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 보니 예쁨 뿜뿜..작은 생명들의 집들이

권귀순 2019. 12. 13.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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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집이 많다.

사람의 집만이 집이랴.

<우리 집> 은 반려견 아지와 산책하며 작은 생명들의 집을 찾아 나서는 책이다.

추운 날씨와 미세먼지에 포위돼 바깥 산책이 어려운 때, 책으로 만나는 작은 생명들의 집들이가 탁한 시야를 맑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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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아지와 나선 산책길에 만난 집이 되어주는 풀꽃
자연관찰의 기쁨과 생태 일러스트의 아름다움 전해줘

우리 집 글·그림 송현주/반달·1만5000원

세상에는 집이 많다. 더운 나라의 수상가옥, 추운 나라의 이글루, 여행자를 위한 하우스보트, 유목민의 집 게르, 빽빽한 도시의 아파트…. 사람들은 기후에 따라 사는 방식에 따라 다양한 집을 짓고 산다. 사람의 집만이 집이랴. 동물도 식물도 자기만의 집이 있다. 하지만 곧잘 잊는다.

<우리 집>은 반려견 아지와 산책하며 작은 생명들의 집을 찾아 나서는 책이다. 세밀화 생태 그림책과는 또 다른 시각적 아름다움의 세계로 초대한다. 면밀한 관찰과 이를 단순화한 그래픽 일러스트 기법의 그림이 풀꽃의 기품을 한껏 드높인다. 이미지에 집중하라는 듯 글줄은 두 문장씩. 나태주 시인의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는 진실을 도면에 풀어놓는 듯하다. 걸음마 아이의 때묻지 않은 눈으로 몸을 한껏 낮춰 웅크리고 보면, 그곳엔 우리가 보지 못했던 집들이 있다.

면밀한 관찰과 이를 단순화한 그래픽 일러스트 기법의 그림이 풀꽃의 기품을 한껏 드높인다. 그림 송현주, 반달 제공

노란 꽃잎 다섯 장, 초록색 하트모양의 괭이밥풀. 그 속에는 노란가슴청색잎벌레들이 줄기에 매달려 놀고 꽃잎 침대에서 잠을 잔다. 뾰족한 잎새의 잔디도 누군가의 집이 되는데, 길쭉한 메뚜기가 딱 붙어 주인장 노릇을 한다. 냉이꽃대궁을 집으로 삼은 무당벌레는 낭창 휘어진 잎사귀 미끄럼틀 호사를 누린다. 그런데, 자기 덩치보다 작은 개망초꽃에 내려앉은 나비는 지붕이 없다. 커다란 피마자 잎 지붕을 씌워주면 좋을까? 앗, 호랑거미네 집은 무서우니 돌아가자. 꿀이 가득한 아기벌들의 집은 부러움의 대상. 나뭇잎을 돌돌 말고 쏙 들어간 잠꾸러기 애벌레를 깨우다 달팽이집을 부술 뻔!

꿀이 가득한 아기벌들의 집은 부러움의 대상. 나뭇잎을 돌돌 말고 쏙 들어간 잠꾸러기 애벌레를 깨우다 달팽이집을 부술 뻔! 그림 송현주, 반달 제공

아지와 산책길에 처음 만나는 친구는 개미다. 개미는 하나의 좌표처럼 작은 동물들의 집을 소개하는 안내자가 된다. 책에서 개미는 아이의 집중력과 관찰력을 붙잡는 초점이 된다. 개미와 숨바꼭질하듯 발걸음을 늦추고 들어간 발밑 ‘작은 세계’ 풀꽃들은 고산에 가야 볼 수 있는 희귀종이 아니다. 늘 곁에 머물렀던 작은 이들이다. 몸을 조금만 낮추고 살았다면, 조금만 더 자세히 보았더라면 발견했을 이웃 친구. 이 작은 풀들도 누군가의 집이 되어주고 아낌없이 주고 있다는 사실에 미안한 마음이 든다.

2019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 콘텐츠 선정작으로, <꼭꼭 숨바꼭질> <꼭꼭 봄바람>을 펴낸 송현주 작가의 세 번째 그림책이다. 추운 날씨와 미세먼지에 포위돼 바깥 산책이 어려운 때, 책으로 만나는 작은 생명들의 집들이가 탁한 시야를 맑게 한다. 3살 이상.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그림 반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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