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닷컴 밥솥 매출 3배 껑충"..무슨 일이?

정혜민 기자 2020. 1. 1.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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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분석으로 고객 맞춤형 밥솥 내놨더니 '대박'
경진 대회 열고 '실패 검색어' 분석 등 실험
롯데닷컴 MD가 빅데이터를 분석해 쿠쿠에 제안, 쿠쿠와 협업해 출시한 밥솥 상품 © 뉴스1(롯데닷컴 갈무리)

(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 = # 올해 6~10월 롯데닷컴의 밥솥 매출이 전년에 비해 230% 증가했다. 비결은 바로 '빅데이터'였다. 롯데닷컴의 디지털가전 MD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다른 롯데 유통계열사에 비해 롯데닷컴의 밥솥 매출이 유독 부진했다는 점을 발견했다.

그는 롯데닷컴의 밥솥 매출을 끌어 올리기 위해 빅데이터를 활용해 각 계열사에서 잘팔리는 밥솥의 특징을 파악한 뒤 롯데닷컴 고객을 위한 새 밥솥을 기획하기 시작했다.

각 계열사에서 가장 많이 팔린 밥솥 브랜드는 쿠쿠전자였고 인기 밥솥 상품의 평균 가격대는 30~40만원대였다. 또 고객들이 선호하는 밥솥 상품은 '풀스테인리스 분리형 커버', '에코커버드 웨이브 내솥' 등을 공통으로 갖추고 있었다.

이 같은 내용을 분석한 담당 MD는 쿠쿠전자에 접촉해 인기 상품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은 상품을 롯데닷컴 단독 상품으로 지난 5월 출시했다. 해당 상품은 롯데닷컴 주방가전 매출을 견인하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특히 이 밥솥은 롯데멤버스가 롯데 계열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2019 롯데 빅데이터 활용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거머쥐었다. 롯데그룹은 직원들의 빅데이터 활용을 장려하기 위해 매년 빅데이터 활용 경진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유통업계, 다양한 빅데이터 활용 노력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형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물론 온라인 쇼핑몰도 빅데이터 활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빅데이터를 잘 활용한다면 타사보다 훨씬 나은 고객 경험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아마존·알리바바 등 세계적인 유통기업에 비하면 국내 유통기업들의 빅데이터 활용 수준은 걸음마 단계라는 지적이다. 다만 다양한 빅데이터 실험이 진행되고 있는데다 관련 인프라가 발달해 있어 빠른 속도로 발전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2015년 독립법인으로 출범한 롯데멤버스는 '빅데이터 컨설팅 기업'을 표방하고 있다. 롯데멤버스는 3900만명 회원을 보유한 '엘포인트'를 운영하며 쌓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제휴사에 빅데이터 솔루션을 제공한다.

롯데멤버스의 빅데이터 솔루션을 통해 롯데 유통계열사를 비롯한 제휴사 160여 곳은 자사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점검해 보고 기존 상품군이 접근하지 못하는 시장은 어디인지를 파악할 수 있다.

SSG닷컴 검색 실패 화면 © 뉴스1(SSG닷컴 갈무리)

신세계그룹의 온라인 쇼핑몰 SSG닷컴은 고객이 검색어를 입력했을 때 원하는 상품이 나오지 않는, '실패 검색어'를 분석하고 있다.

SSG닷컴 바이어는 상품을 쇼핑몰에 올릴 때 고객이 입력할 것으로 예상되는 검색어를 함께 등록한다. 하지만 고객이 바이어가 예상하지 못한 단어로 검색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상품이 쇼핑몰에 입점해 있더라도 소비자가 입력한 검색어 예상 검색어가 매칭되지 않는다면 검색이 불가능하다.

이런 실패검색어는 한 달 동안 약 200만 개가 수집된다. SSG닷컴은 이 가운데 매주 1000개씩을 선정해 해당 검색어가 실패한 원인을 분석한다. 예를 들면 동서식품이 출시한 '맥심X카카오프렌즈' 기획상품은 '맥심카카오 콜라보레이션' 등으로 검색했을 때 검색에 실패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SSG닷컴은 고객들의 이 같은 검색 패턴을 파악한 뒤 유사한 상품의 예상 검색어를 보강한다.

쿠팡의 '로켓배송'에도 빅데이터가 녹아있다. 쿠팡은 고객 구매 패턴을 빅데이터로 수집한 뒤 이를 분석해 '어떤 지역의' '어느 연령대' 고객이 '어떤 상품'을 구매할지를 예측한다.

이렇게 예측한 상품은 인근 물류센터에 구비해 둔다. 고객에게 신속하게 배송하기 위해서다. 물류센터 안에서도 고객 구매 패턴 빅데이터를 활용해 상품을 배치하고 재고를 관리한다.

◇"국내 특화 빅데이터 개발 필요"

국내 유통기업들의 빅데이터 활용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알리바바, 미국의 아마존 등 세계적인 유통기업과 겨루기에는 국내 기업들이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중국 알리바바는 14억명에 달하는 인구를 상대로, 미국 아마존은 전 세계 소비자를 대상으로 영업하며 데이터를 수집하다 보니 그 데이터의 양과 질이 국내 기업들이 수집하는 것과 확연한 차이가 난다. 또 알리바바는 AI 전문 인력만 300여 명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은 국내에 특화된 빅데이터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국회에 계류 중인 '데이터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업들이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게 되면서 빅데이터 수준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여준상 동국대 교수(경영학)는 "해외에서는 빅데이터 투자를 일찍 시작한 데다 데이터의 양이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에 우리가 단기에 따라잡기 힘들다"며 "국내 기업은 우리나라에 특화된 빅데이터와 솔루션을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정근 건국대 교수(금융IT학)는 "고객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유통기업들에는 빅데이터 활용이 필수적"이라면서 "국내의 경우 규제로 인해 기업들이 수집할 수 있는 데이터가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heming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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