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특집ㅣ송년캠핑 르포] 2019 기해년도 흩날리는 낙엽처럼 지나가네요!

글 김기환 차장 사진 양수열 기자 2019. 12. 8.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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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휴양림 야영장의 데크 위에서 간소한 채비로 송년 미니멀캠핑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
산 그림자가 순식간에 야영장을 뒤덮었다. 오후 3시를 겨우 조금 지났을 뿐인데, 캠프사이트 주변에 추위가 어슬렁댔다. 머리 위 하늘은 파랗게 독이 올랐고 골짜기 단풍은 붉게 타올랐다. 귓가를 스치는 바람 속에 냉기가 완연했다. 2019년의 가을은 이렇게 화려하게 저물고 있었다.
송년캠핑을 위해 진안의 운장산자연휴양림 야영장에 자리를 폈다. 높고 깊은 산으로 둘러싸인 야영장은 더 없이 아늑했다. 캠퍼들이 몰리는 주말을 피했기에 분위기도 호젓했다. 그러나 날씨가 부쩍 추워졌다. 한겨울에 버금가는 추위를 이길 수 있는 장비들이 필요했다. 하지만 미니멀캠핑Minimal Camping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최소한의 장비만으로 캠프 사이트를 꾸몄다.
배낭 하나에 채울 수 있을 만큼의 간소한 장비만으로 즐기는 미니멀캠핑은 고수들의 야영 방식이다. 무거운 장비를 자동차에 가득 싣고 가는 오토캠핑과는 반대되는 개념이다. 장비가 많으면 야외생활이 편한 것은 사실이지만, 짐을 싣고 내리고 캠프사이트를 설치하고 철수하는 과정이 번거롭다. 그래서 오랫동안 캠핑하던 이들이 결국 간소하게 즐길 수 있는 미니멀캠핑에 눈을 돌리게 되는 것이다.
운장산 자연휴양림 야영장 옆 계곡의 가을 풍경.
운장산자연휴양림 야영장은 매표소에서 약 2km 도로를 따라 들어가야 나온다. 계곡 옆의 해가 잘 드는 평지에 20개의 야영데크가 설치되어 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100m 정도 걸어서 들어가야 한다. 손수레는 없었지만 문제 될 것이 없었다. 배낭을 메고 손으로 짐을 들고 한 번에 이동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야영데크에 텐트를 설치하고 의자와 테이블을 조립하니 캠프사이트 설치가 끝났다. 그런 다음 가지고 온 짐들을 하나 둘 정리했다. 불과 20분 만에 모든 준비를 마친 것이다. 이런 단순하고 간편한 시스템이 바로 미니멀캠핑의 매력이다.
“텐트 옆에 크리스마스트리를 세우고 싶지만, 번거로우니 촛불과 작은 장식등으로 분위기만 살려서 송년캠핑을 해보자고요.”
자연휴양림 야영장은 볕이 잘 드는 양지바른 곳에 위치했다.
한 해 동안 많은 취재산행에 동행했던 백은식, 임연택씨가 평소와 달리 캠프사이트 세팅에 심혈을 기울이는 기자의 모습을 보고 신기해했다. 하지만 모두들 송년캠핑의 의미를 이해하고 힘을 모았다. 눈으로 보는 주변 환경이 달라지니 확실히 파티 분위기가 살아나는 것 같았다. 미니멀캠핑으로 간소하게 준비했지만 부족함이 없는 자리였다.
산행 중 야영을 하는 것과 휴양림에서 즐기는 캠핑은 확실히 다른 부분이 많다. 일단 캠핑을 즐길 수 있는 환경에 차이가 크다. 평탄한 야영데크에서 쾌적하게 캠핑을 즐기며 취수장과 화장실, 샤워장 등 편의시설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차장에서 먼 위치의 캠프사이트도 문제가 될 것이 없다. 오히려 외떨어진 사이트가 호젓하게 송년캠핑을 즐기기 좋은 장소다. 짐을 줄여 미니멀캠핑 스타일로 준비하면 손쉽게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캠프사이트 설치를 마치고 늦은 점심을 먹은 뒤 느긋하게 낮잠을 즐겼다. 도시 생활에 부대끼며 쌓인 피로가 맑은 공기와 따스한 햇볕에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일행들 모두 30분쯤 세상 모르게 잠들었다. 하지만 그늘이 지기 시작하며 거의 동시에 잠에서 깨어났다. 반팔만 입고 앉아 있어도 훈훈했던 캠핑장이 갑자기 추워졌기 때문이다. 계절의 변화가 어느 곳보다 빠른 곳이 바로 산 속이었다.
장식등을 텐트에 설치해 송년캠핑의 분위기를 살렸다.
“잘못하면 감기 걸릴 것 같으니, 옷 입고 따뜻한 차 한 잔씩 하시죠!”
체온 유지를 위해 다운재킷을 껴입고 송년파티를 준비했다. 먼저 돼지목살구이로 시장기를 달랬다. 스토브와 프라이팬만 있으면 되는 미니멀캠핑에 어울리는 심플한 메뉴다. 송년회라고 꼭 거창한 요리를 준비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간소한 차림으로도 충분히 흥겨운 송년회를 즐길 수 있다. 물론 우리에게는 임연택씨가 목포에서 공수한 히든카드 ‘삼치회’가 있었지만 말이다.
돼지고기 목살 구이로 간단한 저녁을 준비했다.
구봉산 구름다리와 화려한 단풍의 조화
송년캠핑을 즐긴 다음날 느지막이 일어나 텐트를 걷었다. 펼쳐놓은 장비가 적으니 철수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았다. 여유롭게 아침식사까지 마치고 운장산자연휴양림 바로 옆의 구봉산으로 향했다. 휴양림에서 곧바로 운장산이나 복두봉으로 이어진 등산로도 있다. 하지만 구름다리가 있는 구봉산의 전망을 놓칠 수는 없는 일이다. 산행 시간도 운장산에 비해 짧아 송년산행지로 안성맞춤이었다.
진안 구봉산九峰山(1,002m)은 기암괴봉 9개가 한 줄기 능선에 이어지며 절경을 이룬 산으로, 그동안 금남정맥 최고봉인 운장산雲長山(1,125m)과 마이산馬耳山(678m)의 명성에 눌려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2015년 4봉과 5봉 사이에 100m 길이의 구름다리가 설치되며 인기 산행지로 부상했다. 특히 단풍철이면 전국에서 몰려든 산악회 버스로 혼잡을 빚을 정도다.
구름다리가 놓인 봉우리 위에 설치된 팔각정.
9개의 바위 봉우리로 이뤄진 구봉산은 최고봉인 9봉을 제외한 8개의 봉우리 높이가 비슷한 편이다. 하지만 봉우리를 오르고 내리는 고도차가 커서 산행 시 체력소모가 크다. 그런데 구름다리와 계단 등 안전시설이 보강되며 훨씬 쉽게 암릉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산행은 편해졌지만 짜릿한 조망은 변하지 않았다.
휴양림을 빠져나와 북쪽으로 4km 이동해 양명마을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여기서 마을길을 따라 걷다가 1봉과 2봉 사이 안부로 이어지는 산길로 접어들었다. 보통 1봉부터 순서대로 오르내리다 정상인 9봉을 거쳐 바랑재에서 하산하는 원점회귀 코스를 많이 이용한다. 구봉산의 핵심 경관인 암릉 구간만 돌아보려면 8봉과 9봉 사이의 돈내미재에서 절골을 통해 주차장으로 돌아올 수 있다.
주능선에 닿으면 톱날처럼 솟은 봉우리들의 오르내림이 시작된다. 주차장에서 40분 정도면 1봉 갈림길에 닿는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능선 산행이 시작된다. 가파른 산길 곳곳에는 튼튼한 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팔각정이 있는 4봉까지는 툭 떨어지듯 내려갔다가 다시 오르기를 반복해야 한다. 산행 중 줄곧 사방으로 펼쳐지는 시원한 조망을 감상할 수 있어 상쾌했다.
가을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주능선의 숲길.
“마이산이 멀리서 감상하는 산이라면, 구봉산은 올라와야 진면목을 알 수 있는 곳이네요.”
하루 전에 마이산을 올랐던 임연택씨가 구봉산의 멋진 조망에 감탄을 쏟아냈다. 진안에 이렇게 멋진 산이 있는지 몰랐다는 것이다. 게다가 산자락 주변으로 단풍이 화려하게 물들어 더욱 환상적인 풍광을 감상할 수 있었다. 송년캠핑과 절정의 단풍을 동시에 즐길 수 있어 의미가 있었다.
구봉산에 설치된 많은 계단 덕분에 수월한 산행이 가능하다.
팔각정이 세워진 4봉을 지나면 구봉산의 랜드마크인 붉은색 구름다리가 뻗어 있다. 해발 740m 지점에 시공된 무주탑 현수교 방식이라 주변 조망이 뛰어나다. 시원한 바람과 아찔한 고도감을 즐기며 구름다리 주변에서 한참 동안 시간을 보냈다. 사진과 영상을 촬영하며 깊어가는 가을을 만끽했다.
암릉 구간이 마무리되는 8봉을 지나 숲 속으로 내려서면 자그마한 공터가 형성된 돈내미재에 도착했다. 여기서 천왕암을 거쳐 주차장으로 내려서는 남쪽 계곡길이 갈려나간다. 우리는 귀경길의 교통체증을 감안해 그 코스로 이른 하산을 결정했다. 덕유산과 지리산까지 펼쳐지는 시원한 정상 조망은 다음을 위해 남겨두기로 했다. 사실 9봉으로 오르는 구간이 가파르고 긴 것도 이유 중에 하나였다. 송년캠핑의 후유증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아 무리한 산행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공기가 좋은 산 속이라 해도 송년모임에서 과음은 금물이다.
양명마을 주차장 하산길에 주운 먹음직스런 감.
구봉산의 랜드마크 구름다리.
휴양림 & 산행 정보
운장산자연휴양림은 구봉산 산행 들머리에서 승용차로 10분 거리에 위치했다. 구봉산에서 복두봉을 거쳐 1,087m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남쪽의 갈거계곡에 위치한 이 휴양림에는 숲속의 집 8동, 숲속수련장 1동, 산림휴양관 12실 등의 숙박시설과 야영장이 있다. 야영장의 데크는 총 20개로 한 곳에 모여 있다. 모든 데크에서 전기 사용 가능하며 온수 샤워가 가능한 시설도 갖추고 있다. 매주 화요일 휴무, 예약은 숲나들e 홈페이지(www.foresttrip.go.kr)에서 받는다.
구봉산 산행은 1봉부터 9봉 순으로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주능선을 완주하려면 주차장~양명교~1봉~2봉~3봉~4봉~구름다리~5봉~6봉~7봉~8봉~돈내미재~9봉(정상)~바랑재~바위봉~무덤(이정표)~천황사 코스를 탄다. 약 6.4km, 5시간 10분 소요. 암릉의 핵심 경관만 돌아보려면 주차장~양명교~1봉~2봉~3봉~4봉~구름다리~5봉~6봉~7봉~8봉~돈내미재~ 천황암~주차장 원점회귀 코스가 적당하다.
약 5.2km, 3시간 40분 소요.
용담호.
명소
마이산과 홍삼센터, 용담호 등 볼거리
말의 귀를 빼닮은 마이산(678m)의 암마이봉, 수마이봉은 설명이 필요 없는 진안군의 대표적인 명소다. 두 봉우리 사이 골짜기에 들어선 100여 기의 석탑의 모습도 빠트릴 수 없는 볼거리다. 진안의 홍삼한방센터에 즐비한 인삼가게에서 저렴하게 이 지역 특산품인 인삼을 구입할 수 있다. 인근 홍삼스파(063-433-0396)에서 초가을 추위 속에 캠핑을 즐기며 굳은 몸을 따뜻하게 풀어 줄 수 있다. 진안 8경 중 2경인 용담호 주변 40km 도로는 산과 호수가 어우러진 드라이브코스다. 진안의 대표적인 피서지인 백운동계곡과 운일암반일암도 반드시 들러야 할 곳들이다.
마이산.
맛집(지역번호 063)
진안의 맛집은 읍내와 마이산 입구에 모여 있다. 진안읍 ‘마이담(433-5535)’은 홍삼시래기밥과 함께 내놓는 떡갈비 정식이 1만2,000원이다. 화학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 깔끔한 맛이 특징이다. 진안시장 내에는 ‘빵돌이네 멸치국수’는 착한 가격의 맛깔난 국수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물국수 3,500원, 비빔국수 4,000원으로 가성비가 뛰어난 곳이다. 마이산 입구 ‘초가정담(432-8840)’은 산채비빔밥 등 토속음식이 맛있다. 4인 알뜰세트 5만 원이다.
교통(지역번호 063)
서울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진안까지 하루 2회(10:10, 15:10) 직행버스가 오간다. 요금 1만7,200원. 약 3시간 소요. 전주에서 진안행 버스는 약 30분마다 운행한다. 30분 소요. 진안시외버스공용정류장(063-433-2508)에서 ‘내처사’ 방향 군내버스가 하루 1회(14:50) 운행한다. 운장산자연휴양림과 구봉산 주차장에 정차한다. 진안개인택시(063-433-5959)를 이용할 경우 휴양림이나 구봉산 주차장까지 2만5,000원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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