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개의 방을 엇갈려 쌓은 양평 희현재

매거진 2019. 10. 2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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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지사지(易地思之). 건축주의 입장이 되어보며 건축가의 역할을 되돌아봤다는 김동희 소장. 부부의 이름(희)과 아이들 이름(현)을 따서 지은 집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한다.


건축사사무소 KDDH 김동희 소장 + 아내 김성희 씨
전원주택임에도
제한적인 대지 조건,
스킵플로어라는 묘수

Q. 십수 년의 아파트 생활을 청산하고 집을 지었어요. 단독주택행을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건축가도 층간소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어요. 애들이 뛰지 않고, 4cm가 넘는 매트를 깔아도 아랫집에서 자주 올라왔으니까요. 어느 순간 ‘이건 저 사람들을 탓할 일만은 아니구나, 이런 게 힘들면 저들도 우리도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에는 안 사는 게 맞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아파트라는 공간은 사생활이 보장되는 편이지만, 내가 누릴 수 있는 걸 못 하는 것도 일종의 사생활 침해라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과감히 우리만의 집을 짓기로 했고요.

Q. 건축가는 전국의 좋은 택지를 누비잖아요. 양평을 고른 이유가 궁금해요

청정지역이기 때문이었죠. 아이들이 아직 어리니까 자연 가까이 살게 해 주고 싶었어요. 사실 진짜 공기가 좋은 곳은 강원도나 경기도 위쪽에 있지만, 서울에 있는 직장 출퇴근과 예산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잖아요. 다만, 이 땅은 보전관리지역에 해당돼 건폐율 20%, 용적률 80%의 제한적인 조건이 있었어요.

Q. 작은 건축면적에 대한 해법은 무엇이었나요

법적으로 가능한 면적을 모두 사용해도 한 층에 59㎡밖에 확보할 수 없어요. 이런 경우 층수를 높이는 것이 방법일 수 있겠지만, 단독주택에서 3~4개 층을 오르내린다는 것은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에요. 이 집은 현관에서 실내로 들어서면 주방과 식당이 한 공간에 있고, 아래로 반층 내려가면 지하 작업실, 올라가면 거실이 있어요. 다시 반층 위에는 가족실과 자녀 침실 등이 배치되어 있죠. 반층씩 목적 공간이 있는 건 확실히 이동 부담이 줄어요. 집도 더 넓어 보이고요.

탁 트인 대지에 놓인 집이라 주변에서 훤하게 보이기 쉽지만, 적어도 현관은 대문에서 바로 보이지 않기를 바랐다. 이를 위해 현관과 화장실에 해당하는 부분을 45° 틀어 메인 매스와의 연결을 자연스럽게 했다.
주변 시선으로부터 마당을 보호하기 위해 반오픈형 담장을 만들고 그 위에 식생을 배치했다. / 인근 건물과의 조화를 위해 완전히 흰색이 아닌 크림색이 감도는 미장 마감과 연회색의 컬러강판 지붕재를 적용했다.

Q. 가족들은 어떤 것을 요청했나요

특별한 요청사항이 있었다기보다 전반적으로 저를 믿고 맡겨줬어요. 어떤 건축가는 아내가 건축주, 본인은 설계자의 입장이 되어서 냉정하게 집을 계획했다는데 저는 그러진 못했어요. 제한된 조건을 최대한 짜임새 있게 푸는 게 숙제였어요. 세 아이에게 작더라도 자기 방을 만들어주자는 것과 , 아내는 계단 비중이 높으니 난간이 나무면 좋겠다 정도만 이야기했죠.

Q. 내가 살 집이니까 실험 혹은 시도해 본 것도 있나요

우선 외장재요. 사이딩 마감한 주택의 창문과 외장재를 연결하는 용도로 쓰는 트림재를 루버처럼 전면에 사용해 봤어요. 결과가 생각보다 괜찮아서 전체를 둘렀으면 어땠을까 싶어요. 실내 일부에 스터드와 장선을 노출한 것도 보기보다 쉽지 않은 디테일인데 시공자가 진짜 애먹었죠. 벽 한쪽 면만 ZIP 시스템을 적용해 어떻게 다른지 보고 싶었고, 익숙하지 않은 시공법에 대한 의구심은 한국목조건축 협회의 5-Star 품질 인증을 받는 것으로 해소했어요.

옹벽을 통해 지하 주차장을 설치하는 것도 고려했지만, 아파트 생활 이후 첫 주택 생활이라 현관과 주방 출입이 용이하도록 동선을 계획했다. 외관 일부에는 트림재를 루버화해서 결을 만들었다.
미완성처럼 보이는 잔디 없는 조경은 선택한 사항이다. 가장자리에 봉숭아를 비롯한 꽃 몇 가지를 심은 정도. 마당 바닥에 공사 후 남은 목재로 가로 무늬 패턴을 만들어 땅 정리만 했다. 

Q. 건축가에서 건축주의 입장이 되어 봤어요. 과정은 어땠나요

집짓기를 선택의 연속이라고 하잖아요. 건축주들이 선택을 미루거나 못하고 있으면 가끔 답답한 적도 있었는데요. 이제 절대 그럴 일은 없을 거예요. 지난 건축주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요(웃음). 한편으로는 ‘좋은 집은 좋은 건축주에게서 나온다’는 생각을 했어요. 최근 작업한 다른 주택의 경우 건축주가 정말 최선을 다하셨거든요. 결국 집이 잘 나오더라고요. 건축가, 시공자, 건축주의 역할이란 무엇인가 새삼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Q. 집짓기에 있어 건축가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주택 설계를 하다 보면 “저는 건축가의 역할이 뭔지 잘 모르겠어요.” 라는 분들을 종종 만나요. 소위 하우징 업체도 있고, 건축가 얼굴 한번 안 보고 짓는 집들도 있잖아요. 과정이 어떻든 집이라는 결과는 나오니까요. 그런데 건축가에게 오는 분들은 공통적으로 “세상에는 건축가가 존재하고 필요한 이유가 분명 있겠죠. 저는 건축가가 짓는 집에서 살 거예요.”라며 시공 과정에서 의견이 갈리면 제게 힘을 실어주세요. 우리 집을 지으면서 건축가의 역할이란 시공자와 건축주의 접점을 찾아주고 더 나은 대안을 마련해주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Q. 집을 지을 때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팁을 공유해주세요

뻔한 얘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이득이라는 걸 체감했어요. 비용이라는 게 금전적인 것도 있지만, 시간이나 에너지처럼 심리적인 것도 무시하지 못하죠. 저도 여건이 허락했다면 동료 건축가에게 맡기고 싶을 정도로 건축주 경험은 고단했으니까요. 그러니까 나에게 맞는 건축가, 시공자를 찾는 일에 조금 더 신경을 쓰면 좋겠어요.

B1F 작업실 + 1F 주방 및 거실
아일랜드와 다이닝 테이블에서 전원 풍경을 바라보도록 창을 계획했다. 경간 확보를 위해 공학목재를 사용하고, 2층 발코니 부위의 구조적 안정성을 위해 철골 빔과 기둥으로 보강했다. 
3연동 중문 도어가 딸린 현관. 들어오는 순간, 계단참이 없는 스킵플로어 구성이 한눈에 들어온다.
공적 공간과 사적 공간 사이에 위치한 거실. 왼편에 화장실이 위치한다. 

각별한 시공 노하우가 필요한 구조재 노출   
해외 목조주택에서 흔히 보이는 스터드(수직재)와 장선(위층 바닥을 받치는 수평재) 노출. 바닥 난방을 위해 방바닥통미장 처리를 하는 국내에서는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이를 위해선 콘크리트 물이 한 방울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도록 철저한 방수 계획이 필요하다. 스터드 노출 부분 단열은 외단열 미장 마감했다.

썬큰을 두어 환한 지하 작업실. 지하는 콘크리트 구조인데 벽 두께 최소화와 습기 차단을 위해 석고보드 대신 콘크리트 면처리 후 코팅으로 마감했다. 

HOUSE PLAN

대지위치 ▶ 경기도 양평군 | 대지면적 ▶ 295㎡(89.23평)
건물규모 ▶ 지하 1층, 지상 2층 + 다락 | 거주인원 5명(부부 + 자녀3)
건축면적 ▶ 57.07㎡(17.26평) | 연면적 ▶ 134.84㎡(40.78평)
건폐율 ▶ 19.35% | 용적률 ▶ 38.69%
주차대수 ▶ 1대 | 최고높이 ▶ 8.95m
구조 ▶ 기초·지하층 – 철근콘크리트 / 지상벽 - 경량목구조 외벽 2×6 구조 목 + 내벽 S.P.F 구조목 일부 ZIP System / 지붕 - 2×10 구조목
단열재 ▶ 외벽 – 수성연질폼 140mm, 지붕 – 수성연 질폼 235mm
외부마감재 ▶ 외벽 – 스프러스프라임 트림재, STO 외단열시스템 / 지붕 - 컬러강판
담장재 ▶ 강관파이프 위 벤자민무어 페인트
창호재 ▶ 이건창호 PVC 3중유리 | 철물하드웨어 ▶ 심슨스트롱타이
열회수환기장치 ▶ ambientika 2대 | 에너지원 ▶ 기름보일러
전기·기계 설비 ▶ 대림 | 구조설계(내진) ▶ G&H Design Workshop(황경주)
내부마감재 ▶ 벽 - 친환경 도장, LG하우시스 벽지, 구조목 노출 + 19mm CLT, wetlook(지하) / 바닥 – 구정마루 프레스티지(오크) + 강마루, 포세린 타일, 에폭시(지하)
욕실 및 주방 타일 ▶ 수입타일 | 수전 등 욕실기기 ▶ 대림바스
주방 가구 ▶ 빈스70
조명 ▶ KDDH T5 제작 조명, 필립스 4인치 매입형 LED조명, LG 평판 LED 조명
계단재·난간 ▶ 멀바우 계단재 + 라왕 난간 | 현관문 ▶ 금만도어 현관문
중문 ▶ 자작나무 제작 3연동 도어, 금속자재 + 도장마감 + 망입 유리
방문 ▶ 자작나무 제작 + 모루유리
시공 ▶ 삼림하우징테크 김태국 010-6460-2684
설계담당 ▶ 김도연, 정혜수, 애블린  | 설계 ▶ 건축사사무소 KDDH 02-2051-1677 www.kddh.kr

2F 침실 및 욕실 + ATTIC 다락
노출된 목구조와 라왕 목재 난간 등은 본연의 색이 살 수 있도록 스테인을 칠했다. / 아이들이 자기만의 방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한 미션이었다. 작은 공간에서 방문끼리 부딪치지 않도록 6m가 넘는 공학목재로 방과 방 사이를 가로지르게 하고 벽은 모두 비내력벽으로 처리했다. 
세면대와 수납장을 밖에 둔 욕실. 주방의 조명 덮개와 욕실 내 철제 선반 도어 등 건축주가 현장에서 직접 접어 제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고안했다. 
수납과 파우더룸을 밖에 두고 침대만 간소하게 둔 안방 / 다락의 높이가 낮아지는 부분에 옷을 보관하고 통풍구가 있는 미닫이문을 달았다.

취재 _ 조성일  |  사진 _ 변종석

ⓒ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19년 10월호 / Vol.248  www.uuj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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