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집트 배경 '운명적 로맨스' 강렬한 조명·화려한 연출 인상적

원작은 ‘개선행진곡’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의 오페라. 그러나 원작에선 줄거리만 가져왔을 뿐 뮤지컬은 온전히 ‘작곡-작사 명콤비’로 팝 역사의 한장을 장식한 ‘엘턴 존’과 ‘팀 라이스’ 작품이다. 특히 ‘아이다’의 이번 공연이 각별한 건 디즈니 측이 서울 공연을 끝으로 기존 브로드웨이판 해외 현지 공연을 종료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언젠가 다시 돌아온다 해도 이제까지 우리가 본 ‘아이다’는 이번이 마지막인 셈이다.
그래서 ‘그랜드 피날레’란 부제가 붙은 이번 ‘아이다’가 시사회를 거쳐 지난 16일 정식 개막했다. 당일 직접 확인한 무대는 국내 초연 이후 14년간 ‘최장기(초연 8개월) 대형 공연’, ‘700회 공연 돌파’ 등 여러 기록을 세운 작품답게 높은 완성도를 자랑했다.
설계도만 너무 훌륭하면 시공이 이를 따라가지 못해 오히려 졸작이 나올 수도 있는데 제작사 신시컴퍼니는 그런 우려를 불식시켰다. 마지막 시즌 첫 공연을 맞아 커튼콜 때 갈채 속에 무대에 오른 디즈니 측 협력연출 키스 배턴은 “그 어떤 프로덕션보다 훌륭한 작품이 나왔다”고 자부하며 특히 스태프를 칭찬했다.
그만큼 ‘아이다’ 무대는 인상적이다. 여느 뮤지컬보다 많은 장면이 다양하면서도 빠르게 전환하며 숨 쉴 틈 없이 이야기를 이어간다. 가장 자주 등장하며 아름다운 무대는 나일 강변이다. 저녁 노을, 때로는 푸른 밤하늘을 배경으로 강 건너 줄지어 선 야자수가 거울처럼 강물에 비치는 장면은 단순하나 매혹적으로 관객을 단숨에 고대 이집트 나일 강변으로 소환한다. 또 주홍빛 큰 돛을 펼치는 노예선, 사막의 밤을 촘촘히 밝히는 별들, 두 명의 배우가 와이어 액션으로 입체감 있게 대욕탕에서 수영하는 장면을 보여준 ‘암네리스’의 목욕탕 등은 기억에 오래 남을 장면이다.

완성도 높은 무대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은 배우들 열연이다. ‘아이다’는 공연 품질 관리에 엄격한 디즈니 작품답게 시즌마다 철저한 오디션으로 캐스팅을 완성한다. 이 때문에 주역 역시 재수, 삼수 끝에 ‘아이다’ 무대에 오른 경우가 많다. 첫날 저녁 공연은 ‘아이다’에 윤공주, ‘라다메스’에 김우형, ‘암네리스’에 정선아가 열연했다. 모두 한 차례 이상 같은 배역을 한 경험이 있기에 첫 공연답지 않은 기량을 선보였다. 록부터 가스펠, 발라드까지 다양한 형식의 주옥같은 엘턴 존 노래를 관객이 만족할 만큼 열창했다.
특히 초연 때부터 오디션에 참여했지만 네 번째 시즌에야 주역을 꿰찬 윤공주는 조국에 대한 헌신과 사랑을 놓고 갈등하는 비운의 여주인공으로서 성숙한 연기와 노래를 관객에 선사했다. 이집트에서 노예생활을 하는 누비아 동포를 접하며 철부지에서 벗어난 망국의 공주가 되어 깊은 갈등 끝에 영원한 사랑을 완성했다. 동포를 위로하고 절망에 빠진 그들에게 힘을 불어넣는 ‘예복의 춤(Dance of the Robe)’과 ‘신들은 누비아를 사랑한다(The Gods Love Nubia)’ 장면에서 그가 앙상블 배우들과 빚어내는 하모니는 때로는 호소력 있고 때로는 에너지가 충만했다.
뮤지컬 배우로서 전성기를 구가하다 1년여 중국 유학 생활에서 돌아온 정선아 역시 자신이 왜 ‘타고난 암네리스’인지 잘 보여줬다. 초연 때 ‘아이다’역에 지원했다 떨어지면서 “다음엔 암네리스역에 도전하라”는 평가를 받았던 정선아도 천진난만한 이집트 공주에서 권력의 비정함과 짝 잃은 사랑의 아픔을 겪은 파라오로 거듭난다. 약혼자의 진심을 알아챘으면서도 결혼식을 준비하는 장면과 장래 파라오로서 카리스마를 드러내는 심판정 장면에선 연기로, 쓸쓸하게 무대를 열고 닫으며 부르는 ‘모든 이야기는 사랑 이야기(Every Story Is a Love Story)’에선 노래로 자신이 쌓아온 내공을 보여줬다.
‘라다메스’만 세 번째인 김우형 역시 윤공주, 정선아의 열연 사이에서 존재감을 잃지 않았다. 자칫 적국 출신 노예와의 사랑 때문에 왕국을 버린다는 설정 때문에 비현실적일 수 있는 캐릭터에 설득력을 불어넣는 호연을 보여줬다. 서울 블루스퀘어에서 내년 2월 23일까지.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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