말하는 네이밍이다.

베아채 코스에서는 전라도에서 ‘가장 가보고 싶은 섬’으로 꼽힌다는 가우도가 조망된다. 그 섬에는 고려청자 건축물이 우뚝 서 있다. 강진은 고려청자의 도요지다. 가우도 건너편에는 고려청자 박물관이 있고 실제 가마터가 있다.

강진만을 바라면서 오른쪽으로 휘는 다산 8번 홀.

베아채 그늘집은 골프장에서 가장 뛰어난 강진만 뷰를 가지고 있다. 이 코스의 홀들은 플레이어의 마음을 쥐었다 폈다하며 승부욕을 자극한다. 페어웨이가 넓어 티샷은 대체로 편안하지만 어프로치와 퍼트는 심장을 쫄깃거리게 만든다. 1번 홀 페어웨이 개울이나 그린 언듈레이션을 교묘하게 만든 7번 홀이 대표적이다. 파5인 마지막 홀 그린에는 핀을 두 개를 꽂아두어 편한 쪽을 공략하라고 한다.

가장 오른쪽에 위치한 장보고 코스(3131m)는 신라시대 이곳과 완도에 해상왕국을 건설했던 장보고에서 따온 네이밍이다. 김흥길 대표는 “장보고라면 청해진을 운영한 완도를 많이 떠올리지만 실제로 장보고는 이곳 강진에 무역 거점을 두고 컸다”고 설명을 덧붙인다. 신라시대 이곳이 청해진의 관할에 있던 곳임은 분명하다. 장보고 코스 1번 홀 티샷 방향을 연장하면 완도가 나온다. 이 코스는 파3, 파4, 파5가 세 홀씩 구성되어 모험과 과감함을 적절하게 살려야 한다.

파3 6번 홀은 아일랜드 그린으로 되어 있는 시그니처 홀이다. 섬같은 그린 뒤로는 강진만의 바다가 물비늘을 반짝거린다. 코스 설계는 일본의 쿠로사와 나가오가 했고, 바다에 근접한 홀에서 해안가의 전봇대가 시야를 가리는 점이 아쉬움이기는 하지만, 14개 홀에서 바다가 조망된다는 건 이 코스의 두드러진 장점이다.

세 코스를 돌아보면 한반도의 자랑할 역사를 다시 새기는 자긍심이 든다. 장보고 코스에서 해상 무역을 통한 신라시대 조상들의 개척 정신이 떠오른다면 베아채 코스에서는 오늘날 가전이라고 할 고려청자를 만들던 선조들의 손재주와 기술력이 연상된다. 다산 코스에서는 조선 후기 정약용이라는 학자의 삶을 느낄 수 있다. 골프장을 한 번 돌아보는데 신라, 고려, 조선시대 문화가 떠오를 수 있는 코스는 이곳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4대째를 이어온다는 강진의 한정식 예향의 한 상 차림.

골프에서 만족할 뿐만 아니라 강진은 음식도 풍성하다. 장보고 코스 그늘집에서는 겨울이라 고객 서비스로 내놓는 붕어빵이 앙증맞고 맛깔나다. 클럽하우스의 중식으로는 염소탕이 나온다. 골프장을 나와 20여분 거리의 강진 읍내로 나가면 4대를 이었다는 한식점 예향, 적당한 가격대에 다양한 음식이 한 상 푸짐하게 채워지는 강진만 등의 내공 있는 맛집도 많다.

다산베아채는 지난해 10월 강진만이 내려다보이는 골프텔까지 오픈했다. 백여명 인원의 단체 행사를 수용할 대형 컨벤션장에 2, 4인실과 스위트룸까지 총 52실을 갖췄고 야외 퍼팅장과 수영장이 있어 사계절 체류형 리조트의 외형을 갖췄다.

김 대표는 “한 겨울을 지내면서 날이 추웠던 적은 거의 없었다”면서 “1박2일이나 2박3일 패키지에 특별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한다. 두 번 라운드에 조식과 숙박을 포함해 20만원대 초중반 가격이다. 마케팅팀은 수도권의 고객을 위해 리무진 서비스도 조만간 운영할 예정이다.

골프장에서도 보이는 15분 거리의 다산초당.

리무진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강진은 이곳저곳 둘러볼 여행지가 많다. 골프 코스에서도 보이는 가우도(駕牛島)와 출렁다리, 청자 박물관, 짚라인 체험은 추천할 만하다. 2.5킬로미터의 ‘함께해(海)길’은 산과 바다를 감상하며 걸을 수 있는 트래킹 코스다.

무엇보다 골프장에서 15분 거리인 다산 초당과 백련사를 찾는 건 강진을 찾아야 할 중요한 이유의 하나다. 문화재 전문가인 유홍준 교수가 베스트 셀러인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전남 강진을 ‘남도답사 1번지’로 꼽을 만한 이유가 있다. 조금의 시간 여유가 있다면 초당에서 백련사로 넘어가는 1.1킬로미터 산길도 좋다. 외화를 챙겨 해외로 나가지 않아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숨은 진주를 찾는 골프 여행이 될 수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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