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전속거래 95%' 자동차판매 대리점 절반, '물량 축소' 등 불공정거래 경험
[경향신문]

특정 대기업 제조사들과의 전속거래 비중이 95%에 달하는 자동차판매 대리점들의 절반 가까이가 본사로부터 불공정거래행위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본사가 대리점 경영을 간섭하거나 일방적으로 제품 공급을 축소했다는 응답이 많았다. 자동차부품 대리점들도 ‘순정부품’ 구입을 강요받는 등 전속거래 비중이 높은 업종일수록 불공정거래가 많이 발생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7일 이러한 내용의 ‘대리점거래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9월2~30일 제약·자동차판매·자동차부품 등 3개 업종의 182개 공급업자와 1만5531개 대리점을 상대로 조사를 진행했다. 공급업자는 모두 조사에 응했고 대리점은 24.2%(3763개)가 응답했다.
조사 결과 전속거래 비중은 자동차판매업에서 95.1%로 가장 컸다. 자동차부품업도 73.1%로 높은 수준이었다. 제약업은 반대로 비전속거래 비중이 80.6%로 높았다.
전속거래 비중이 높은 업종의 대리점일수록 대기업 본사로부터 불공정거래를 겪은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속거래가 이뤄질 경우 물량을 공급하는 대기업과 이를 받아야하는 대리점 사이의 거래상 지위 격차로 부당한 거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판매점은 응답 대상의 절반 수준인 45.4%가 불공정거래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자동차부품점은 14.9%, 제약점은 7.3%가 이에 해당했다.
■자동차판매점 ‘경영간섭·물량축소’ 경험
자동차판매점은 본사로부터 직원인사 등 경영을 간섭받았다는 응답(28.1%)이 가장 많았다. 본사가 대리점과 사전 협의없이 물량 공급을 줄여 불이익을 받았다는 답변이 15.4%로 그 다음이었다.
자동차판매점의 48.7%는 본사가 대리점 매장에 특정 인테리어 양식을 요구하며 시공업체까지 지정해줬다고 답했다. 대리점들은 본사가 지정한 시공업체가 높은 인테리어 비용을 산정하는 것이 문제라는 입장이다. 아울러 본사로부터 판촉행사 참여를 요구 받았다는 비중(40.1%)이 다른 업종들보다 높았다. 반품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응답(29.7%)도 상대적으로 낮았는데, 이는 중고차가 되면 가격이 크게 하락하는 상품 특성이 반영된 반품정책이라고 공정위는 평가했다.
자동차판매점은 현대·기아차와 르노삼성차, 한국지엠, 쌍용차 등 제조사들로부터 차량을 공급 받아 위탁판매하는 비중(73.8%)도 높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동차 제조사들이 대리점에 판매가격을 결정(78.9%)하고 판매목표를 제시(88.2%)하는 비중이 다른 업종들보다 월등히 높았다.
■자동차부품점 ‘순정부품’ 구입강요 다수
자동차부품점은 본사로부터 주문하지 않은 제품을 구입하도록 강요받은 경험(29.2%)이 가장 많았다. 앞서 공정위의 현대모비스 ‘물량 밀어내기’ 제재 추진 이후 문제로 부각됐으나 불공정거래 가능성이 높은 해당 행위가 여전히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본사의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계약해지나 계약갱신 거절 통지(18.1%), 거래조건 불리하게 변경(9.5%), 공급물량 축소 및 공급지연(5.4%) 등을 경험했다.
현대모비스와 현대파워텍 등 자동차부품 본사가 대리점에 구입을 강요한 부품의 72.7%는 완성차 제조사의 ‘순정부품’인 것으로 조사됐다. 순정부품은 중소업체들이 만든 부품과 성능과 기술, 안전성 등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는데도, 제조사가 ‘순정’이라는 이름으로 부품당 최대 5배 높은 가격을 매겨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비판이 시민사회단체에서 제기된 바 있다. 대리점에 거래상 부담을 안겨 결국 소비자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참여연대 등은 지난 9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하면서 “순정부품 구매강요 행위에 대한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정위, 표준계약서 마련 및 조사착수 검토
자동차 분야 대리점들은 가장 개선이 필요한 사안으로 ‘대리점단체 구성권 보장’(자동차판매업)과 ‘영업지역 침해금지’(자동차부품업)를 꼽았다. 자동차판매 대리점들은 본사가 경영에 간섭하지 않고 시승차 비용도 부담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자동차부품 대리점들은 본사가 영업이익을 안정적으로 보장하고 제품을 원활히 공급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공정위는 이러한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해당 업종들에 대한 표준계약서를 만들어 다음 달 중 발표할 계획이다. 표준계약서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전속거래 비중이 높은 자동차판매업(66.1%)와 자동차부품업(46.4%)에서 많았다. 공정위는 자동차업체들을 상대로 문제가 된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조사에 착수할 수 있다는 방침이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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