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3일' 하면서 가치관·인생관이 바뀌었어요"

박진영 2019. 11. 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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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그중에서도 KBS1 장수 프로그램 '다큐멘터리 3일'이야말로 각본 없는 드라마다.

"(2007년부터 '다큐멘터리 3일'을 하다 보니) 어느 샌가 제 안에 '이 사람은 주인공감이야'란 식의 틀이 생기는 게 두려웠어요. 그래서 지난해 카메라를 들고 미국 뉴욕에 가서 한국인이 아닌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다가가도 깊은 이야기가 나오는지, '다큐멘터리 3일'처럼 2개월간 혼자 시도해 봤습니다. '한국에서 온 다큐 감독인데 10년 넘게 일하다 보니 고민이 생겨 해답을 얻고 싶다' 하니 사람들이 마음을 열어주더라고요. 뉴욕 잭슨하이츠에서 다양한 인종과 종교를 취재했습니다. 결과물을 동료와 함께 영화로 만들어 보려 작업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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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비디오 저널리스트 박지현 촬영감독 / 노숙자서 대통령까지 안 만난 사람 없어 / "처음 만난 사람 마음 열게 하는 것은 진심" / '유 퀴즈 온 더 블럭'·'놀면 뭐하니?' 합류 / '예능 프로그램 속 다큐멘터리' 실험 나서 / 베이징올림픽때 '다큐'로 만난 이순자 선수 / 전국체전서 '유 퀴즈..'로 11년 만에 재회 / "믿음 있으면 인연의 끈은 끊기지 않아요"

다큐멘터리, 그중에서도 KBS1 장수 프로그램 ‘다큐멘터리 3일’이야말로 각본 없는 드라마다. 각본 없이 한 공간의 3일, 72시간을 담아내면서 매회 감동을 자아낸다. 카메라 뒤에는 박지현(39·여) 촬영감독이 있다.

원년 멤버인 프리랜서 비디오 저널리스트(VJ), 박 감독은 올해부터는 ‘예능 프로그램 속 다큐멘터리’ 실험에 나섰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유재석과 조세호의 사람 여행 여정을 따라가고, MBC ‘놀면 뭐하니?’에선 ‘대한민국 라이브’란 코너를 맡고 있다. 그렇게 다큐 디렉터란 또 다른 직함을 얻었다. 지난 29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만난 박 감독은 “제 직업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지난 29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만난 박지현 촬영감독은 “‘다큐멘터리 3일’을 하면서 가치관과 인생관이 바뀌었다”며 “사람들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 다른 사람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게 제 역할인 것 같다”고 말했다. 서상배 선임기자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한 그는 ‘다큐멘터리 3일’ 제작진인 학교 선배의 소개로 방송계에 입문했다. 무게 3㎏짜리 6㎜ 카메라를 들고 국내외 곳곳을 누비면서 노숙인부터 대통령까지, 만나 보지 않은 사람이 없다. 처음 만난 사람의 마음을 열게 하는 힘은 ‘진심’이다.

“‘다큐멘터리 3일’을 하면서 가치관과 인생관이 바뀌었습니다. 사람이 답이에요. 상대방에게 호기심과 애정이 진심으로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결과물, 카메라의 온도가 다릅니다. 사람을 대하는 시선의 차이가 카메라에 그대로 담기는 것 같아요. 촬영 전날 밤에는 ‘그 사람 말을 진심으로 들어주고 그 사람을 진심으로 궁금해하자’고 다짐합니다. 어떤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거나 머릿속에 질문을 갖고 가지 않아요. (인터뷰가) 불편하면 안 하셔도 된다, 괜찮다고 합니다.”

인생의 깨달음 못지않게 헤어짐의 미학도 배웠다. 그는 “인연이라 하면 만나야 하고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3일이란 시간 동안 (수많은 사람과) 인연을 맺고 떠나왔지만 믿음이 있으면 인연의 끈은 끊기지 않는다”면서 카누 여제 이순자 선수와의 인연을 설명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다큐멘터리 3일’을 찍으며 만났다가 최근 전국체육대회에서 ‘유 퀴즈 온 더 블럭’으로 11년 만에 다시 만났다. 그는 “이순자 선수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했는데 이 선수도 제가 궁금했다고 하더라”고 했다.
인연은 또 다른 인연을 만들어 냈다. ‘다큐멘터리 3일’ 팬인 김태호 PD와 인연을 맺고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놀면 뭐하니?’에 합류하게 됐다. 박 감독은 다큐멘터리 영화란 또 다른 도전을 준비 중이다.
“(2007년부터 ‘다큐멘터리 3일’을 하다 보니) 어느 샌가 제 안에 ‘이 사람은 주인공감이야’란 식의 틀이 생기는 게 두려웠어요. 그래서 지난해 카메라를 들고 미국 뉴욕에 가서 한국인이 아닌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다가가도 깊은 이야기가 나오는지, ‘다큐멘터리 3일’처럼 2개월간 혼자 시도해 봤습니다. ‘한국에서 온 다큐 감독인데 10년 넘게 일하다 보니 고민이 생겨 해답을 얻고 싶다’ 하니 사람들이 마음을 열어주더라고요. 뉴욕 잭슨하이츠에서 다양한 인종과 종교를 취재했습니다. 결과물을 동료와 함께 영화로 만들어 보려 작업 중이에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최근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으로 11년 만에 다시 만난 박지현 촬영감독(맨 왼쪽)과 카누 여제 이순자 선수(맨 오른쪽). 박 감독은 “믿음이 있으면 인연의 끈은 끊기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박지현 촬영감독 제공
사람 냄새 나는 인터뷰, 이야기 전달자란 역할에 앞으로도 충실하는 게 꿈이다.

“사람들이 마음을 잘 열어 줘서 사명감이 있습니다. 사람들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 제 방식대로 다른 사람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게 제 역할인 것 같아요. 제가 찍는 분도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행복하면 좋겠고, 보는 분들도 뭔가 느끼고 배울 수 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합니다. 혼자선 살 수 없다는 게 제 가치관이거든요. 내년에는 다른 인종이나 종교를 이해할 수 있는 창, 다큐 시리즈를 만들고 싶어요. 제 체력이 허락하는 한, 해 나가려 합니다.(웃음)”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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