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먼저 표심 결정"..대선 경선 풍향계 아이오와 벌써 후끈

황준범 2020. 1. 1.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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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ㅣ 2월3일 경선 시작 한달 앞둔 아이오와
아이오와서 승기 잡아야 본선행
민주 주자들 바람몰이 시도 집중
주민들 "우리가 맨 먼저 결정" 자부심
'젊음' 내세운 부티지지 인기 높지만
전국에선 '안정감' 바이든이 1위
"트럼프 싫지만, 찍을 후보 못정해"
지난 12월15일 저녁 미국 아이오와주 주도인 디모인 시내의 한 맥줏집에서 이 동네 주민인 에런 냅(왼쪽부터), 오거스트 웰서, 제프리 서윅이 <한겨레>와 만나 대화하며 포즈를 취했다. 디모인/황준범 특파원

“저는 18선거구에 사는 케이 매컬리예요. 제가 코커스(당원대회)에 처음 갔던 건 잭 케네디(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시절이에요. 카운티나 주 단위에서 진행되는 코커스들의 모든 과정에 참여해왔어요.”

70대 후반의 할머니인 매컬리가 말하자, 둘러앉은 사람들이 일제히 “와” 하고 입을 벌렸다. 이날 강사로 나선 데이비드 존슨은 “그럼 오늘 저랑 자리를 바꾸셔야겠네요”라고 농담했다.

지난 12월17일(현지시각) 저녁 미국 아이오와주 주도인 디모인 외곽의 한 로펌 사무실에 지역 주민 10여명이 모였다. 아이오와에서 강한 지지세를 보이고 있는 민주당 대선 주자 피트 부티지지(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 캠프에서 마련한 행사에서다. 캠프에서 일하는 샘 라이트는 기자에게 “코커스 절차와 참여 방법을 가르쳐주고, 이들이 주변에 알릴 수 있도록 교육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같은 시각, 자동차로 15분가량 떨어진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캠프 사무실에는 자원봉사자 20여명이 모여 앉아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전화를 걸고 있었다. 캠프 관계자는 “출근 시간이 아닌 오후나 저녁 시간에 가구 방문이나 폰 뱅크(전화 돌리기)를 매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디모인에서 차로 40분가량 떨어진 에임스에 있는 아이오와주립대 캠퍼스 도서관 앞에서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을 지지하는 학생들이 영하의 날씨 속에 선거운동을 하고 있었다. 자원봉사 학생인 대니얼은 “많은 학생이 코커스에 참여하려 등록을 하고 있다”며 “코커스 참여는 나도 이번이 처음인데, 매우 기대된다”고 웃으며 말했다.

지난 12월17일 저녁 미국 아이오와주 주도인 디모인의 민주당 피트 부티지지 대선 주자 캠프 운동원들과 지지자들이 2월3일 아이오와 코커스 참여에 관한 교육을 하고 있다. /황준범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냐, 민주당의 탈환이냐를 가를 11·3 미국 대선의 해가 밝았다. 미국 국내는 물론 전세계 외교안보와 경제 등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칠 미 대선에 세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아이오와는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선 후보 결정을 위한 경선이 가장 먼저 열리는 주여서, 경선 판세를 가늠할 ‘풍향계’로 불린다. 대체로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승기를 잡는 쪽이 각 당의 대선 후보가 됐다. 2월3일 열리는 아이오와 코커스가 한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4년 만에 다시 아이오와가 달아오르고 있다. 디모인 주택가에서 만난 제인 마이어는 “아이오와 사람들은 모두 코커스에 대해 얘기를 하고, 누구를 지지할지에 대해서도 다른 지역 사람들보다 더 일찍 마음을 정한다”며 자부심을 나타냈다.

공화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의 단독 후보여서 당내 경선이 큰 의미가 없다. 하지만 15명이 겨루는 민주당의 주요 주자들은 2019년 상반기부터 아이오와를 비롯해 뉴햄프셔주(2월11일), 네바다주(2월22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2월29일) 등 초기 경선 지역에 시간과 돈을 집중 투자해 초반 바람몰이를 시도하고 있다. 12월 한달 아이오와에서 ‘4강 주자’들이 직접 참석한 행사들만 봐도 바이든 25회, 부티지지 20회,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17회, 워런 14회에 이른다. 중도 노선을 달리는 바이든과 부티지지는 각각 ‘경륜과 통합’, ‘젊음과 소통’을 강점으로 내걸고 있다. 반면 워런과 샌더스는 ‘전 국민 의료보험’, ‘부자 증세’ 등 진보적 의제로 표밭을 갈아왔다. 최근 워런이 ‘증세 없는 전 국민 의료보험’으로 당내에서조차 현실성에 집중 공격을 받으며 지지율이 하락하는 사이, 샌더스가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미 전역에 걸친 민주당 주자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이 안정적 1위를 달리는 것과 달리, 아이오와에서는 부티지지의 지지세가 만만치 않다. 그는 12월12~16일 아이오와주립대 여론조사에서 24%로 샌더스(21%), 워런(18%), 바이든(15%)을 제치고 1위를 했다. 부티지지 지지자 행사에서 만난 로라 샌즈는 “미디어에 주로 의존하는 다른 지역들과 달리 아이오와에서는 사람들과 직접 접촉을 잘하는 게 중요하다”며 “부티지지는 그냥 당신 옆에 다가와 대화를 하는 사람”이라고 강점을 꼽았다. 그는 바이든(77), 샌더스(78), 워런(70)을 두고 “셋 다 너무 늙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도층과 흑인, 노동자 계층의 지지를 받고 있는 바이든 쪽 관계자는 “결국 바이든이 후보가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아이오와 유권자인 댄 라이너는 <디모인 레지스터>에 “바이든은 트럼프 시대의 혼돈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누가 민주당 후보가 되든, 관건은 트럼프와의 11월3일 맞대결이다. 그동안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주요 주자들은 트럼프와의 1 대 1 가상 대결에서 오차범위 밖 우위를 보였지만, 탄핵 국면이 본격화한 12월부터는 오히려 그 격차가 줄었다.

아이오와에서도 ‘트럼프는 싫지만 민주당에도 마음 줄 사람이 없다’는 민심을 읽을 수 있었다. 디모인 시내 맥줏집에서 만난 군인 출신 조시 팻깅은 “2016년 대선 때는 힐러리 클린턴이 싫어 트럼프를 찍었다”며 “이번에는 트럼프를 안 찍겠지만 민주당에서 누구를 지지해야 할지는 아직 결정 못 했다. 후보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음식점 종업원인 제프리 서윅은 “부티지지나 바이든 얘기들을 많이 하지만, 중도적 정책으로는 세상에 변화를 만들 수 없다”며 “샌더스가 후보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본선에서 하나의 후보를 중심으로 단단하게 뭉치도록 하는 게 민주당의 향후 주요 과제가 될 것임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미 정가에선 40%대의 트럼프 국정수행 지지율이 역대 대통령보다 낮은 수준인데도 견고한 고정 지지층과 이민·무역 정책에 대한 저변의 지지 등을 볼 때 그의 재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많다.

디모인·에임스/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지난 12월17일 오전 미국 아이오와주 디모인 인근 에임스에 있는 아이오와주립대 도서관 앞에서 민주당 대선주자 엘리자베스 워런을 지지하는 학생들이 다른 학생들에게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에임스/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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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는 미국 경제, 트럼프 재선까지 밀어줄까?

미 대선 최대 변수 ‘경제’…호황으로 트럼프 편

11월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 성공 여부를 가를 가장 큰 요인은 경제다. 제럴드 포드, 지미 카터, 아버지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한 데에는 처참한 경제 성적표가 주된 원인 중 하나였다.

현재 미국 경제는 호황으로 평가받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한 상황이다. 미 <시엔엔>(CNN)이 지난 12월12~1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6%가 미국 경제가 좋은 상태라고 응답했다. 1년 전 같은 조사 때의 67%보다 9%포인트 올라간 수치이며, 2001년 2월(80%) 이후 19년 만에 최고치다.

실제로 2019년 미 경제성장률은 다른 나라들보다 높은 약 2.3% 수준을 기록했고, 실업률(11월 기준)은 3.5%로 50년 만의 최저치를 찍었으며, 증시도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1단계 합의’를 이뤘고, 북미자유무역협정을 대체한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도 상원 통과만을 앞두고 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지난 10월 소비자 체감 경기와 주식시장, 실업률 등 3가지 경제 모델을 적용해 “미 경제가 견조한 수준을 지속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을 뛰어넘는 선거인단 득표를 무난히 확보해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언하는 보수 경제학자 스티븐 무어는 <폴리티코>에 “경기침체가 없는 한 트럼프 대통령은 좋은 위치에 있고, 경제가 더 강해지면 그는 정말 좋은 상황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표적 지표들만으로 미 경제를 낙관할 수 없다는 반론도 있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부자·기업 감세가 부유층에게만 혜택을 주고 중산층을 약화했다고 비판하는데, 공화당을 지지하는 저소득층의 절반도 이 지적에 공감하는 것으로 여론조사에서 나타난다. 1조달러에 이르는 재정적자도 비판의 대상이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 재선에 핵심적인 지역인 미시간·펜실베이니아 등 중서부 공업지역의 실업률이 미-중 무역전쟁 등의 여파로 미 평균치보다 높은 4%를 상회하고 있는데, 무역전쟁 관련 불확실성이 완전히 제거되기 전에는 안정적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정치적으로는 트럼프 대항마와 민주당 지지층의 대선 투표율이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민주당 주자들 가운데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본선 경쟁력이 가장 높은 것으로 여론조사에서 나타나고 있으나, 그의 나이(77)와 잦은 말실수 등에 대한 민주당 내부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2016년 대선 때는 상당수 민주당 지지자가 ‘힐러리 클린턴 대세론’과 클린턴에 대한 반감 등으로 투표를 포기해 트럼프 당선이라는 결과를 낳았는데, 이번에는 ‘트럼프 심판’ 열기가 얼마나 투표장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미 하원은 통과했으나 상원에서 부결될 것이 확실시되는 트럼프 대통령 탄핵 문제도 대선 때까지 논쟁거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양분된 하원 표결과 여론조사들이 보여주듯 탄핵은 친트럼프와 반트럼프 진영의 일상화된 정치공방이자 확증편향의 소재가 되어버린 측면이 강해, 그 자체로 대선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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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 거쳐 11월3일 대선…미시간·펜실베이니아 등 경합주에 승패 달려

미 대선 방식과 일정

미국 대선은 각 당의 경선부터 대선까지 9개월의 여정으로 이뤄진다. 공화당과 민주당은 대체로 같은 날 같은 주에서 열리는 코커스(당원대회)나 프라이머리(예비선거) 방식으로 각 당의 대선 후보를 결정한다. 대부분의 주는 당원이 아닌 사람들도 참여할 수 있는 프라이머리를 채택하고, 당원들만 참여하는 코커스를 시행하는 주는 소수다.

경선 일정은 2월3일 아이오와 코커스(공화당·민주당)에서 시작해 6월6일 버진아일랜드 코커스(민주당)로 끝난다. 그 일정 중에서도 경선이 몰려 있는 3월3일 ‘슈퍼 화요일’이 중요하다. 이날 캘리포니아와 텍사스 등을 공통으로 포함해 민주당은 16개 지역에서, 공화당은 13개 지역에서 프라이머리를 한다. 슈퍼 화요일까지 마치면 각 당 후보가 되는 데 필요한 대의원의 절반 이상이 결정되기 때문에 후보 윤곽이 잡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의 단독 후보인 공화당은 네바다,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7개 주에서 코커스나 프라이머리를 아예 열지 않기로 했다.

대선 후보를 확정하고 본선 출정을 선언하는 전당대회는 민주당은 7월13~16일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공화당은 8월24~27일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한다. 이어 11월3일 대선을 치른다.

미 대통령은 선거인단을 통해 간접 선출한다. 총 538명(상원의원 수 100명 + 하원의원 수 435명 + 워싱턴 디시 3명)의 선거인단이 주별로 배정돼 있는데, 특정 주에서 승리한 후보가 그 주에 배당된 선거인단을 모두 가져가는 승자독식 방식이다. 선거인단 270명을 확보하면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나 조지 부시 전 대통령처럼, 전국 득표에서는 지고도 선거인단 수에서 앞서 대통령에 당선되는 경우가 생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에서 전체 득표에서는 힐러리 클린턴에게 250만표(1.6%포인트) 뒤졌지만, 선거인단에서 306명 대 232명으로 이겼다.

따라서 2008년 민주당(버락 오바마) 손을 들어줬다가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을 선택한 플로리다(선거인단 29명), 펜실베이니아(20명), 오하이오(18명), 미시간(16명), 위스콘신(10명) 등이 올해에도 대선 승자를 결정할 경합주로 꼽힌다. 2016년과 단순 비교할 때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 경합주 가운데 1~2곳을 민주당에 내주더라도, 뺏기는 선거인단 수가 36명을 초과하지만 않으면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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