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 외면하는 대전시..지역 공공기관들과 마찰음

박진환 2019. 12. 31.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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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철2호선 트램 선정..자기부상열차 기술 사라질 위기
2500억규모 지역화폐 발행도 대전의 조폐公 기술 외면
산림청의 전국 자연휴양림 통합 플랫폼에도 참여 거부
지역 공공기관들에 상생외치면서도 협력사업 '모르쇠'
허태정 대전시장이 대전 소재 공공기관에 지역인재 의무채용을 적용한다는 내용의 혁신도시법 개정안 국회 통과의 의미와 전망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대전시 제공

[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대전시가 지역 공공기관 및 중앙행정기관과의 상생 및 협력사업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대덕연구개발특구가 위치한 대전은 ‘과학도시’를 표방하면서도 정부출연 연구기관이 개발한 기술 상용화는 외면, 국비 4500여억원을 들여 개발한 첨단 기술이 사장(死藏)될 위기에 처했다. 대전시는 그간 지역 공공기관과의 상생을 외치며 지역인재 우선채용, 지역 기업 생산제품 우선 구매 등을 요구해 온 반면 이들 기관이 요청한 협력사업은 외면하는 등 이중 잣대로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인천시 중구 인천국제공항에서 자기부상열차가 시험운행되고 있다. 이 열차는 일본에 이어 세계 2번째로 개통하는 자기부상열차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국비 4500여억 들여 개발한 자기부상열차 기술, 대전시 외면에 사라질 위기

한국기계연구원(대전 유성구)은 1989년부터 2016년까지 총사업비 4584억원을 들여 도시형 자기부상열차 기술 개발을 완료했다. 2016년부터는 인천국제공항에 6.1㎞ 시범노선을 건설, 세계에서 2번째로 영업운행에 착수했다. 이에 민선5기 대전시는 2014년 4월 도시철도 2호선 기종으로 한국기계연의 자기부상열차를, 건설방식으로는 지상고가로 최종 선정·발표했다.

그러나 민선6기 출범후 권선택 당시 대전시장은 2014년 12월 도시철도 2호선의 건설방식과 기종을 트램으로 변경했다. 당시 대전시민들은 타운홀미팅을 통해 “지상고가 방식의 자기부상열차가 트램방식에 비해 더 낫다”는 의사를 전달했지만 권 전 시장은 “선거 공약을 지켜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워 트램 방식을 고수했다. 이후 민선7기 허태정 대전시장도 “도시철도 2호선 사업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이유로 사업을 강행, 현재 대전 도시철도 2호선을 트램 방식으로 착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 결과 한국기계연구원이 30여년 가까이 4500여억원 들여 개발한 한국형 자기부상열차는 수요처를 찾지 못했고, 결국 도시형자기부상열차실용화사업단은 해체됐다. 기계연은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새로운 수요처를 찾는다는 방침이지만 해외에서도 “한국에서 상용화된 후에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강원도는 최문순(가운데) 지사가 참석한 가운데 지역 화폐인 ‘강원상품권’(GangWon)을 유통하기로 하고 도안을 공개했다. 5천 원권, 1만 원권, 5만 원권 3종으로 잣, 철쭉, 두루미를 활용해 기술력과 공신력을 확보한 한국조폐공사에서 제작했다.사진은 오원종 경제진흥국장이 도안을 설명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4차산업혁명특별시 외친 대전시, 지역화폐 발행은 구시대적 카드 형태

대전에 본사를 둔 한국조폐공사도 최근 대전시에 섭섭한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한국조폐공사는 갈수록 사용량이 줄어들고 있는 종이화폐를 대신해 사업 다각화를 위해 블록체인 기반의 모바일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기술을 개발했다. 조폐공사의 이 기술은 현재 경기 시흥과 성남, 전북 군산, 충북 제천, 경북 영주 등 5개 지자체가 도입, 1500여억원 규모의 지역화폐를 발행·유통 중이다. 내년에는 12개 지자체가 이 기술을 통해 지역화폐 발행을 준비 중이고, 더 많은 지자체와 협의를 하고 있다.

반면 내년에 2500억원 규모의 지역화폐를 발행하기로 한 대전시는 이 기술을 외면, 단순한 카드 형태의 지역사랑상품권을 발행한다는 방침이다. 조폐공사가 대전시를 상대로 블록체인 기반의 모바일 지역사랑상품권 도입을 권유했지만 대전시는 내년 상반기 공개 경쟁 입찰을 통해 운용사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우선 카드 형태의 지역화폐를 발행한 뒤 모바일로 전환할 예정”이라며 “2021년까지 제로페이 형태의 모바일 지역화폐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산림청의 ‘숲나들e’ 메인화면.
사진=산림청 제공

◇전국 국공립은 물론 사립자연휴양림도 참여한 산림청 ‘숲나들e’, 대전시 공립 휴양림은 불참

정부대전청사의 산림청 역시 대전시에 대해 최근 부정적인 여론이 팽배해지고 있다.

산림청은 전국의 모든 자연휴양림을 한 곳에서 예약하고 결제까지 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 ‘숲나들e’ 서비스를 개발, 지난 18일부터 제공하고 있다. ‘숲나들e’는 유명산과 천보산, 팔공산 등 전국 147개 국립과 공립, 사립 자연휴양림의 예약부터 결제까지 가능한 통합 서비스 플랫폼이다.

그간 전국 자연휴양림이 운영 주체마다 각기 운영되는 예약시스템으로 국민들의 이용 불편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에 산림청은 2017년부터 전국의 모든 자연휴양림을 통합 예약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국민들과 공·사립 휴양림 운영자 등의 의견을 반영해 ‘숲나들e’ 개발에 성공했으며, 내년부터는 카카오의 인공지능인 카카오 i를 통해 음성 인식으로 예약 서비스도 도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정작 산림청이 있는 대전의 공립 휴양림 2곳에서는 ‘숲나들e’를 이용할 수 없다. 대전시가 장태산과 만인산 등 대전의 공립 휴양림 2곳에 대한 예약 시스템 변경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대전시는 “그간 시민들이 이용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굳이 바꿀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산림청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시 한 고위 관계자는 “타 기관과의 협력사업들은 사안별로 해당 부서에서 정리돼 기획실로 통합 처리해야 하지만 시스템적으로 미스가 간혹 발생한다”면서 “앞으로 이런 부분들에 대해 간부회의 안건으로 상정, 조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역 기관들간 상생협력 할 수 있는 협의체를 구성,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조언했다.

박진환 (pow17@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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