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시장' 대변신..5일장 재미있게, 상설시장은 멋지게

엄민용 기자 margeul@kyunghyang.com 2019. 10. 20. 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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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 중원구 둔촌대로 일대에서 끝자리가 4와 9인 날에 들어서는 ‘모란민속5일장’은 전국 최대 규모의 전통 재래시장으로, 물건을 사러 오는 소비자와 시장구경에 나선 관광객 등 늘 수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대한민국 대표 재래시장인 ‘모란민속5일장’이 대변신을 예고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이용편의가 좋아지고, 정기적인 민속놀이 공연이 펼쳐지는 등 역사와 문화가 숨쉬는 명소로 거듭난다. 여기에 상설시장인 모란종합시장을 비롯한 모란상권 일대가 ‘철판야 시장’ ‘고소한 기름거리’ ‘맛집거리’ 등 3개의 특화거리로 변신해 전국 소비자의 발길을 유혹한다. 1년 365일 재미있고, 장날에는 흥이 더욱 폭발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모란민속5일장 전경(이전하기 전 옛 장터). 사진 | 성남시 제공
모란민속5일장을 하늘에서 내려다본 전경. 사진 | 성남시 제공

‘모란상권’은 1960년대 지금의 성남시 수정구 수진동에 있던 모란예식장 주변을 중심으로 형성됐다. ‘모란’이라는 이름은 6·25전쟁 때 홀어머니를 평양에 두고 남쪽으로 내려온 육군 대령 김창숙과 관련된 일화에서 유래했다. 성남이 도시로 성장하는 데 한몫 한 김창숙이 마을 이름에 어머니가 있는 평양을 상징하는 ‘모란’을 붙인 것이다.

당초 성남은 피난민들을 중심으로 발전을 일군 까닭에 상설시장이 형성될 여력이 부족했으나, 1970년대 들어 서울의 도시재개발에 힘입어 많은 인구가 유입되면서 성남시외버스터미널과 성남대로변으로 시장이 커져 갔다. 이후 1974년에 상설 모란시장(지금의 모란종합시장)이 들어섰으며, 1980년대에는 5일장까지 서면서 전국에서 손꼽아 주는 ‘명물시장’으로 이름을 떨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기존 장터가 비좁게 되자 1990년에 대원천 하류 복개지로 5일장이 이전했다.

‘모란민속5일장’은 전국적으로 재래시장이 쇠퇴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도 고유의 전통성과 특유의 다양성을 유지하면서 전국 최대 규모의 민속시장으로 발전을 거듭했다. 경기도 이천이나 광주는 물론 멀리 강원도와 충청도에서도 물건을 사고팔기 위해 성남을 찾았고, 서울의 유명 식료품 회사들이 시장 한쪽에 제품을 쌓아놓고 판촉행사를 벌이기도 했다.

이처럼 다른 시·도의 재래시장이 하루가 다르게 위축되는 것과 달리 ‘모란민속5일장’은 몸집이 점점 커져 갔다. 이에 성남시는 2014년부터 이전사업을 추진해 총사업비 630억원을 들여 2018년 2월 지금의 장소로 5일장 장터를 옮겼다.

장터는 기존보다 2배 이상 커졌다. 또 이전 장터에는 없던 상하수도와 전기시설이 설비되고, 고객 화장실과 공연장·휴게공간·조명탑 등의 시설도 갖춰졌다. 환경은 좋아지고, 취급 품목도 양곡·야채·생선·화훼·약초를 비롯해 의류와 잡화 등 일생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으로 확대되면서 전국 최대 규모의 5일장이 됐다.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모란민속5일장에는 전국에서 모여든 산물들이 넘쳐난다. 사진은 커다란 늙은 호박.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모란민속5일장에는 전국에서 모여든 산물들이 넘쳐난다. 사진은 추억의 과자·사탕들.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모란민속5일장에는 전국에서 모여든 산물들이 넘쳐난다. 사진은 입이 떡 벌어질 만큼 굵은 칡뿌리.

그러나 모란상권이 늘 봄날이었던 것은 아니다. ‘모란시장’ 하면 지금도 떠오르는 ‘개고기’ 때문이다. 이곳의 개고기 판매는 ‘악명’이 높았다. 모란상권 내 개고기 취급 업소는 1960년대 시장 형성과 함께 들어서기 시작해 2001년 54개의 가게가 ‘살아 있는’ 개를 진열하거나 도축해 판매했다. 시장 안에 불법 개도축장이 들어서고, ‘모란민속5일장’이 열리는 4·9일 하루 전인 3·8일에는 식용으로 쓰이는 개와 가금류를 거래하는 도매시장이 서기도 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계기로 소비가 주춤해지기는 했지만 지난 2017년까지 영업한 22곳의 개고기 취급 업소에서 거래된 식용견이 한 해 평균 8만 마리에 이르렀다.

이로 인해 개 도살에 따른 소음·악취로 지역주민들의 민원과 반발이 끊이지 않았다. 세계동물보호협회와 세계동물학대방지기구 등으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기도 했으며, 시도 때도 없이 국내 언론에 노출되면서 성남시민의 자존심에 상채기를 남겼다. 이에 성남시와 모란가축시장상인회는 지난 2016년 12월 도시 이미지 개선 차원에서 ‘모란시장 환경 정비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개 전시 시설과 도축 시설의 자진 철거에 들어갔다.

지난해 5월에는 하나 남아 있던 개 도축 시설을 강제 철거하면서 모란상권의 개 도축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개고기의 어두운 그림자를 걷어낸 공간에는 일반 음식점, 육류 도·소매업소, 건강원 등이 문을 열었다. 이에 성남시는 대게·회·삼계탕 등을 파는 이들 업소가 파라솔과 의자 등을 내놓고 옥외영업을 할 수 있게끔 비·바람·햇볕을 가려주는 ‘비가림 시설’을 지원하는 등 이곳의 영업환경을 쾌적하게 바꿔 가고 있다.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모란민속5일장에는 전국에서 모여든 산물들이 넘쳐난다. 사진은 새 주인을 기다리는 닭들.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모란민속5일장에는 전국에서 모여든 산물들이 넘쳐난다. 사진은 메기들.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모란민속5일장에는 전국에서 모여든 산물들이 넘쳐난다. 사진은 손님을 기다리는 젓갈들.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모란민속5일장에는 전국에서 모여든 산물들이 넘쳐난다. 사진은 일본식 과자 센베이.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모란민속5일장에는 전국에서 모여든 산물들이 넘쳐난다. 사진은 시골 냄새 물씬 풍기는 메주.

사실 많은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개시장’을 빼놓으면 모란상권은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정말 많은 곳이다. 하루 발품으로는 다 둘러보기 힘들 정도다. 특히 ‘모란민속5일장’에는 그야말로 없는 것이 없을 정도로 온갖 산물이 쌓인다. 계절에 따라 봄에는 쑥과 달래 같은 봄나물이 그득하고, 가을이면 햇곡식과 과일 등이 시장을 메운다. 사시사철 나는 해산물과 귀한 한약재 등도 이곳에서는 쉽게 볼 수 있다. 식용 개는 사라졌지만, 반려견이나 닭·염소 등이 여전히 전통 재래시장의 분위기를 돋운다.

5일장이 서는 날에는 전통무예·탈놀이극·풍물놀이와 각설이 공연 같은 정기 문화공연과 제기차기·투호·윷놀이 등 민속놀이 경연대회도 열려 시장을 찾은 이들의 흥을 돋운다.

‘모란민속5일장’은 먹을거리가 많은 시장으로도 유명하다. 먹을거리를 파는 ‘음식부’가 따로 있을 정도다. 이곳에서는 칼국수를 비롯한 국수류, 호박죽 따위의 죽류, 파전 같은 부침개 등을 판다. 그뿐 아니라 추억의 국화빵을 비롯해 쌀강정 등 주전부리 것들도 지천이다.

한편 성남에는 모란상권을 조금 벗어나면 여러 먹을거리를 파는 음식점들이 밀집된 곳이 많다. 그중 대표적인 데가 단대동 닭죽촌이다. 단대동 닭죽촌은 1970년대 남한산성을 올라가는 등산로 주변에서 닭죽을 팔던 음식점들을 1998년에 성남시가 닭죽촌 민속마을로 집단 이주시켜서 형성된 마을이다. 이곳에서는 닭백숙, 닭볶음탕, 오리탕 등을 맛볼 수 있다.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모란민속5일장에는 전국에서 모여든 산물들이 넘쳐난다. 사진은 갖가지 생선들.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모란민속5일장에는 전국에서 모여든 산물들이 넘쳐난다. 사진은 온갖 한약재들.

이처럼 살 것 많고 먹을 것 많은 ‘모란민속5일장’에 성남시가 재미와 믿음을 덧입힌다. ‘모란민속5일장’을 역사·문화 명소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시는 이를 위해 오는 2021년까지 9억원의 시비를 들여 △MI(마켓 아이덴티티)를 개발해 시장 역사와 문화 스토리 만들기에 활용하고 △도자기 빚기, 방앗간, 떡메 등 고객 체험장을 운영하며 △업종별·점포별 미니간판으로 상인 실명·인증제를 시행한다. 소비자들이 한 번 찾고 마는 시장이 아니라 늘 이용하는 동네슈퍼 같은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이와 함께 성남시는 5일장이 아닌 상설 모란상권에 2022년까지 ‘철판요리 야시장’ ‘고소한 기름거리’ ‘맛집 거리’ 등 3색의 특화 거리를 조성한다. 모란시장(54개 점포) 모란종합시장(31개 점포) 모란전통기름시장(85개 점포) 등이 있는 중원구 둔촌대로 모란상권(전체 366개 점포) 전체를 특색 있는 거리로 조성해 1년 365일 ‘손님’들로 북적이게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모란민속5일장 입구.

최근 경기도 상권진흥구역 지정·지원 공모사업에 선정돼 추진되는 이번 사업에는 2022년까지 4년간 40억원(시·도비 각 50%)이 투입된다. 이에 따라 옛 가축시장인 모란시장 주변은 철판요리 콘셉트의 야시장 거리로, 모란전통기름시장 주변은 고소한 냄새가 폴폴 풍기는 이색 기름거리로 새단장한다. 또 모란종합시장에는 기름연구소를 설치해 모란상권의 특화 상품인 기름 연구와 개발·전시·교육 등 복합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음식점이 밀집한 점포 구역은 맛집 거리로 탈바꿈한다.

성남시는 특화 거리를 알릴 수 있는 공동 브랜드를 만들고 서비스도 개선한다. 이 밖에 볼거리와 즐길거리 확산을 위한 마케팅 홍보 프로그램도 개발한다. 성남시는 이번 사업을 통해 현재 하루 평균 2만3000여명에 머물고 있는 모란상권 유입고객이 3만여명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모란상권은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둔촌대로 일대에 자리했으며, 지하철 8호선 모란역과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의 성남 나들목을 이용하면 접근하기 편리하다. 주변 명소로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남한산성을 비롯해 경기도 유형문화재(101호)인 대명광전이 있는 봉국사 그리고 율동자연공원, 분당중앙공원, 신구대학식물원 등이 있다.

엄민용 기자 margeu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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