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따라 맛따라 255ㅣ충남 가야산] '세계 유일' 토굴 속에서 발효된 광천새우젓

글 사진 박재곤 우촌미디어 대표 2019. 11. 26.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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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유일한 토굴발효방식으로 만든 광천새우젓.
수산물의 발효식품인 젓갈의 기원은 삼국시대나 통일신라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젓갈이 보편적인 우리의 음식이 되었음을 알 수 있는 기록은 <고려도경高麗圖經>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고려 인종 1년(1123년)에 발간된 이 책에는 신분의 귀천을 가리지 않고 상용하던 음식이 ‘젓갈’이라는 기록이 나온다. 이것은 젓갈이 국가의 의례음식, 궁중음식 그리고 일반국민의 상용음식으로 사용되었음을 의미한다. 젓갈이 발전을 거듭하면서 현재 우리만의 고유음식으로 자리 잡은 것은 삼면이 바다인 지형적 특성에 기인한 귀결이다.
우리나라의 여러 지방에는 젓갈만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시장이 여러 곳 있다. 이 중 충남 홍성군 광천읍의 ‘광천토굴새우젓’ 전통시장은 매우 특이하게도 시장임과 동시에 유명관광지다. 1926년에 개장해 100년의 역사를 눈앞에 둔 오랜 전통의 이 시장은 일 년 내내 전국 각지에서 찾아오는 외지 손님들로 활기차다.
최고, 최상의 품질을 자랑하는 광천토굴새우젓은 이름 그대로 새우젓을 토굴 속에서 발효시킨다. 새우의 원산지는 전남 신안 앞바다다. 신안에서는 앞바다에서 잡은 질 좋은 새우들을 1년간 간수를 뺀 천일염으로 간을 한다. 광천에서 이 새우들을 구입해 광천읍내에 산재한 토굴에서 90~100일 동안 발효시킨다. 토굴 안은 새우젓을 발효시키는 데 가장 적절한 온도 13~15℃, 습도 85% 이상을 일 년 내내 유지한다. 토굴발효방식은 오직 광천에서만 볼 수 있으며 현지인들은 세계적으로도 유일한 방법일 것이라고 한다.
광천토굴 견학지원 및 상품구입, 택배상담 - 광천전통시장상인회 회장 김연형 010-5408-9671, 041-642-9671
가야골
가야산 산행나들목에 떠오른 샛별
충남 가야산은 예산군과 서산시의 경계를 이루는 산이다. 산자락 곳곳에는 백제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문화재가 산재해 있다. 등산이 주목적인 사람들은 대부분 예산 방면에서 산을 오른다. 가야산의 남쪽 자락은 예산군 덕산면인데, 덕산도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는 가야산은 예산8경 중 제2경이기도 하다.
자연스럽게 산행 후의 식사는 덕산면 쪽에 있는 식당에서 해결하게 된다. 가야산 산행의 제1나들목에 있는 ‘가야골’은 매력이 넘치는 식당이다. “외식업만 사반세기를 했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생기발랄한 안주인 김형순 대표는 “대도시에서 외식업으로 돈을 벌다 보니 문득 주변이 확 트인 농촌이 그리워졌다”고 했다. 그래서 귀농귀촌을 결심, 지금의 터에 자리를 잡고 도시에서 갈고닦은 음식솜씨를 뽐내고 있다.
메뉴 청계능이닭백숙, 볶음탕 각 5만5,000원. 오리능이백숙, 볶음탕 각 5만 원. 김치찌개, 동태찌개 각 7,000원
전화 041-338-1003
주소 충남 예산군 덕산면 가야산로 94
청암회관
명당에 자리 잡아 연중 문전성시
가야산을 오르는 길가에는 조선시대 최고로 이름난 지관 정만인이 점지한 남원군 묘가 있다. 남원군은 조선 제26대왕인 고종의 할아버지다. 고종의 아버지 흥선군은 아들의 왕위 등극을 위해서 자신의 아버지 묘를 이장해야만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두 임금이 나올 수 있다(2대천자지지二代天子之地)는 현재의 자리로 아버지의 묘를 이장했다. 이로 인해 흥선군의 아들 명복이 왕위(고종)에 올랐고 손자(순종)까지 왕이 되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남연군묘가 들어선 산자락 아래에는 ‘청암회관’이 들어서 있다. 단골손님들은 ‘명당 아래 명당에 자리를 잡았다’는 평이다. 사장인 명선화씨는 “정말 명당인지는 모르겠지만 전국에서 우리 식당을 찾아주는 손님들의 발길이 일 년 내내 이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메뉴 우렁쌈밥, 삼겹살 200g 각 1만2,000원. 돼지갈비 250g 1만1,000원. 불낙전골 1만 원
전화 041-337-0085
주소 충남 예산군 덕산면 옥계신토길 14
한밭식당
옛날식 불고기맛으로 유명세
토굴새우젓의 본거지 광천은 외지 사람들로 늘 붐비는 고장이다. 장항선 기차역 광천역이 있고, 서해안고속도로가 뚫려 있어 서울이나 수도권은 물론이고 전국 어디서나 쉽게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북적거리는 전통시장 안에서도 가장 사람들이 많이 찾는 식당은 ‘한밭식당’이다. 평일, 주말을 가리지 않고 항상 점심시간이면 비어 있는 식탁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차려내는 음식이 ‘옛날식 불고기’다. 홍성한우는 이 지역 특산품 중의 하나다. 원유석, 전재경 대표는 “우리 식당에선 홍성의 정통한우불고기를 제대로 먹을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메뉴 불고기 1만4,000원
전화 041-641-2311
주소 충남 홍성군 광천읍 광천로 299번길 6-1
완산 김성달 선생(좌)과 아내.
영남알프스 배내골의 터줏대감
배내천트레킹 로컬스토리텔러 완산 김성달
“영남알프스의 심장부, 천혜의 자연경관을 갖춘 배내골에 ‘배내천트레킹길’을 만든 지 1년이 되었습니다. 전체 길이는 9.7km로 계류를 끼고 숲길로 이어지며 태봉, 장선, 선리, 대리 4개 마을을 마주 보고 걷는 길입니다. 이 길을 걷다 보면 억센 땅에서 거친 삶을 살아 온 사람들의 흔적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또한 시와 명언을 담은 캘리그라피 80여 점을 걸고, 솟대 등 조형물도 설치해 마치 갤러리를 돌아보는 것 같도록 했습니다.

4개 마을 구간마다 새 이름도 지었습니다. 파래소폭포 입구에서 시작되는 태봉마을 구간은 ‘사색의 길’, 장선마을구간은 통도골도 있고 영화 <달마야 놀자>의 촬영지여서 ‘득도의 길’이라 했습니다. 선리는 들판에 사과나무가 많아 ‘풍요의 길’이라는 이름을 부여했습니다. 그리고 대리는 밀양댐 상류로서 수량이 풍부한 계곡을 지나므로 ‘지혜의 길’로 명명했습니다.

이 길들에선 ‘숲에서 길을 묻는다’는 문장이 자주 등장합니다. 삶이 고달파 길을 잃어버렸다면 이곳에서 그 길을 찾아보란 뜻입니다. 마음에 작은 촛불을 켜고 이 길을 걸어 보시면 반드시 길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배내천트레킹길을 기획하고 조성한 완산莞山 김성달 선생은 1980년대 말, 신군부가 막바지에 이르러 세상이 요동칠 무렵에 영남알프스를 수십 차례 오르내리다가 그 심장부인 배내골에 터전을 잡았다. 그는 산골 오지라 간혹 유배지 같다는 느낌도 들었지만, 자연이 들려주는 삶의 지혜가 그를 철들게 했다고 한다. 젊고 여린 아내가 묵묵히 어려운 여건들을 함께 극복하며 큰 힘이 되어 준 점은 늘 고맙게 생각한다고 했다.

김 선생은 배내골에서 산장과 산촌음식점을 30년 넘게 운영했다. 그는 전국 각지에서 이곳을 찾아 온 많은 사람들과 친분을 쌓고, 때로는 영남알프스를 취재하러 온 취재팀들의 캠프가 되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또한 도시의 삶을 버리고 산으로 들어왔기 때문에 더욱 값진 삶을 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기도 했다고 한다. 이에 겨울이면 산장의 문을 닫고 히말라야, 티베트, 킬리만자로 등을 다니며 인생의 답을 얻고자 했다.

나이 60을 넘길 무렵, 마침 운영하던 산장을 국가에서 인수하면서 자유로움을 얻은 김 선생은 오랫동안 꿈꿔왔던 ‘길 만들기’를 시작, 배내천트레킹길을 탄생시켰다. 지금도 완산 선생은 ‘골 안에서 빙그레 웃는 행복한 산 모습’을 한 채 길 어딘가를 걷고 있을 테다.
김성달 선생이 배내천트레킹 코스를 설명하고 있다.
배내골산장
흑염소숯불구이 맛집, 단합대회 적소
배내골은 영남알프스 속의 아름다운 긴 계곡으로 유명한 곳이다. 주변은 해발 1,000m가 넘는 높은 산들이 감싸고 있다. 예로부터 계곡 옆으로 야생 배나무가 많이 자란다 하여 이천동梨川洞, 순우리말 ‘배내골’로 불린다. 지금은 이 계곡이 밀양댐의 상류가 되어 산자락을 타고 흘러내리는 맑은 계곡물들로 한 폭의 그림을 연출하고 있다.
이 물줄기의 길 건너편 산자락 숲길이 이제는 편안하게 걸어가며 조용히 삶을 생각할 수 있는 ‘배내천트레킹길’로 변신했다. 반나절 정도 걸리는 이 길을 걷고 난 뒤 출출해진 배를 채우려면 ‘배내골산장’을 찾으면 된다. “배내골의 대표 음식점이 되겠다”는 당찬 의욕을 가진 부산 출신 공효식, 김미영 내외가 운영하는 이곳은 시설이 널찍해 단체 단합대회 장소로도 안성맞춤이다.
메뉴 흑염소숯불구이 150g 2만5,000원. 1마리 예약가능(시세). 꾸지뽕닭백숙 5만5,000원
전화 055-388-8265
주소 경남 양산시 원동면 배내로 748 (선리 368)
수림가든
마을의 풍속도 내방객들의 취향까지 파악
교통이 불편했던 옛날엔 배내골은 오지 중의 오지였다. ‘배내골 가는 길만큼 멀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는 옛말이다. 이젠 자가용뿐만 아니라 대중교통으로도 손쉽게 배내골을 찾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양산시 원동면 선리에 위치한 ‘수림가든’은 이러한 변화상을 모두 똑똑히 지켜본 20년 된 노포다. 감동구, 김순귀 대표 내외는 마을의 풍속을 속속들이 꿰고 있을 뿐만 아니라 외지에서 자주 찾아오는 단골손님들의 입맛 취향까지도 파악하고 있다고 한다. 텃밭에서 재배한 농작물로 음식을 차려내면서 순박하게 살고 있는 내외는 “교통이 편해져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 건 좋지만, 자연 훼손도 그만큼 심해져 안타깝다”고 했다.
메뉴 메기매운탕 (소) 3만 원 (대) 5만 원. 엄계백숙, 참옻닭, 닭도리탕 각 6만 원
전화 055-387-1016
주소 경남 양산시 원동면 배내로 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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