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선의 뇌가 즐거워지는 과학] 멸종위기 동물들이 인간에게 건넨 편지
작년부터 올해까지 중국에서만 돼지 1억마리(!)가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죽었다. 고래의 평균수명은 100년에 육박하지만, 인간이 설치한 통발 밧줄에 얽히거나 선박과 충돌해 30년도 못 살고 죽는 고래가 근래에는 전체의 80%가 넘는다고 한다. 호랑이는 지난 100년 동안 야생종의 97% 이상이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는 종은 꿀벌이고, 국내 토종벌은 이미 90% 이상 사라졌다는 보고도 있다.
돼지·고래·호랑이·꿀벌, 이 모든 동물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가까이 와닿는가? 앞으로 수십년 후에는 지구상에서 사라져 다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르는 동물은 이들 외에도 한둘이 아니다. 만약 이들이 자신에 대해 인간의 언어로 편지를 쓸 수 있다면 무슨 이야기를 할까? 바로 이러한 상상을 발휘해 최대한 그들의 시점에서 멸종 위기에 놓인 동물의 이야기를 따뜻하고 뭉클하게 편지로 쓴 책이 있다. 윤신영의 '사라져가는 것들의 안부를 묻다'(MID)이다.
돼지가 고래에게 쓴다. "오늘도 저는 악취와 소음을 견디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을 찾지 못한 채, 오로지 꿈과 환상에 의지해서 겨우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작고 힘없어 보이는 인간이지만, 동물에게는 전능한 신과 같아요. 저 같은 돼지는 가둬놓은 채 먹이고 키우며 가혹하게 다루고, 당신같이 커다란 동물은 멸종에 이르도록 잡아들이지요.… 그래도 당신이 인류를 미워만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을 보호할 노력을 하지 않는 건 아니니까요."
꿀벌이 호랑이에게 말을 건다. "사람들은 모르는 것 같아. 너와 나는 같은 시대를 산, 비슷한 연배의 동물이라는 걸.… 꿀벌은 감히 호랑이와 대적할 수 없는 미물처럼 느끼지만 지금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동물은 무엇 하나 다른 종보다 미개한 게 없어. 존재하는 모든 생물은 다 각자의 특성이 있을 뿐이지.… 한반도에서 사라졌지만, 호랑이야, 나 네가 너무 그리워."
동물들이 서로에게 편지를 쓰게 한 이유는 지구상 모든 생물이 서로 어떻게 연결돼 있는가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그리고 책은 이미 멸종한 네안데르탈인이 인류에게 보내는 편지로 끝난다. 결국 인류도 연결된 관계 안에서 공존을 지향해야 미래에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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