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한글작가대회 조형물 경주에 건립..5회 대회 성황리에 마쳐

장재선 기자 2019. 11. 14.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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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일 국제펜한국본부 이사장이 14일 오후 세계한글작가대회 기념조형물을 제막한 후 마이크를 들고 이 조형물을 경주에 세우는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있다. 손 이사장 오른쪽은 김경식 국제펜한국본부 사무총장. 장재선 선임기자.
제 5회 세계한글작가대회에 참석한 주요 문인들이 14일 건립된 세계한글작가대회 기념조형물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여서완 작가 제공.
세계한글작가대회 개막식을 빛낸 신라금 3중주 공연 장면. 장재선 선임기자.
대회 집행위원장인 김홍신 소설가의 개막식 사회는 매끄럽고 품격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서완 작가 제공.
대회 조직위원장인 이근배 시인이 14일 오후 경주힐튼호텔 대연회장에서 열린 폐막식에서 올해 대회를 성공적으로 마치는 소감을 전하고 있다. 여서완 작가 제공.

- 손해일 대회장 “천년고도 경주서 한글작가대회를 5회째나 열었다는 것 큰 의미”

- 국내외 주요 문인들 참석해 12~14일 열띤 강연과 토론으로 한글문학 세계화 모색

세계한글작가대회 기념조형물이 경북 경주에 건립됐다.

이 대화를 주관하는 국제펜한국본부(이사장 손해일 시인)는 14일 오후 4시 경주화백컨벤션센터 정문에서 건립식을 열었다. 시인인 김경식 국제펜한국본부 사무총장이 진행한 이날 건립식은 손해일 이사장을 비롯해 이근배 대회 조직위원장(대한민국예술원 회원·시인)과 펜한국본부 부이사장인 김용제 시인(한국현대시인협회장), 전경애 소설가, 정용원 아동문학가 , 오경자 수필가 등이 참석했다. 대회 장소를 제공한 박영호 경주화백컨벤션센터(하이코)사장과 김석호 경주시 문화예술과장 등도 테이프 커팅에 참여했다. 김병민 전 옌벤대 총장, 장윤익 전 인천대 총장도 참석했고, 심상옥 여성문학인회 회장(시인)과 엄기원 아동문학가, 이승하 중앙대 교수(시인) 등 주요 문인들이 함께 했다.

손 이사장은 “천년고도인 경주에서 한글작가대회를 5회째나 열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며 “그것을 기리기 위해 이 조형물을 세운다 ”고 취지를 설명했다. 조형물 앞면은 ‘세계한글문학 민족혼의 요람, 경주’라는 제목으로 손 이사장이 글을 쓰고 석공예가인 김유제 시인이 새긴 문구를 담았다.

‘지구촌 으뜸인 한글은 겨레의 얼이요, 자부심이다. 빼어난 한글문학은 세계인의 심혼을 울리는 값진 유산이 될 것이다. 천년고도 경주는 이두, 향찰, 향가로 초석을 다진 한국문학의 요람이다. 국제펜한국본부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경상북도·경주시가 후원해 5회째 경주에서 개최한 세계한글작가대회는 한글과 경주와 국제PEN정신을 현창한 발자취요, 빛나는 금자탑이다. 이를 기리기 위해 우리의 뜻과 정성을 모아 이 조형물을 세운다.

올해 5회째 열린 세계한글작가대회는 12일 개막식을 필두로 성황리에 진행됐다. 국내 문인들과 더불어 재외 동포 문인과 외국인 한국학자들이 대거 참석해 ’한글과 한국문학 세계화‘를 주제로 토론했다.

개막식은 대회 집행위원장인 김홍신 소설가가 사회를 맡아 매끄럽고도 품격 있는 진행 솜씨를 보였다. 신라시대 군악대인 ’고취대‘와 ’신라금 3중주단‘이 식전 공연을 꾸몄고, 4인조 ’JL싱어즈‘도 풍성한 성량으로 노래를 불러 갈채를 받았다.

이광복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이경자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윤석산 한국시인협회장 등이 참석해 축사를 했다. 한국 문학계를 대표하는 주요 문학단체 수장들이 이처럼 함께 모여 한글작가대회를 축하하는 것은 대단히 뜻깊은 일로 평가 받는다.

주낙영 경주시장, 윤종진 경상북도 행정부지사 등에 이어 이근배 대회 조직위원장도 환영사를 통해 한글을 주제로 한 대회에 의미를 부여했다. 원로 문학인인 김후란 시인도 무대에 올라 축시 ’빛나는 우리 글 한글‘을 특유의 단아한 음성으로 낭송했다. 정소성 소설가와 한분순 시인 등 주요 문인들이 행사장을 가득 메워 분위기를 띄웠고, 김용락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원장도 자리를 지켰다.

이틀째인 13일 열린 강연회에서 알베르토 후베 독일 본대학 명예교수는 ’훈민정음에 나타나는 음양오행설과 정보기술의 관계 ‘에 대해서 설명했다. 그는 “훈민정음에 들어있는 음양오행 사상 내용과 정보기술은 이진법 등으로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그 이진법과 세종대왕의 세계관을 담은 컴퓨터라면 차세대 IT 주역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후베 교수는 2004년에 독일 대학 정교수 자격을 얻기위해 A대학에 ’훈민정음과 IT‘ 논문을 냈다가 좌절된 후 행정법원에 소송을 내서 승소한 경험을 들려줬다. 2008년 독일 법원 판결로 A대학에 논문을 제출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인정받고, 이듬해 본 대학에 논문을 제출해 통과 받아 정교수 자격을 획득했다는 것이다. 후베 교수가 “세종대왕의 공로와 그 정신을 인정 받기 위해 소송을 낼 수 밖에 없었다”며 웃자, 청중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이어 열린 강연에서 브러더 앤서니 서강대 명예교수는 “1980년 영국인 수도자로 한국에 와서 처음 한국어를 배웠기 때문에 잘못한다”면서도 우리말로 강연을 했다. 그는 글로벌 시대에 ’한글작가‘를 어떻게 규정해야 하는지에 대해 문제 의식을 던져줬고, 한국 시문학의번역 역사를 되돌아보며 번역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14일 열린 강연회에서 다시 마이크를 잡은 후베 교수 역시 번역이 문화 교섭 차원에서 어떻게 이뤄지는 지를 설명했다. 김병민 전 옌벤대학교 총장은 식민지시대에 중국에 망명했던 신규식 등의 문학을 살피며, 언어 경계선을 넘어 다양한 서사를 창조하는 문학의 가능성에 대해 강조했다. 대회 조직위원장인 이근배 시인은 ’한글은 나의 우주‘라는 제목으로 위대한 한글에 대한 경의를 표했다.

동국대 일본학연구소 연구원으로 있는 나리카와 아야 아사히신문 전 기자는 ’외국인이 바라본 영화 ‘말모이’와 ‘나랏말싸미’에 나타난 한글의 역사‘에 대해 강연을 했다. 그는 능숙한 한국어를 구사하며 “올초에 아사히 신문에 영화 ’말모이‘ ’유관순 이야기‘를 3·1운동과 여성의 항일이라는 주제로 소개했다”고 전했다. 그는 “3·1운동이 세계적으로 평가받는 이유 중 하나는 일본은 폭력적이었으나 조선인 운동은 비폭력적이었다는 것”이라며 “ 영화 ’말모이‘를 보며 말을 지키겠다는 사람들의 비폭력적인 항일 운동을 표현하는 방법이 여성 감독 작품이겠구나 싶었는데, 실제로 그랬다”고 했다.

그는 ’말모이‘에서 ’우리 딸‘’우리 가족‘이라고 하는 것을 보며 일본어는 ’나의 딸‘’나의 가족‘이라고 하는 차이가 있다는 것을 느꼈음을 전했다. 그는 영화 ’나랏말싸미‘에서 소헌왕후 역할이 컸다는 점을 강조하며 왕후가 여성의 주체적 삶을 설파하는 대목이 인상 깊었다고 했다.

이번 대회에서 임헌영 문학평론가, 홍정선 인하대 교수, 김호웅 중국 옌벤대 교수, 홍용희 경희대 교수, 존 프랭클 연세대 교수, 공광규 전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시인), 맹문재 안양대 교수, 신규호 시인, 이상옥 중국 정주대 교수, 홍성란 한국시조시인협회 부이사장 등이 강연을 했다. 김종회 문학평론가와 오형엽 고려대 교수, 방민호 서울대 교수, 양왕용 부산대 명예교수 등이 각 분과의 좌장을 맡고, 정과리 연세대 교수와 이숭원 서울여대 교수, 재미 문학인인 황미광 시인과 노려 작가, 김자원 작가, 이승희 시인, 김영중 작가, 재독 문인인 서정희 시인, 재 캐나다 문인인 이정순 시인 등이 토론에 참여했다. 김호운 한국소설가협회 상임 이사와 이형우 한국시인협회 사무총장, 한성옥 그림책작가협회 회장, 김정애 북한망명PEN센터 이사장도 토론자로 활약했다.

한편 이번 대회는 김율희 국제펜한국본부 편집장(아동문학가), 이애정 국제펜한국본부 사무차장(시인)과 이다경, 여서완 시인 등이 대회 사무국을 맡아 행사가 빛나도록 도왔다. 기획사로 선정된 현대아산의 전현철 부장을 비롯한 박성욱 차장 등 직원들도 사무국에 속해 원활하게 진행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참석자에 따라서 이견이 있겠으나, 현장에서 지켜본 기자 시각으로도 개성이 강한 주요 문학인들이 대거 참석하는 행사를 매끄럽게 처리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다채로운 내용이 포함돼 있는 문화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냈다는 것에 대해서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경주=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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