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관 체험기①] 명찰 색깔에 담긴 범죄, 1박2일 교도관이 돼봤다

오문영 기자 2019. 10. 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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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의정부교도소 체험, 인권의식 전반적 향상된 교도소 변화..고소남발 부작용도

[편집자주] 교도소는 영화나 드라마 등을 통해 가끔 내부 모습이 소개된다. 하지만 '보안·폐쇄성'으로 인해 진정한 모습인지 확인하기는 어렵다. 머니투데이는 10월 28일 교정의 날을 맞이해 법무부가 마련한 '교도관 1박2일 체험근무' 기회를 가졌다. 미디어에 비춰진 것과는 다른 교도소의 모습을 3회에 걸쳐 소개한다.

지난 23일 오전 8시30분쯤 본지 기자는 의정부교도소 버스정류장에서 하차한 후 팻말을 따라 의정부교도소에 도착했다./사진=오문영 기자


의정부교도소 청사 전경/사진=의정부교도소 제공

지난 23일 오전 8시 30분쯤 의정부역에 내렸다. 의정부교도소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시내 특유의 부산스러움이 사라지고 초록 빛깔의 나무와 풀만이 보일 때쯤 '의정부교도소 정류장'에 도착했다. 정류장에 내려 왼쪽을 보니 교도소 방향을 안내하는 팻말이 보였다.

좁은 길을 따라 천천히 올라갔다. 쌀쌀해진 날씨에 괜히 긴장감도 들었다. 길에는 이른 아침부터 교도소를 찾는 인원들도 여럿 보였다. 한 중년 남성은 "출근 전에 아들을 면회하기 위해 왔다"고 했다.

함께 5분 정도 걸었을까. 의정부교도소에 도착했다. 즉시 안내를 받아 교도관 복장을 갖춰 입었다. 상의와 외투에는 기자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실감이 났다. 오전 9시30분 김승만 의정부교도소장에게 근무 신고를 마쳤다. 이후 의정부 교도소 전반에 관한 설명을 듣고 비밀유지서약서를 작성했다. 핸드폰 등 전자기기는 반납해야만 했다. 그렇게 의정부교도소에서의 1박2일 체험근무가 시작됐다.

지난 23일 오전 본지기자가 김승만 의정부교도소장 집무실에서 교도관 1박2일 체험근무를 신고하고 있다./사진=의정부교도소 제공

경기도 의정부시 고산동 소재 의정부교도소는 1982년 5월 6일에 지어졌다. 건물 연식이 40년이 다 돼가는 탓에 문을 새로 만드는 등 곳곳에선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의정부교도소는 남자수용동과 여자수용동으로 나뉜다. 기자가 근무한 남자수용동은 1동부터 9동까지 총 9개의 수용동으로 이뤄져 있다. 의정부교도소엔 미결수를 포함해 약 1400명의 수용자가 생활하고 있다. 교도관 인원은 380여명이다.

의정부교도소는 완화경비시설(S2)로 구분돼 징역 7년 이하 기결수들이 생활한다. 수백억원 횡령 혐의로 징역 4년을 확정 선고받았던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곳에 수용됐었다. 의정부교도소에는 의정부지방법원 및 고양지원(고양시·파주시) 관할 사건의 미결수를 수용하기도 한다.

◇교도소, 사회와 같으면서도 달랐다=오전 11시쯤 구내로 들어가자 점심식사를 위한 '배식차'를 끄는 수용자들이 보였다. 그들은 혹시나 있을 수 있는 안전사고에 대비해 종종 "배식자 지나갑니다"라고 크게 외쳤다. 목소리가 복도에서 쩌렁쩌렁 울리는 덕에 교도소 분위기는 삼엄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수용자와 동행하는 교도관은 서로 서슴없이 대화를 나눴다. 존댓말이 원칙이지만 때로는 "좀 깔끔하게 머리 좀 자르면 좋겠어" 등 장난스런 말투와 '하이파이브' 같은 제스처가 오가기도 했다.

오후 2시쯤 8수용동에서는 수용자와 교도관 모두가 한 목소리로 축하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수용자가 2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아 출소하게 된 것. 8동 내 수용자, 교도관 할 거 없이 '잘됐다', '다행이다' 라는 말이 연신 나왔다.

8수용동에서 근무하는 한 교도관은 "여기도 사람사는 곳"이라며 "친구 같기도 하고, 때로는 가족보다 더 많이 볼 정도로 붙어있으니 가족 같기도 하다"고 했다. 수용자들이 출소 이후 편지를 보내거나 인사차 찾아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했다.

하지만 중간중간 보이는 자물쇠와 철창문은 상반된 분위기를 연출했다. 수용자는 교도관의 도움 없이는 철창문을 통과할 수 없다. 수용자가 어디든 들어가기만 하면 즉시 자물쇠가 잠긴다.

서로 다른 복장도 한 몫했다. 수용자는 규정에 맞춰 제작된 복장을 입어야만 한다. 기결수는 파란색, 미결수는 황토색 복장을 입는다. 아직 형이 확정되지 않은 미결수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조금 더 자유를 보장받는 만큼, 사비를 들여 '하늘색 복장'을 구매할 수도 있다.

저지른 범죄를 나타내는 명찰의 색도 예외는 아니다. 명찰은 총 4개의 색깔로 구분된다. 하얀 명찰은 일반 범죄, 노란 명찰은 조직폭력 범죄나 '관심대상으로 지정된' 수용자의 복장에 달린다. 파란 명찰은 마약 범죄, 빨간 명찰은 사형수인 경우다. 의정부교도소의 경우 빨간 명찰은 볼 수 없다.

◇높아진 인권의식, 교도소도 변화=과거와 가장 달라진 것은 무엇일까. 교도관들은 사회 전반적으로 인권의식이 높아짐에 따라 변화한 '수용자의 처우'를 1순위로 꼽았다.

의정부교도소 운동장/사진=의정부교도소 제공

9년 전에 법원이 수감자 실외운동 제한은 위법이라는 판결을 내린 이후, 교도소 내 수용자들은 예외없이 30분 실외 운동을 보장받는다. 독방 수용자의 경우 사람들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적다는 이유로 1시간을 부여받는다.

의정부교도소에선 오후 2시쯤부터 각 수용동 별 운동시간이 부여됐다. 수용자 간의 범죄모의를 방지하기 위해 운동은 한 수용동의 절반가량 인원씩 차례로 이뤄졌다. 수용자들이 할 수 있는 운동은 걷기 등 맨손 운동과 족구 뿐이다. 이전에는 농구도 가능했지만 수용자 간 싸움이 빈번하게 벌어져 사라졌다고 한다.

식단 구성도 수용자의 의견이 담긴다. 의정부교도소의 영양사는 수용자 대상 설문조사를 토대로 단가와 칼로리를 고려해 한 달 단위 식단을 짠다.

수용거실 환경 등 전반적인 수용자의 생활도 개선됐다. 수용자들은 취침 등을 제외한 대부분 시간 동안 TV를 시청할 수 있다. 법무부 보라미방송에서 채널을 편성해 수용자들에게 고지한다. 뉴스나 인기 드라마는 생방으로 방영된다.

이외에도 교도소 내 수용자들이 인권 탄압을 신고할 수 있는 '국가인권위원회 진정함'이 설치되고, 8510권의 도서목록이 비치되는 등 변화가 일었다. 가족과 1박2일간 접견할 수 있는 '가족만남의 집'도 마련돼 있다.

◇"집단폭행으로 다 날린다"…인권신장에 따른 부정적 영향도=수용자의 인권의식이 높아진 여파로 교도관에 대한 '아니면 말고식' 고소도 급격히 늘었다. 의정부교도소에서만 교도관 대상 고소 건 수가 많으면 1년에 100건도 넘긴다. 2~3일에 한 번씩 고소장이 제출되는 셈이다.

고소는 대게 '반말을 했다'는 이유에서 이뤄진다. 의정부교도소에서 근무하는 한 과장은 "애매한 투의 말을 가지고 '반말'이라고 고소하는 것이 대부분"이라며 "고소를 했다가 아무일도 아닌 것으로 밝혀져도 수용자들은 아무 책임도 지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로 오후 8시쯤. 기자가 기동순찰팀(CRPT)과 4수용동에서 야간순찰 하던 때 한 수용자가 '고소 협박'을 하는 일이 벌어졌다.

수용자는 수용거실 내 화장실 문과 벽면에 다수의 종이를 붙여놓은 상태였다. 교도관은 "종이를 당장 떼라"고 지시했다. 시야가 가려진 곳에서 자살기도 등 위험 행위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용자가 거부하자 기동순찰팀 인원들은 결국 지시불이행임을 고지했고, 수용거실에 직접 들어가 종이를 뗐다.

수용자는 "이거 주거침입죄 아니냐"며 "집단폭행으로 다 날릴거야"라며 순찰팀을 협박했다. 그는 순찰팀이 4수용동을 떠날 때까지 큰 목소리로 "내가 검사보다 법 더 잘 알아", "너네는 문지기에 불과해"라고 말하는 등 으름장을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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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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