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예측 2020-부동산] "서울이라고 다 같은 서울 아니죠"..超양극화·超국지화 '예감'
매수 포기늘어 전셋값 자극 우려
이슈 몰린 2분기가 집값 변곡점
상반기 밀어내기 분양 '로또열풍'
2020년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는 인접한 지역이라도 입지와 수요에 따라 가격차가 벌어지는 초(超)양극화와 초(超)국지화가 될 전망이다. ‘핀셋 규제’라는 단어로 대표되는 정부의 추가 부동산 대책 역시 2019년보다 더 세분화해서 촘촘하게 펼쳐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정부의 고가주택 공시가격 현실화 방침과 3기 신도시 토지보상 본격화에 따라 해당 지역의 토지가격 변화 움직임도 주목할 부분으로 꼽힌다.
▶“오를 곳은 그래도 오른다” 2분기가 집값 변곡점= 전문가들은 지난 12·16 대책의 영향으로 2020년도 1분기에는 서울 집값 상승 움직임이 상당 부분 억제될 것으로 전망한다. 9·13 대책 여파가 이어졌던 것과 비슷한 ‘상저하고’ 양상을 보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12·16대책에서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금지, 종부세 및 공시가격 인상, 임대사업등록 혜택 축소, 거래 내역 조사 등 부동산 관련 전방위 규제가 강도 높게 적용되면서 당분간 주택 구매심리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올 6월 말까지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시행하는 한시적 양도세 중과 배제 조치로 보유세·양도세 부담을 줄이려는 급매물이 나올 경우 실거래가도 상당 부분 하락할 수 있다.
가장 주목되는 시기는 주요 이슈들이 몰려 있는 2분기다. 3월부터 공동주택과 개별 단독주택 공시가 예정가격이 주민들에게 공개되고 이의신청 과정에 돌입한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유예기한이 4월말에 종료되며, 4월 국회의원 총선거 결과에 따라 정부 정책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한국주택산업연구원(이하 주산연)에 따르면 올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1.2%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주택 매매가격의 경우 0.8% 상승하는 반면 지방은 0.9% 하락하면서 전국적으로 보합세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서울 주택시장 전망과 관련, 권영선 주산연 책임연구원은 “2019년 주택시장은 거래가 부진한 가운데 시장에서 초양극화와 초국지화가 진행됐고, 정부와 시장의 갈등·대립이 지속됐던 해”라면서 “서울 주택 매매가격의 경우 서울에 살기를 원하는 만성적인 대기수요와 누적된 공급부족 심리, 학군수요 집중, 유동성 확대, 새 집 선호 현상 등 잠재된 상승압력 요인이 여전하다”고 분석했다.
반면 수도권 주택시장은 3기 신도시 토지보상을 비롯해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착공 등 주요 이슈와 총선이 맞물리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이 올해보다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방의 경우 공급과잉 문제가 점진적으로 해소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고 조선·중공업 등 지역기반산업의 경기 개선 기대감, 규제지역 해제 등에 대한 효과로 하락폭이 계속 축소되는 양상을 이어갈 것으로 부동산 업계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최근 울산 등 부산·경남(PK)권의 집값이 오랜 부진에서 벗어나 바닥을 찍었고, 대구·대전·광주 등 이른바 대대광 지역은 강세를 유지하고 있어 내년에도 지역과 수요에 따라 국지적인 상승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전세시장 불안감↑…청약 과열도 우려= 내년 주택시장의 또 다른 화두는 서울 인기지역을 필두로 전세시장 불안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최근 입시제도 개편으로 학군 인기지역의 전셋값이 급등한 데다 분양가 상한제까지 시행되면서 청약 대기 수요들이 전세로 눌러앉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미 12·16 대책 이후 강남과 목동 등 ‘인기 학군지역’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빠르게 상승하는 모습이 서울 지역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나오는 매물이 한정적인 상황에서 주택담보대출이 막히며 자금력이 줄어든 매매수요가 전세수요로 돌아서고 있기 때문이다.
겨울방학 시즌이 신학기 대비 이주 수요가 가장 많이 증가하는 시기인데다 그밖에 전세가격을 자극할 요소들은 계속 추가되고 있어 2020년 전세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추세다.
전통적인 학군 강세 지역인 강남권을 비롯해 양천구 목동, 노원구 중계동 등은 최근 전세물건이 품귀현상을 빚으며 한달 사이 전셋값이 1억∼2억원 씩 오른 단지가 속속 나오고있는 실정이다.
9억원 초과 고가주택에 대한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당장 집을 사기보다 전세를 살면서 시장을 관망하려는 수요도 증가했다.
서초구 반포동의 A공인중개사는 “집을 사려고 했던 사람들도 전세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실수요자들도 급하게 사기보다는 전세 매물을 기다리면서 관망세로 돌아서고 있다”고 귀띔했다.
청약시장의 경우 2019년 이상으로 달아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이라는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의 분양 물량을 비롯해,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등 이미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분양가 상한제를 피해갈 재건축 단지의 일반분양물량이 올 상반기 중으로 쏟아진다.
이들 단지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규제를 받기 때문에 주변 시세보다 낮아 이른바 ‘로또 아파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 청약 점수 기준으로 만점에 가까운 대기수요가 대거 몰릴 수 있어 과열도 우려된다. 분양 상한제가 본격 시행될 경우 상한제 적용 지역으로 수요가 더욱 몰리는 반면 지방의 비상한제지역은 외면받는 청약 양극화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실제로 2019년 1월부터 10월 기준 전국의 청약 경쟁률은 20.3대 1의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2018년 15대1을 넘어서는 역대 최대 경쟁률이다.
지역별로 대전이 지난해 10월까지 평균 경쟁률 101.2대1로 경이적인 수준까지 치솟았고 서울도 55.6대 1을 기록 중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충북(0.4대1), 강원(0.2대1) 등은 미달 단지가 속출하며 양극화가 본격화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가주택·토지 공시가 급등 전망, 수익형 부동산 등 대체투자도 주목= 공시가격 움직임도 주목할 부분이다. 국토부와 한국감정원이 공개한 ‘2020년도 표준지 공시가격 예정액’에 따르면 서울 시내 주요 상업·업무용 토지의 공시가격이 평균 10% 안팎으로 상승할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현대차그룹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부지의 경우 2019년 ㎡당 5670만원에서 2020년 6500만원으로 14.6% 증가할 전망이다. 토지가격 급등에 따른 보유세 부담도 현실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시가격 현실화도 빨라진다. 국토부에 따르면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경우, 시세 9억원 이상 아파트를 집중 타깃으로 시세 9억~15억원 아파트의 목표 현실화율은 70%, 15억~30억원 아파트의 현실화율은 75%다. 시세 30억원이 넘는 초고가 아파트에 대해선 현실화율을 80%까지 맞추겠다는 계획이다. 2019년 기준 공동주택의 현실화율은 68% 수준이다.
토지가격 역시 앞으로 7년내 현실화율 70%에 도달하도록 지속해서 높일 것이라고 국토부 측은 밝혔다. 토지 현실화율은 2019년 기준 64.8%다.
주택시장의 고강도 규제로 인해 상가나 꼬마빌딩 등 수익형 부동산 투자 수요도 늘어날 공산이 크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주택 보유세 강화, 공시가격 현실화로 앞으로는 주택 수를 더 늘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은퇴자들은 보유주택을 매도하고 고정 수입이 나오는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선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양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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