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가정식 집밥과 전통주 스납스를 즐길 수 있는 회현동 '헴라갓(HEMLAGAT)'
이런 인연과 기대감으로 찾아간 집이 서울 회현동에 있는 헴라갓(HEMLAGAT). 남산 3호 터널 시내 쪽 입구 근처에 있습니다. 이 집은 스웨덴 집밥임을 강조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특별한 기교를 부리는 요리가 아니라 그네들이 일상으로 먹는 음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이 특징이지요. 'HEMLAGAT'이라는 말도 스웨덴어로 '집에서 만든' 이란 뜻이고요. 하지만 이 집이 요리만 즐길 수 있는 곳은 아닙니다. '행복한 식사의 기억'을 추구하는 헴라갓은 친구네 집을 방문한 것처럼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스웨덴 가정식 요리를 스웨덴 전통주인 스납스(SNAPS)와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아늑한 휴식과 더불어 스웨덴의 문화와 분위기를 체험할 수 있는 스웨덴식 퍼브(Krog)이기도 합니다.
다니엘은 스웨덴 남쪽 지방인 스코나 출신. 음악과 요리, 여행과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그는 덴마크계 완구 체인인 BR에서 매니저로 근무하던 중 중국에 꽂혀 2003년 중국으로 날아갔답니다. 1년간 중국 서부 여행을 계획했고 장기 비자를 받을 요량으로 쓰촨성 청두에 있는 중국어 학습 학교에 등록했다 거기에서 오수진 씨를 만났다네요. 당시 외국인 개인 여행이 금지됐던 티베트, 칭하이, 쓰촨, 신장 등 오지를 1년간 돌아다닌 다니엘은 스웨덴으로 돌아가 종전 생활로 복귀했지만 1년간의 색다른 경험은 그로 하여금 중국에 대한 관심을 본격적으로 갖게 만들었다네요. 2006년 다니던 회사를 퇴직한 다니엘은 본격적인 중국어 공부를 위해 낯익은 도시 청두로 다시 돌아갔고, 2006년 휴가차 청두를 방문한 오수진 씨와 재회해 2008년 결혼으로 이어졌답니다. 결혼 후 중국에 있는 스웨덴 회사에서 일을 다시 시작했지만 돈에 매몰되기보다 인생이 즐거워지는 일을 하자고 생각하게 되면서 어릴 때부터 그 스스로가 좋아했고 부모님도 관심이 많았던 요리 만들기가 떠올라 자연스럽게 직업으로 선택하게 되었답니다.
2009년 청두에서 스웨디시 카페 '카페스투간(KAFFESTUGAN)'을 열었을 때는 4년 연속 외국인이 선정한 청두의 베스트 카페로 이름을 올리는 영예도 얻었고, 중국을 비롯한 스웨덴의 TV와 일간지 등에서 기사로 주목받기도 했답니다. 중국에서 이처럼 잘나가던 이들 부부가 2014년 서울에 헴라갓을 오픈하게 된 것은 전적으로 부인인 오수진 씨의 모국이 한국이었기 때문. 중국에 있을 때도 매년 한 달은 서울에 들어와 머물렀기 때문에 서울은 다니엘에게도 낮선 곳이 아니라 또 다른 고향(Home away home)이었기 때문이지요.
오수진 씨도 다니엘 못지않은 다채로운 이력의 소유자이더군요. 서울 출신으로 대학 때 미술을 공부하러 미국으로 건너갔다가 마케팅으로 전공을 바꿔 미국에서 약 3년간 브랜드 마케팅 일을 했었답니다. 2000년에 귀국해 통신 장비 회사에서 해외영업을 담당했던 그는 당시 중국 시장의 잠재력에 주목하면서 청두에서 6개월간 중국어 연수를 했고 이를 바탕으로 홍콩 건설사를 거쳐 델 차이나(Dell China)에서 일을 했답니다. 이후 쑤저우에 있는 중국계 회사에서 일하다가 리먼브러더스발 경제위기를 계기로 주변의 많은 전문가 친구들이 해직되는 것을 보고 연봉만이 아닌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시작한 게 다니엘과 함께 문을 연 '카페스투간'. 자신의 인생을 다니엘을 만나기 전과 후로 구분할 정도로 남편을 각별하게 생각하는 오수진 씨는 그와 함께 카페스투간과 헴라갓을 운영하면서 일을 즐기는 법과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즐거움을 배우고 있다더군요.
아무리 가까워도 하루 종일 부부가 같이 붙어있으면 스트레스도 받을 법한데 이들 부부는 그런 게 없나 봅니다. 다니엘은 "같은 공간에 있지만 서로가 해야 할 일을 하다 보니까 갈등이 특별히 생길게 없다"고 하고, 오수진 씨는 음식점을 오픈한 동기가 부부가 함께 좋아하는 일을 하며 많은 시간을 같이 지내고 싶어서였기 때문에 비록 큰돈을 버는 일은 아니지만 지금 생활이 더없이 만족스럽다네요. 다니엘·오수진 부부와 긴 이야기를 나누면서 세속적인 욕심을 내려놓고 소소한 일상에 만족해하면 사는 모습이 부럽기 그지없었습니다.
일반적이지 않은 부부이다 보니 다니엘과 오수진 씨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이들이 선사해주는 스웨덴 가정식 요리 체험담도 말씀 드리지요. 헴라갓의 대표적인 저녁 메뉴로는 스웨덴 가정식 미트볼, 매시트포테이토와 그레이비 소스로 만든 '숏불라르', 스웨덴 남부 스타일의 돼지갈비 요리로 3번의 서로 다른 방식으로 오랜 시간 요리해야 맛볼 수 있다는 '스콘스크 레-벤', 레몬 소금으로 향을 낸 구운 연어 스테이크와 딜 크림소스 감자, 완두콩을 곁들인 '락스 메드 딜 스투바드 포타티스', 양파와 베리, 허브에 절인 엘크사슴 고기를 볶은 요리에다 버섯 크림 스튜, 오븐에 구운 하셀벅 감자 그리고 헴라갓의 특별한 베리 젤리를 곁들인 '엘기스카브' 등이 있습니다.
이 집의 점심 메뉴는 북유럽 점심 요리가 그렇듯이 비교적 가볍습니다. 특히 즐겨 먹는 것은 밑에만 빵이 있어 칼로 썰어 먹는 오픈샌드위치입니다. 훈제 연어나 절인 청어, 새우, 로스트비프 등을 잡곡 빵 위에 얹어 먹습니다. 소박한 건강식입니다.
헴라갓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스납스(SWEDISH SCHNAPPS·SNAPS). 스납스는 향이 첨가된 보드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들은 각기 특색 있는 자국만의 대표 스납스를 갖고 있다고 하지요. 독일 스납스가 과일을 증류해 만들고, 미국 스납스는 달콤한 리큐르인 것과 달리 스웨디시 스납스는 향이 첨가된 보드카입니다. 스웨덴에서는 스납스를 음식과 함께 마시며 특히 명절 만찬과 함께 즐긴다 하니 헴라갓에 들르시는 분이라면 요리만 즐기지 말고 스납스도 꼭 한번 음미해보시기 바랍니다. 보드카이다 보니 도수가 제법 있지만 혀끝은 타고 내리는 특별한 맛과 향이 스웨덴 요리와 조화를 잘 이루어주더군요. 헴라갓에서는 25종 이상의 스납스를 직접 만들어 손님들에게 제공하고 있다고 오수진 씨는 설명을 곁들여주더군요.
다니엘, 오수진 씨와 음식에서부터 그들이 살아온 인생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들 부부가 갖고 있는 낙천적인 성격과 여유가 부러웠습니다. 늘 조바심 내며 쫓기듯 살고 있는 우리네와 달리 삶 자체를 관조하며 여유를 갖고 즐기려는 이들 부부의 자세는 참으로 배울 게 많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인터뷰 말미에 오수진 씨에게 지금 얼마나 행복한지 물었습니다. "제가 선택한 인생이잖아요. 세상에 특별히 좋고 나쁨은 없다고 생각해요. 상황에 맞춰서 최선을 다하면서 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늘 행복하고 감사해하고 있습니다. 특히 다니엘을 만난 것을!" 다니엘 역시 오수진 씨를 꼭 안아주면서 동감을 표하더군요. 특별한 스웨덴 음식뿐만 아니라 열정과 겸손이 몸에 배어 있는 이들 부부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서울 한복판에 있다는 것이 참으로 좋았습니다.
♣ 음식점 정보
△메뉴
〔스칸디나비안 브런치 세트〕11:30~14:00
- 스프: 이달의 스프
- 메인: 실라마카 16,000원, 락스 스뭐레브러드 17,000원, 코올푸딩 메드 리스 17,000원, 퓌티판나 19,000원, 어브스먹닝스 메뉘 메드 씰 오크 스카겐살라드 20,000원
- 디저트: 선택음료, 차와 스웨디시 머랭
〔저녁〕17:30~21:30
- 북유럽 가정식 저녁 메뉴. 하우스 샐러드, 귀리빵, 치즈를 함께 제공
- 숏블라르 29,000원, 스콘스카 뤠-벤 37,000원, 빌드스빈스 그뤼따 35,000원, 스테크트 락스 32,000원, 엘기스카브 36,000원, 스토라 씰탈리켄 24,000원 등
〔사이드 요리〕
- 락스 뤄라 12,000원, 그라브릭스 14,000원 등 다수의 스웨덴 사이드 요리가 있음
△위치
- 서울 중구 소공로 35 남산 롯데캐슬 아이리스 123호, (02)318-3335
△영업시간: 11:30~14:00, 17:30~21:30 (일요일 휴무, 12월 21일~1월 9일 연말 연휴 휴무)
△규모 및 주차: 18석, 입주 건물 지하주차장 이용
△함께하면 좋을 사람: ① 가족 ★, ② 친구 ★, ③ 동료 ★, ④ 비즈니스 ★
♣ 평점
맛 ★ ★ ★ ★ ☆
가격 ★ ★ ★ ★ ★
청결 ★ ★ ★ ★ ★
서비스 ★ ★ ★ ★ ★
분위기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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