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동고동락한 22년, 행복한 일자리를 선물합니다
- 김영미 경기 은행고 교사
특수학급 학생 직업교육 맡아 카페 바리스타 등 취업 도와
"학생들 자립할 수 있도록 돕고파"
3일 오전 경기도 시흥시 은행고등학교 진로직업교육실. 6명의 중증 지적장애 학생이 땀을 뻘뻘 흘리며 치즈가 올라간 베이글 빵을 굽는 데 몰두하고 있었다. 어떤 아이들은 끓는 물에 반죽을 조심스럽게 데치고, 다른 아이들은 빵 위에 블록을 쌓듯 작게 자른 치즈 조각을 하나하나 올렸다. 오븐 속에서 빵이 구워지면서 고소한 냄새가 퍼졌다. 이렇게 만든 빵을 베어 문 한 학생은 "이게 진짜 우리가 만든 빵이에요? 너무 맛있어서 눈물이 나요"라고 소리를 질렀다. 웃고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김영미(48)씨의 눈도 웃고 있었다. "아이들이 학교를 떠나서 어엿한 사회인으로 자랄 수 있도록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려고 해요."
김씨는 은행고 특수학급에 다니는 18명의 직업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김동준(17)군은 "제과제빵사로 일하는 형처럼 빵 굽는 일을 하고 싶은데, 선생님이 매일 잘한다고 해주셔서 자신감이 생긴다"고 했다. 김씨는 22년 경력의 특수 교사지만, 직업교육 업무를 본격적으로 맡은 건 7년 전부터다. 그동안 가르친 50여명의 학생 가운데 12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아이들은 대형마트 카트 관리원, 커피전문점 바리스타 등으로 일하고 있다고 했다. 아이들은 지금도 불쑥 찾아와 "선생님 얼굴 보고 싶어 왔다"고 웃는다고 했다. 4년 전 졸업한 한 학생 어머니는 "아이가 오늘도 씩씩하게 출근했다. 칭찬받는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도해 주신 점에 감사드린다"며 김씨를 '올해의 스승'으로 추천했다.
김씨는 공주사대를 졸업하고 1997년 전남 순천에서 처음 교편을 잡았다. 당시 일자리를 잡아준 지적장애 학생 3명이 평생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순천 지역에 마땅한 장애인 일자리가 없어, 집과 한참 떨어진 전남 나주의 장갑 공장에 취업시켰기 때문이다. "가족과 멀리 떨어져 기숙사에서 지내야 하는데 과연 아이들을 행복하게 하는 건지, 걱정도 고민도 많았어요. 그때부터는 최대한 가족과 생활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아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김씨를 포함해 교사 7명이 '올해의 스승상' 2019년 수상자로 결정됐다.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표창장, 상금 2000만원, 해외 연수 기회가 주어진다. 시상식은 6일 오후 4시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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