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건설투자 핵심은 '생활SOC·예타면제·노후SOC 개선'

김태규 2019. 11. 22.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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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 분야 정책포럼서
박선호 국토부 1차관 강조
"인위적 건설경기 부양 없어"
건설·교통 새 패러다임 구축에
스마트건설·GTX 역할도 부각
22일 오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한겨레신문사 주최로 열린 국토교통 분야 정책포럼이 진행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을 경기부양 수단으로 활용하지 않겠다”고 단언한 가운데 생활에스오시(SOC)와 예비타당성(예타) 면제 균형발전, 노후 에스오시 개선이 ‘문재인 정부 건설투자 3대 핵심정책’으로 떠올랐다.

박선호 국토교통부 1차관은 2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겨레신문사 주최로 열린 ‘에스오시 정책 새로운 접근으로 혁신성장 가능한가’ 주제의 국토교통 분야 정책포럼에서 “내수시장 성장세가 둔화되고 세계적으로 발주물량도 정체된 상황에서 건설 정책의 패러다임을 재점검하고 미래 전략을 세우는 노력이 중요하다”며 “문재인 정부의 에스오시 정책은 국민 생활 편의 증진을 우선으로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우선 중점을 두고 있는 건설투자는 지역별 문화·복지·공공보육시설, 미세먼지 저감 시설 등을 확충하는 생활에스오시다. 내년부터 3년 동안 예산 30조원이 투입된다. 박 차관은 “지역주민들의 복지를 보장하고 어디에 살든지 기초적인 생활 인프라를 누리는 여건을 만들겠다는 목표”라고 소개했다.

올해 초 전국적으로 20여개 넘게 확정된 예타 면제 사업은 국가균형발전의 핵심 수단이다. 박 차관은 “예타 면제 사업으로 향후 10년간 24조원이 투입된다”며 “전통적인 사업방식에서 탈피해 스마트 건설이나 개발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과실을 지역과 공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래된 사회기반시설을 선제적으로 개선하는 것도 중요 사업 중 하나다. 박 차관은 “30년이 넘는 에스오시 비율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데 현재 수준을 근근이 유지 관리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앞으로 연간 국비 5조원, 공공기관 3조원씩 4년 동안 32조원이 들어간다”며 “노후 에스오시 성능 보강 투자를 통해서 수명을 늘리고 경제성도 아울러 확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년도 정부 에스오시 예산안은 올해 대비 13% 늘어난 24조원이다. 박 차관은 주거복지 로드맵을 통한 연간 13만~15만호 공공임대 주택 공급과 3기 새도시 사업 등이 경기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 차관은 “부동산 정책은 서민들의 주거안정에 우선적 가치를 둬야 하며 부동산 정책을 경기부양의 수단으로 쓰면 시차를 두고 후폭풍을 가져왔던 경험이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도 ‘국민과의 대화’에서 말씀했지만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저해하는 인위적인 건설경기 부양엔 단호하게 선을 긋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차관은 이어 “무주택 실수요자 우위 시장을 조성하고 과도한 개발이익이 사유화하는 문제를 차단해야 하며 이를 위한 문재인 정부의 원칙을 지켜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기조발제에 나선 이성해 국토부 건설정책국장은 첨단기술을 활용하는 스마트 건설의 성장 가능성을 소개하며 건설드론, 건설로봇, 빅데이터를 활용한 자동설계(BIM) 등을 강조했다. 이 국장은 특히 건설드론을 활용하면 현장에서 흙이 들고 나는 토공량 관리를 통해 공기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며 “건설드론이 시장의 대세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국장은 “건설업의 디지털 지수와 생산성이 낮지만 그렇기 때문에 4차산업혁명 시대에 개선될 가능성이 더 크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날 포럼의 교통 분야 기조발제는 ‘지티엑스(GTX) 건설로 수도권 교통혁명 완성’이라는 주제로 나진항 국토부 철도투자개발과장이 맡았다. 나 과장은 “속도가 느렸던 도시철도의 한계와 빠른 고속철도의 장점을 접목한 것이 지티엑스”라며 수도권과 서울을 30분 이내로 잇는 지티엑스가 교통혁명을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 과장은 “서민들 입장에서는 출퇴근 시간을 단축하면 아침엔 가족들과 식사를 같이 할 수 있고 퇴근 전에 잠들기 전 자녀를 볼 수 있다”며 “빠르고 편리한 교통수단이 중요한 삶의 질의 척도”라고도 했다. 나 과장은 “지자체에서 지티엑스를 중심으로 도시철도·버스 등 환승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며 “시너지 효과가 더욱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티엑스 건설 기반 위에 조성되는 것이 3기 신도시다. 3기 신도시는 ‘선 교통 후 입주’를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조발제자인 신경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신도시기획단장은 “3기 신도시는 지티엑스를 통해 1·2기 신도시 등 주변 지역의 불편 해소를 위한 치유형 교통대책을 수립했다”며 “철도망을 중심으로 서울 도심으로 30분 안에 접근할 수 있으므로 자가용 출퇴근이 감소하고 미세먼지 저감을 촉진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신 단장은 △조사설계용역 연내 발주 △중소업체를 활용한 비아이엠, 드론 측량 적용 등을 통해 “건설투자를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22일 오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토교통 분야 정책포럼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이날 토론에선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예타 면제 사업’의 정당성과 효용성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졌다. 신영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책사업감시단장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가장 정쟁이 없는 상임위”라며 “예타 면제 24조원 사업은 4대강보다 더 큰 사업인데 야당에서 반발하지 않는다. 토건사업에 대해서는 여·야가 전혀 이견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 단장은 이어 “예타를 면제하게 되면 책임지지 않는 선례를 만들게 된다”며 “예타를 하고 타당성이 없다고 나오면 정치적으로 판단해 국민을 설득한 뒤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재학 한국교통연구원장은 예타 제도가 ‘에스오시의 빈익빈 부익부’를 불렀다며 손질을 주문했다. 오 원장은 “예타는 비용·편익 분석이기 때문에 수요가 있는 데만 들어가고 없으면 사업승인을 받을 수 없어 포용성장이나 균형발전에 위배되는 심각한 현상이 벌어진다”며 “교통의 종합적인 네트워크 투자분석이 선행돼야 하고 경제성을 분석하더라도 참고자료로 활용하는, 그래서 국가경제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포괄적으로 파악하는 방향으로 예타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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