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열병 아직 위험한데"..DMZ·접경지 관광 독려하는 행안부

최정훈 2019. 12. 18.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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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 관광 활성화 위해 DMZ·접경지 여행코스 공모전
접경지역서 여전히 ASF 멧돼지 발견..중수본 "아직 위험"
DMZ 오염정도 파악 못해.."잠잠해진 바이러스 키울수도"
행정안전부에서 운영하는 디엠지기 홈페이지 캡처.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비무장지대(DMZ)와 접경지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바이러스가 검출된 야생 멧돼지 폐사체가 연일 발견되는 등 아직 ASF 위험이 큰 데 정부가 해당 지역 관광활성화에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ASF 중앙재난수습본부는 최근 바이러스 멧돼지가 민간인 출입통제선 밖에서도 계속 발견되고 있어 관광을 활성화하긴 이르다고 못 박았다.

행정안전부는 오는 25일까지 DMZ와 접경지역 홍보와 방문 활성화를 위해 디엠지기 홈페이지에서 DMZ·접경지역 여행코스 추천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다고 17일 밝혔다. 접경지역은 △인천광역시는 강화, 옹진 △경기도는 김포, 고양, 파주, 연천, 동두천, 포천, 양주, △강원도는 철원, 화천, 양구, 인제, 고성, 춘천 등으로 모두 15개 시·군이다. 또 공모전에서 수상한 사람에게는 태블릿PC와 스마트시계, 무선이어폰 등을 상품을 준다.

문제는 접경지역이 지난 9월부터 국내를 휩쓴 ASF 위험이 여전하다는 점이다. 지난 14일 경기 연천군 신서면과 강원 철원군 갈말읍에서 발견된 야생 멧돼지 폐사체 2마리에서 ASF 바이러스가 잇달아 검출됐다. 이에 바이러스가 검출된 멧돼지 개체수는 46마리로 늘었다. 발견 건수만 치면 사육 돼지 발병 건수인 14건보다도 3배 가량 많다.

지역별로는 △경기 연천 14마리 △강원 철원 16마리 △경기 파주 16건 등이다. 모두 DMZ·접경지역 여행코스에 해당하는 지역이다. 감염 멧돼지 건수는 잠잠해질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양돈 농가 첫 발병부터 3주쯤 뒤인 지난 10월2일 비무장지대 내에서 발견된 폐사체서 바이러스가 처음 검출된 이후 1주일 간격으로 꾸준히 감염 멧돼지가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ASF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여전히 야생 멧돼지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야생 멧돼지는 양돈 농가와는 달리 관리가 어려워 ASF를 전국에 퍼뜨릴 수도 있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 이에 10월부터 파주부터 고성까지 이어지는 약 200km 광역 울타리를 만들고 △파주·연천 △철원 동부 권역 △그 사이의 철원 서부 권역 등 3개 권역으로 나눠 2차 울타리를 설치한 뒤 밤낮 없이 폐수체 수색과 방역에 나서고 있다.

중수본은 아직도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특히 최근엔 민통선 밖에서도 ASF 멧돼지가 발견되면서 철원군과 포천시에는 양성개체 발견지점 10km 방역대 내 농가에 대해 이동제한 조치와 임상 및 정밀검사, 농가 진입로·주변도로·인근 하천 등에 대한 집중 소독 등 방역조치를 지시하기도 했다.

중수본 관계자는 “긴급행동조치에는 바이러스가 검출된 멧돼지 폐사체가 마지막으로 발견된 후 4개월 정도 지나야 안전한 단계라고 명시하고 있다”며 “현재 바이러스가 검출 멧돼지가 계속해서 발견되고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민통선 밖에서도 발견돼 대규모 관광은 위험할 수 있다”며 관광 활성화는 이르다고 덧붙였다.

DMZ는 더 심각하다.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해온 DMZ 평화의 길도 여전히 막혀있다. 특히 DMZ 내부는 국내보다 방역이 훨씬 까다로운데다 바이러스 상황도 파악이 안 되고 있다. 중수본 관계자는 “DMZ는 중수본 차원에서도 방역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군이 DMZ 내 작전경로를 다니면서 멧돼지를 발견하는 정도라 오염 정도를 파악하기도 힘들다”고 전했다.

이에 DMZ·접경지역 관광을 활성화하는 것은 그나마 잠잠해지고 있는 ASF 위험을 정부가 나서 다시 키우는 꼴이라는 지적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이번 공모전이 해당 지역의 관광 활성화 목적이 전혀 없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인정하면서도 “직접적으로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의도로 연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10월 11일 강원도 철원군 원남면에서 발견된 멧돼지 폐사체(자료=환경부 제공)

최정훈 (hoonis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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