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상한제·저금리에 정시 확대까지.. '교육특구' 강남권 집값 자극 우려

허경주 2019. 10. 24. 04:43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정시 확대를 공언하면서 명문대 진학률이 높은 이른바 '교육 특구'의 부동산값이 더욱 들썩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확대와 기준금리 인하로 이미 서울 강남 집값의 상승 연료가 충만한 상황에서, 집값의 근본 변수인 교육 호재까지 더해지면서 정부가 강남 집값을 오히려 부채질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치동 등 사교육 인프라 탄탄… “정시 확대 땐 강남권 유리” 분석

‘사교육 1번지’라 불리는 서울 대치동 학원가의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안 그래도 분양가상한제 때문에 강남 집값이 고공행진을 하는데, 정시까지 확대되면 앞으론 ‘강남 입성’ 문턱이 더 높아지겠네요”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정시 확대를 공언하면서 명문대 진학률이 높은 이른바 ‘교육 특구’의 부동산값이 더욱 들썩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확대와 기준금리 인하로 이미 서울 강남 집값의 상승 연료가 충만한 상황에서, 집값의 근본 변수인 교육 호재까지 더해지면서 정부가 강남 집값을 오히려 부채질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시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은 교육계를 넘어 부동산 시장의 관심사로 급부상하고 있다. 정시 비중이 현재보다 늘어날 경우 사교육 과열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통상 수능 같은 일제고사는 부모 소득이 높고 사교육을 많이 받을수록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필선 건국대 교수와 민인식 경희대 교수의 2015년 논문에 따르면 부모가 소득 상위 20%인 경우, 하위 20% 저소득층 자녀에 비해 수능 성적이 1~2등급인 비율은 최대 5배 가량 높았다. 소득 수준이 높은 가정일수록 정시 확대를 지지한다는 한국교육개발원의 조사 결과도 있다.

결국 정시를 확대하면 사교육 인프라와 접근성이 좋은 서울 강남권 학생들이 더 유리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강남의 일반고 교육과정은 내신 위주의 수시전형보다 수능을 대비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서울대는 정시모집을 27%에서 50%로 늘릴 경우 강남3구 출신의 합격생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학부모들이 대치동 학원가와 인접한 강남ㆍ서초구, 목동 학원가가 있는 양천구 등 교육 특구로 눈을 돌리면 이 지역 부동산이 더욱 들썩일 거란 전망이 나온다. 대치동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 7월 자율형사립고 지정 취소 소식이 알려졌을 때 매매와 전세 문의가 급증했고, 근방 래미안대치팰리스는 호가가 1억씩 오른 매물이 순식간에 나가곤 했다”며 “어제 오늘 사이에도 문의전화가 하루 수십통씩 오고 있어 비슷한 양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 인터넷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서는 “정시가 확대되면 재수생과 강남 8학군 아이들이 명문대를 싹쓸이 할 것”, “자사ㆍ특목고 폐지에 이어 정시까지 늘어나면 강남 이주 수요로 평당 1억원 시대가 더 빨라질 것”이란 글들이 잇따르고 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앞으로 학군 선호지역으로의 쏠림 현상은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교육정책 발 충격에 정부의 분양가상한제 확대 효과가 무색해질 거란 주장도 나온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저금리 기조에 대입체제 변화까지 맞물리면서 정부가 반드시 잡겠다고 나섰던 강남 지역 집값은 매매와 전세 모두 들썩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