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橋 광고'를 아십니까?.. 차 막혀야 효과 좋은 한강다리 현수막
연말에 부쩍 느는 현수막 광고

'○○○ 연말 콘서트' '△△△ 디너 쇼' '크리스마스 특집 공연'….
눈썰미 좋은 운전자라면 연말 앞두고 한강 다리 난간에 붙은 현수막이 부쩍 늘었단 걸 눈치챘을 거다. 공상과학 영화 배경이던 2020년이 목전에 왔는데 쌍팔년도식 아날로그 현수막 광고가 나부낀다. 인쇄 광고, 방송 광고도 죽었다. 온 관심이 온라인 마케팅에 쏠려 있는 요즘, 과연 효과가 있을까.
한강 다리에 붙는다 해서 업계에서 불리는 이름은 '대교 현수막 광고'. 옥외 광고 전문 대행사들이 제작해 단다. 광고 대행사 이굳미디어 최영미 팀장은 "대행사 입장에서 큰 수익은 안 되지만 광고주 입장에선 한 번 해보면 계속하게 되는 알짜 광고"라며 "금액 대비 효과가 크기 때문"이라고 했다. 업체마다 시세는 조금 다르지만 1회 최소 열 장이 기본. 장당 5만~10만원 선(설치비 포함)이다.
대교와 맞닿아 있는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 하루 평균 교통량은 각각 25만8000여대와 25만2000여대. 전시 홍보용으로 대교 현수막을 자주 활용하는 한 광고주는 "다른 광고에 비해 매우 저렴하다"며 "불특정 다수에 24시간 노출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성비 최고"라고 했다.
TV 광고 황금 시청대가 인기 프로 직전이라면 대교 현수막 광고 명당은 상습 정체 구역. 꽉 막혀 가다 서다를 반복할 때, 운전자들 짜증 폭발할 때 광고 효과 만점이다. 시선이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 속도를 줄여야 하는 진입 램프, 콘서트나 공연 장소로 가는 길목에 있는 다리도 효과가 높다. 최영미 팀장은 "광고주들이 한남·잠실·영동대교 등 교통량 많은 다리를 선호한다"며 "대행사끼리 눈치 경쟁도 있지만 이미 설치된 현수막은 건드리지 않는 게 불문율"이라고 했다.
광고주는 주로 콘서트 기획사나 전시 기획자. 대부 업체도 있다. 중장년층 타깃 트로트, 디너쇼 현수막만 있을까. 광고업체 관계자는 "아이돌 콘서트 광고도 많다"며 "차량 운전자 나이가 낮아지기도 했지만, 부모랑 가족 나들이 가는 아이가 볼 수도 있고 아이 둔 차량 운전자가 '우리 딸 좋아할 콘서트네' 하고 주머니 열 수도 있는 거다"라고 했다. 공연, 콘서트 몰리는 연말연시가 대목이다.
문제는 불법이란 사실. 2015년엔 서울시설공단과 서울디자인재단이 불법 현수막을 설치할 수 없게 한강 다리 17개 외부 난간에 조형물을 설치했다. 부리가 뾰족한 새 모양 조형물을 1m 간격으로 붙였다. 하지만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는 법. 절묘하게 조형물을 피해 여전히 건다.
철거반과 설치 업체의 눈치 싸움도 치열하다. 업체 관계자는 "주로 나들이객이 많은 주말을 겨냥해 금요일 늦은 밤이나 토요일 새벽에 붙이면 월요일 오전에 철거되는 운명"이라고 했다. 새벽에 몰래 붙였다 단속 걸리면 떼기 때문에 '게릴라 광고'라 한다. 광고 시한도 담보할 수 없다.
복불복으로 과태료도 부과된다. 마포구청 도시안전과 관계자는 "민원이 들어오면 서울시설공단에 협조를 구해 철거한다"며 "과태료는 일반 콘서트 현수막 사이즈인 3~3.7㎡는 장당 24만원, 5~6㎡는 장당 59만원 정도"라고 했다. 한 업체 사장은 "불법이어서 대놓고 권장할 만한 방식은 아니지만 과태료 물고도 하겠다는 광고주가 끊이질 않는 걸 보면 분명 효과가 있다는 얘기 아니겠느냐"며 "자동차가 없어지지 않는 한 사라지지 않을 광고"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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