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소고기에 치이고 수출도 부진..한우 '진퇴양난'

이명철 2019. 12. 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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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연구단 "홍콩 과당경쟁 여파 수출금액 감소세"
수입량 사상 최대..광우병 파동 美점유율 50% 넘어
"한우 품질 고급화와 해외 진출 지속 노력해야"
현대백화점에서 지난 8월 한우 선물세트를 선보이고 있다. 현대백화점 제공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국산 한우의 최대 수출시장인 홍콩에서 업체간 과당 경쟁에 수출 물량 정체와 수출 단가 하락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우수한 맛과 품질로 초기 시장에 정착했지만 덤핑 판매와 눈속임 판매로 한우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수출은 주춤한 반면 미국 등으로부터의 수입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한우 농가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 “덤핑·눈속임 판매, 한우 이미지 깎아”

2일 한우 수출연구사업단의 ‘한우 수출 국가 시장 및 제품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홍콩의 한우 수출 상황과 관련해 “초기 고급육으로 시장을 공략했으나 일부 후발 업체들의 무분별한 수출로 수출 물량이 정체하고 단가는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우는 지난 2001년 쇠고기(소고기) 수입 개방 후 수입육과 차별화를 위해 ‘한우 프리미엄’ 정책을 진행, 높은 금액의 고급육으로 자리 잡았다.

세계적인 고급육으로 인정받는 일본산 화우(와규)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품질을 갖고 있다고 보고서는 평가했다. 홍콩 소비자 대상으로 한국, 일본, 미국 쇠고기를 평가한 결과 한국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고 일본, 미국이 2~3위를 차지했다.

품질 경쟁력을 바탕으로 2015년부터는 홍콩으로 한우 수출을 시작했다. 홍콩 한우 수출액은 2015년 8만7000달러(약 1억원, 1t)에서 2016년 347만8000달러(약 47억원, 48t)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2017년 330만8000달러(약 39억원, 58t), 지난해 290만1000달러(약 34억원, 53t)으로 감소세다. 2017년에는 전년대비 수출 물량이 늘었음에도 단가가 하락해 수출금액이 감소했다.

보고서는 일부 후발 업체들이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실적을 내기 위해 등급이 낮은 한우를 저렴하게 판매하거나 덤핑 판매를 하는 등 중저가 가격으로 판매해 시장에 혼란을 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냉동육을 냉장육으로 바꿔 판매해 한우의 프리미엄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품질 수준이 균등한 화우에 비해 같은 등급이어도 품질이 천차만별이라는 현지 의견도 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보고서는 홍콩 쇠고기 시장에서 일본산 화우가 프리미엄 시장, 미국산 쇠고기는 중저가 시장을 차지하는 만큼 명확히 타깃을 설정해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저지방으로 화우와 달리 건강에 좋고 육즙이 풍부한 한우의 강점도 앞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 “수입산 증가세 지속…국내산 대비 필요”

해외 수출이 주춤한 사이 국내에서는 수입산 쇠고기의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올해 10월말까지 미국산 쇠고기 수입량은 20만9034t으로 전년동기대비 7.9%(1만5349t) 증가했다. 연간으로는 역대 최고 수준인 2003년(20만8636t)보다도 많은 수준이다. 수입 금액은 같은기간 10.4%(1만4558t) 늘어난 15억4242만달러(약 1조8277억원)다.

반면 올해 호주산 수입량은 17만5082t, 뉴질랜드산은 1만8371t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1.1%, 13.5% 감소하며 미국산에 자리를 내줬다.

올해 1~10월 한국 쇠고기 수입량(41만5112t) 중 미국산 점유율은 50.4%로 광우병 사태가 불거졌던 2003년(68.3%)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총 수입량(41만5685t) 중 미국산이 52.9%, 호주산 40.3%를 차지했다.

미국산 쇠고기는 2003년 광우병 발생 파동으로 이후 수입이 금지됐다가 2008년 재개한 바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가격 경쟁력을 갖췄고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수입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평가다.

쇠고기 수입량이 지난해와 올해 처음 40만t을 돌파하는 등 사상 최대 수준을 이어감에 따라 국내산의 대비도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내년에는 덴마크·네덜란드의 쇠고기 수입이 예정됐고 2025년 이후부터는 스페인·이탈리아·헝가리 등에서도 수입이 가능해질 수 있다.

보고서는 “지금까지 한우는 프리미엄, 수입육은 대중성으로 홍보했지만 향후 수입육이 고급·다양화할 경우 한우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며 “수입육과 한우의 품질에 차별이 없으면 소비자들은 고품질의 저렴한 수입육을 구매하게 될 것이므로 이에 대비해 한우 품질 고급화와 해외 시장 진출에 지속 노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우 수출연사업단 제공

이명철 (twomc@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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