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원 대책 빠진 박원순 '부동산 국민 공유제'.. "실효성 의문"
박원순 서울시장이 27일 신년사를 통해 부동산 세입을 늘려 주거복지 재원으로 사용하는 ‘부동산 국민 공유제’를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이 같은 제안의 현실성과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가 활용할 수 있는 부동산 관련 세수 자체가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박원순 시장은 부동산 불로소득과 개발이익을 환수해 ‘부동산 공유기금’을 만들어 이같은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부동산과 관련된 세금 등에서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의미다.
현행법상 부동산 관련 세금은 집을 매입할 때 내는 ‘취득세’, 부동산을 보유하면 해마다 부과되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집을 팔 때 내야 하는 ‘양도소득세’ 등 크게 4종류다. 이중 종부세와 양도세는 국세이기 때문에 중앙정부에 귀속되고, 재산세는 자치구의 세수다.
온전히 서울시 재정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세수는 부동산 매매 거래가 발생해야 생기는 취득세뿐이다. 주택 취득세는 정부 규제로 올해 상반기처럼 주택 거래가 얼어붙으면 급감하기 때문에 세수를 예측하기 어렵다. 더구나 서울시의 세수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취득세를 부동산 공유기금으로 빼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박 시장은 "‘부동산가격 공시지원센터’를 만들어 부동산 공시가격이 시세에 접근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공시가격을 인상해 부동산 보유세를 증세하겠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개별 주택이나 토지의 공시가격은 국토교통부와 한국감정원이 산정한 표준 공동·단독주택 공시가격과 표준지 공시지가를 토대로 각 자치구가 최종 산정한다. 정부는 이미 시세 반영률을 70~80% 수준까지 올리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한 상태다.
게다가 부동산 공시가격을 큰 폭으로 인상해 관련 세금을 더 걷는다고 해도, 서울시 재정으로 귀속되는 금액은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재산세는 지방세법상 100% 자치구 재정으로 귀속돼야 한다"며 "현실적으로 구마다 세수 차이가 크기 때문에 25개 자치구로부터 재산세 수입의 절반을 일괄 징수한 다음, 이를 다시 각 구에 균등배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재산세 일부를 서울시 재정으로 흡수하거나 자치구별 분배비율을 조정하려면 관련 법 개정뿐 아니라 모든 구가 합의해야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서울시와 25개 자치구가 조율해 재산세 일부를 시 재정으로 이전할 경우에도 논란이 될 여지는 있다. 재산세는 양도세처럼 다주택자에게 중과되지 않고 보편적으로 부과되기 때문에 집을 가진 서울시민이라면 모두 증세 대상이다. 고액 자산가만이 아닌 집 한 채 가진 서민도 세 부담이 늘어난다는 의미다.
서울시가 사용할 수 있는 또 다른 카드인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역시 실제 세수가 충분치 않을 수 있다.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련 법률’에 따라 환수된 금액의 50%는 국고, 30%는 서울시, 나머지 20%는 해당구가 나눠받기 때문이다.
이 역시 예상보다 많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가 아파트 분양가격을 낮추기 위해 시행하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의 영향이다. 국토부는 지난 11월과 지난 16일 두 번에 걸쳐 서울 13개구 전체와 진행 중인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이 많은 강남·송파·영등포·용산·성북·은평구의 54개동을 분양가 상한제 대상으로 지정했다. 분양가격을 낮게 산정하면 재개발·재건축 조합원이 얻는 이익이 줄어들고, 재초환을 통해 추징할 수 있는 금액도 그만큼 적어진다.
결국 부동산 관련 세금으로는 서울시가 ‘부동산 국민 공유제’를 시행할 기금을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시가 기존 예산을 재배분하면 모를까,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국세 수입을 가져오거나 각 자치구 재산세수를 가져와 재원을 마련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이렇게 마련한 재원으로 실제로 집을 몇 채나 살 수 있을지, 주거 안정에 얼마나 도움이 될 지도 비슷한 사례가 없어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선진국의 경우 도시마다 세율이 다른 경우도 많고 지방세 항목을 신설할 수도 있겠지만, 외국의 경우에도 도시별 세율을 조정하려면 주민투표를 거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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