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FOCUS] 넷마블은 왜 코웨이에 베팅했나..풀리지 않는 의문들
②인수가격만 2조 육박한데..실사도 없이 빅딜 단행
③게임과 렌탈의 시너지?.."그림 그려 놓고 이유 붙인 느낌"
④웅진, 투자손실 메울 방안 있나
[서울경제] [편집자註] 이 기사는 2019년 10월 16일 10:33 프리미엄 컨버전스 미디어 '시그널(Signa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넷마블이 웅진코웨이(021240) 인수에 1조8,500억원 안팎을 베팅해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가운데 시장에서는 이번 딜을 두고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오너 결단에 따라 갑작스럽게 ‘빅딜’이 진행되는 경우는 있어도 실사 등 핵심 절차까지 건너뛰고 도장을 찍는 사례는 드물어서다. 이번 거래에 다른 포석이 깔린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오는 배경이다.
국내 한 증권사의 대표급 임원은 “결과적으로 넷마블이 시가보다 비싼 돈을 치러가면서 웅진과 한투의 소방수로 나서 급한 불을 꺼준 셈”이라고 말했다. 만약 이번에 매각이 무산됐다면 웅진은 당장 내년부터 회사채 및 인수금융(1조1,000억원) 상환을 위해 추가 대출에 나서야 할 형편이었고 웅진씽크빅이 발행한 5,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떠안은 한투도 대규모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넷마블의 웅진코웨이 인수 결정은 상세 실사를 건너 뛰고 ‘통 크게’(?)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딜에 관여한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넷마블이 급하게 인수를 결정하면서 제대로 된 실사를 하지 못했고 현실적으로 실사를 할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매각 주관사 측에서 상당한 데이터를 줬겠지만 제공 자료를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기 때문에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위해 상세 실사를 진행하는 것 아니냐”며 “웅진 또는 한투와 넷마블이 외부에 공개하기 어려운 모종의 신뢰나 계약관계를 바탕으로 딜을 진행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넷마블 측이 인수자금을 자체 보유 금으로 조달하기로 하면서 향후 코웨이 가치 증대를 위한 추가 M&A에 나설 실탄이 부족해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④웅진, 투자손실 메울 방안 있나=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손해를 감수해가며 코웨이를 순순히 내놓은 것에 대해서도 놀랍다는 평가도 있다. 시장에서는 윤 회장이 어떤 식으로든 시간을 끌면서 고가 매각을 고집해 매각 절차가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이 있었다. 하지만 실제 뚜껑을 열어본 결과 웅진은 투자원금보다 낮은 가격에 코웨이를 되판 것으로 보인다.
웅진그룹이 투입한 자금을 살펴보면 웅진은 우선 지난 3월 MBK파트너스로부터 지분 22.17%를 사들이는데 1조6,832억원을 썼다. 자금은 한투 인수금융(1조1,000억원)과 한투가 총액인수한 웅진씽크빅 CB(5,000억원)로 충당했다. 웅진 자체 자금도 약 3,000억원이 투입됐다. ㈜웅진이 금융기관 차입 및 사모사채 발행을 통해 약 2,210억원을 웅진씽크빅에 대여 후 출자전환 했고 웅진씽크빅도 89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자금은 코웨이 지분을 25.08%까지 추가 확보하는데 쓰였다. 이 과정에서 일부 잉여 현금이 대출금 상환 등에 쓰여 결과적으로 웅진이 코웨이를 다시 품는데 들어간 원금만 1조9,0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원금만 따져도 수백억원의 격차가 존재하는 것이다. 웅진은 예비입찰 당시에도 1조9,000억원 이상의 매각 금액을 써오라고 요구해 대다수 입찰자들이 이 가격에 맞춰 지원서류를 냈다.
문제는 원금 외에 이자비용도 발생했다는 점이다. 웅진씽크빅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1조1,000억원 규모 인수금융에 대한 연 이자율은 코웨이 주가에 연동해 4.6~7.3% 선에서 결정된다. 최소 금리 기준으로 코웨이 인수 완료 이후 6개월 치에 대한 이자만 낸다고 가정해도 약 250억원이 이자로 나가는 셈이다. 여기에 더해 지난달 만기 도래한 1,100억원 회사채를 갚기 위해 OK금융그룹에서 빌려 온 1,350억원에 대한 이자비용도 있다. 이 대출의 이자는 7~8% 선으로 예상된다. 석 달만 빌려 쓰고 원금을 갚는다고 해도 약 30억원의 부담이 발생하는 구조다. 여기에 한투에 지급해야 하는 각종 수수료를 더하면 1,000억원 내외의 손해가 발생했을 것으로 보인다.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