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들수록 빨리 가는 시간..거꾸로 되돌리는 법

오진영 인턴 2019. 10. 24.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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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쏙쏙]고령일수록 도파민 분비 감소해 시간 빠르게 느껴져..새롭고 자극적인 도전 도움돼

[편집자주] 하루하루 쌓여가는 스트레스와 피로, 당신의 건강은 안녕하신가요? 머니투데이가 건강 관리에 도움이 될 알짜배기 내용들만 쏙쏙 뽑아, 하루 한번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13년 9월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을 찾은 노인들이 그늘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 사진 = 뉴스 1

어느덧 11월이 성큼 눈 앞으로 다가왔다.

11월이 지나면 12월이고, 크리스마스 등 연말 분위기를 내다 보면 2019년 한 해도 끝난다. 한 해를 보내며 친구·가족들과 술잔을 기울일 때 가장 많이 들려오는 이야기는 '올 한 해 아무것도 안 했는데 벌써 1년이 흘러가 버렸다'는 푸념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이 빠르게 흘러간다는 생각은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거다. 한 취업포털의 설문 조사에서는 참여자들이 "직장인들이 체감하는 평균 시간의 속도는 69km"라면서, "20대는 평균 66km이고 30대는 69km, 40대 이상은 72km"라고 답하기도 했다. 초등학생 때에는 왜 이리 방학이 안 오나 하루하루 손꼽아 기다렸었는데, 지금은 눈 깜짝할 새에 신년 맞이 특집 프로그램이 방영된다.

프랑스의 철학자 폴 자네(Paul Janet)는 이에 대해 "50대의 10년은 5살짜리 아이의 1년과도 같다"면서 "5살짜리 아이의 1년은 인생의 5분의 1이다. 그러나 50살 성인의 1년은 인생의 50분의 1이다. 살아온 순간이 길어질수록 1년의 비중은 낮아지고 짧게 느껴진다"면서 나이와 시간의 속도가 정비례한다는 '자네의 법칙'을 주장한 바 있다.

나이가 들면 왜 시간이 빠르게 가는 걸로 느껴질까? 조금 더 시간을 '천천히'가게 할 수는 없는 걸까.

◇나이가 들수록 '생체시계'느려져...행동 둔해지면 시간 빠른 것처럼 느껴

스톱워치. / 사진 =AFP

미국의 심리학자 피터 맹건(Peter Mangan) 교수가 연구한 시간과 나이에 관련된 흥미로운 실험이 있다. 맹건 교수는 19세부터 70세까지의 사람들에게 스톱워치를 하나씩 들린 다음, 눈을 감고 3분을 센 후 중지 버튼을 누르도록 했다. 그 결과 20대는 평균 3분 3초가 지난 후에 버튼을 눌렀지만 40대는 3분 16초, 6~70대는 3분 40초가 지난 후에 버튼을 눌렀다.

나이에 따라 버튼을 누르는 시간이 40초 가까이 차이가 나는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 맹건 교수는 나이가 들수록 생체시계가 느려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사람은 뇌의 시신경 안에서 생체 리듬을 주관하고 있는 '생체시계'를 갖고 있는데, 나이가 들어 몸의 대사 속도가 느려지면 자연스럽게 생체시계도 늦게 가게 돼 시간 감각이 둔해진다는 것이다.

또 생체시계가 늦어지면 시간 감각뿐만 아니라 심장 박동, 체온 변화, 호흡 등이 함께 느려지게 되는데 이 때 사람의 행동 역시 점차 느려지게 되며, 같은 행동에도 점점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할 수밖에 없게 된다. 즉 같은 행동이라도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하게 된다면 하루에 할 수 있는 행동의 개수가 제한될 수밖에 없고, 시간이 더 빨리 지나간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맹건 교수는 실험 결과에 대해 "시간의 양이 그대로라도 사람의 생체시계가 변화하면 시간은 더 빠르게 느껴진다"면서 "노화가 진행됨에 따라 생체시계가 느려지면 실제보다 시간이 더 빨리 흐르는 것으로 지각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나이 들면 '도파민'분비량 감소해…약물 통해 개선할 수 있다는 주장도


뇌. / 사진 = AFP

도파민(dopamine)은 인간을 흥분시켜 의욕과 흥미를 부여하는 신경 전달 물질로, 과도하게 분비되면 조현병·ADHD(주의력 결핍 장애)·우울증 등을 겪을 수도 있지만 지나치게 부족할 경우에도 모든 일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게 된다.

도파민이 많이 분비되면 신경회로의 진동수가 빨라지는데, 이것은 '생체 시계'에도 영향을 줘 신체 대사를 빠르게 한다. 신체 대사의 속도와 외부의 시간은 반비례 체감 속도를 가지고 있어 생체 시계가 빨라지는 도파민이 많이 분비될수록 시간이 느리게 느껴진다. 도파민은 새로운 자극을 접하거나 즐거운 일을 할 경우 많이 분비되며, 즐거운 일을 했을 때 느끼는 좋은 기분이나 일을 끝낸 뒤의 뿌듯한 성취감은 바로 도파민의 분비 때문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은 새로운 경험에 무뎌지게 되는데, 이 때 도파민의 분비는 점차 감소하며 외부 자극에 대한 인체의 반응 능력도 감퇴된다. 그 결과 신경회로의 진동수 역시 점차 느려져 인체 외부 환경도 빠르게 느껴지며, 뇌는 실제로 시간이 빠르게 흘러간다고 느낀다. 어떤 일을 접했을 때 대부분이 '새로운 일'인 아이 때와 '겪어 본 일'이 많은 성인 때의 시간이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그래서다.

마약을 섭취하면 도파민이 많이 분비돼 시간을 천천히 흐르게 하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필로폰(메스암페타민)과 같은 마약은 도파민 신경세포를 강제로 활성화해 극도의 행복감과 며칠 동안 수면욕이 사라질 정도의 극단적 각성 효과가 일어난다. 이때 머리가 맑아지고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처럼 느껴지는 등 작업 능력의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 1941년에는 일본의 제약회사가 '게으름뱅이를 없애는 약'이라며 필로폰을 판매하고 일본 정부는 이를 군인들에게 투약하기도 했다.

그러나 인체는 항상성을 유지하려고 하기 때문에, 흘러가는 시간을 잡기 위해 마약을 섭취하는 건 결코 좋은 선택이 될 수 없다. 도파민이 지나치게 많을 경우 도파민 수용체가 줄어들며 약물의 효과에 대한 면역력이 강화돼 더 많은 마약을 요구하게 된다. 이 단계에 이르면 일상생활에서는 행복감을 느낄 수 없을 정도가 돼 복용자는 결국 마약 중독자로 전락하게 된다.

◇'흘러가는 시간'막는 지름길은 끊임없는 새로운 도전

26일 오전 경북 포항시에 개최된 제15회 통일기원 포항해변마라톤 대회 10km코스에 도전한 어르신이 노익장을 과시하며 결승점으로 들어오고 있다. / 사진 = 뉴스 1


하루하루가 빠르고 시간이 손가락 사이로 새는 것 같다면 새로운 도전을 해 볼 때다. 전문가들은 뇌의 정보전달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도파민이 필수적이라면서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베스트셀러 '인코그니토'의 저자인 미국 심리학자 데이비드 이글먼(David Eagleman)교수는 시간과 심리에 대해 파격적인 실험을 했다.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은 모두 50m 상공에서 번지점프를 해야 했는데, 참석자들은 뛰어내릴 때부터 땅에 떨어질 때까지의 시간을 재어 보라고 주문받았다. 그 결과 참석자들은 하나같이 실제 흐른 시간보다 더 긴 시간이 느껴졌다고 답변했으며, 이글먼 교수는 이에 대해 "강렬하고 새로운 기억은 시간을 천천히 흐르게 만든다"고 분석했다.

인간의 뇌는 모든 기억을 평등하게 대우하지 않는다. 새로운 기억이나 충격적인 기억, 강한 감정을 유발하는 기억들은 뇌 속에 강렬하게 남는 반면 매일 반복되는 일상들은 머릿속에 오래 남아 있지 않다. 나이가 들면서 이런 기억들이 반복되면 뇌는 익숙한 일상들을 머릿속에서 지워나가며, 마치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일을 피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도전'을 해 볼 필요가 있다. 매일 오가는 출·퇴근길을 바꾸거나 새로운 음식을 먹어 보고, 가 보지 않은 여행지로 과감하게 발걸음을 옮기는 등 색다른 체험은 인생의 시계바늘을 천천히 가게 만든다.

이글먼 교수는 "강렬한 자극에 의한 경험은 일상에 비해 촘촘하게 기억된다"면서 “마치 슬로우 모션(Slow Motion)처럼 지나가는 강렬한 경험들은 오랫동안 지속된 것처럼 느껴진다"라며 "어린 시절에는 새로운 일들이 있을 수밖에 없어 시간이 천천히 가지만, 나이가 들면 '했던 일'을 되풀이하는 경우가 많아 시간이 빠르게 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새롭고 자극적인 경험을 자주 하는 것은 나이에 관계 없이 도파민 수치를 증가시키고 생체시계를 빠르게 가게 해 우리의 시간을 길게 만든다. 흔히 하는 '젊게 살자'는 말은 단순한 덕담이 아니라, 실제로 시간을 길게 늘려 주는 과학적인 조언인 것이다. 올해도 무엇을 했는지 자괴감이 든다면, 우울해하지 말고 작은 것부터 새롭게 도전하는 것이 도움을 줄 수 있다. 꼭 마라톤에 도전하고 새로운 곳으로 떠나는 큰 일이 아니더라도, 출근길을 바꾸거나 일기를 쓰는 등 어제와는 다른 일상은 우리 뇌 안에 많은 기억의 조각을 남겨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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