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가 해설하는 노벨상] 전기차 업체 테슬라를 세상에 등장시킨 老화학자들

2019. 10. 1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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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욱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및화학공학부 교수. UNIST 제공.

“드디어 구디너프 교수님이 받으셨어요.”

동료 교수와 저녁 식사를 하면서 우리는 노벨화학상을 누가 받게 될지 주시하고 있었다. 9일 저녁 아마도 적지 않은 이들이 스웨덴에서 발표하는 노벨화학상의 결과를 주시하고 있었을 것이다. 과학자라면 모두 그랬을 것이다. 존 구디너프(97, John B. Goodenough) 미국 텍사스대학 교수와 스탠리 휘팅엄(78, Stanley Whittingham) 미국 뉴욕주립대 빙엄턴 대학 교수, 요시노 아키라(71, Akira Yoshino) 일본 아사히 가세이 명예연구원 겸 메이조대 교수의 이름이 거론된 순간 필자의 가슴 속엔 뭉클함이 감돌았다. 

노벨화학상에 리튬이온전지가 후보로 거론된 적은 이미 여러 해가 됐다. 10년 전 LG화학에서 쉐보레 볼트 전기차에 리튬이온전지를 납품하고, 2012년 테슬라가 전기차 'Model S'를 선보이면서 전 세계적으로 리튬이온전지의 급격한 사용량 증가를 느낄 수 있었다. 이때부터 이차전지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겐 노벨화학상으로 리튬이온전지 분야에서 나오지 않을까 조심스러운 예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매해 노벨화학상에 리튬이온전지 분야가 후보에 머물자 이차전지 분야에 노벨상이 등장하기 어려운 이유에 대해서 왈가왈부했다 . 과학계 노벨상은 보통 최대 3명에게 수여되는데 이 3명을 선정하는 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리튬이온전지의 구성을 생각하면 어떤 분야에 의미가 있는 사람이 수상해야 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우리가 어려서 배운 전지의 기본을 생각해보면 전지는 양극, 음극으로 구성되어 있고, 양극과 음극의 전압 차이가 우리가 흔히 아는 전지의 전압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노벨화학상에서는 이 양극활물질과 음극활물질을 최초로 개발한 세 연구자에게 돌아간 것이다.

특히 이 세 사람은 '리튬 이온 전지'로 노벨상을 수상했다. 여기서 '리튬' '이온' '전지'는 무엇일까.

전지는 전기에너지를 화학에너지로 저장하고 이를 다시 전기에너지로 쓸 수 있게 해주는 장치이다. '이차전지'는 이 전기에너지, 화학에너지 변환 과정을 가역적으로 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전기로 전지의 내부를 화학에너지로 변환하고 그 화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사용하는 장치이다. 여기서 화학에너지는 산화 반응, 환원반응을 의미한다. 물질이 산화하거나 환원할 때 전자를 잃고, 얻는 반응을 하게 된다. 그래서 자발적으로 산화 혹은 환원반응을 일으키면 전자를 원하는 시점에서 이동하게 할 수 있어 우리는 그렇게 전자기기를 구동할 수 있다.

2019 노벨화학상 수상자가 발표됐다. (왼쪽부터) 존 구디너프 미국 텍사스대 교수, 스탠리 위팅엄 미국 빙햄튼대 교수, 요시노 아키라 일본 메이조대 교수

리튬 이온 전지에서 리튬은 전지 내에서 이동하는 이온이다. 화학 시간에 배우듯 원자번호 3번, 1족 혹은 알칼리 금속이라고 알고 있다. 또한, 공기 중에 위험하다 정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1족 원소는 보통 전자 하나를 잃기 쉽다. 그래서 액상에서 보통 Li+ (리튬 이온) 상태로 존재한다.

전지를 이용해서 전기에너지, 전자를 이동하기 위해서 전지 내에서는 플러스 이온인 Li+ 가 이동한다. 그렇게 전기에너지를 만드는 것이다. 또한 리튬은 전위 (만들 수 있는 전압의 정도)가 지구상에서 존재하는 물질 중에 거의 제일 낮다. 학창시절에 외웠던 ‘칼카나마알아철니주납수구수은백금’의 제일 앞의 칼륨보다도 0.1V 정도 더 낮은 전위를 갖는다.

그래서 리튬을 음극으로 구성하면 양극에 어떤 물질을 구성하더라도 전지의 전압을 높게 만들 수 있다.(전지의 전압은 양극의 전압에서 음극의 전압을 뺀 값이다) 게다가 리튬 이온은 원자번호 3번이기에 가볍고 빠르다. 양이온 중 수소를 제외하면 제일 빠른 이동 속도를 갖게 된다. 이동 속도가 빠르면 전지의 파워에 연관이 있기에 힘이 센 전지를 위해서 리튬이온전지만 한 게 없다.

그럼 이 리튬 이온이 안정하게 산화, 환원반응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상태가 가장 안정할 것인가의 문제가 남아있다. 일반적인 산화, 환원반응은 화학적 결합을 강하게 해 산화, 환원반응을 일으킬 때 큰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는 우리가 사용하는 전지를 100의 힘을 주고 충전을 했다면, 꽤 큰 손실을 안고 50 정도의 방전밖에 얻을 수 없다는 얘기다.

1970년대 옥스퍼드대에서 존 구디너프 교수는 LiCoO2라는 양극활물질을 개발했다. 이차전지에서는 흔히 양극 내부에 전자전도도를 향상하기 위해 전도성 탄소를 섞고, 입자 간의 강한 결합력을 유지하기 위해 바인더 물질을 섞는다. 여기서 극으로써 산화, 환원하는 물질을 양극활물질이라 부른다.  이 양극활물질은 현재 리튬 이온 전지 양극활물질의 시초가 된다. 이 양극활물질은 층상구조로 이루고 있다. 코발트와 산소의 층상형 구조에서 리튬 이온이 위치한다. 이때 충전을 하면 리튬 이온이 층상형 틈 사이에서 빠지게 되고, 방전하면 다시 층상형 사이로 들어가게 된다. 일반적인 화학적 결합으로 산화, 환원반응을 하는 것에 비해 적은 에너지로 산화, 환원을 하기에 100 정도의 에너지로 충전하면 99 정도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1972년 스탠리 휘팅엄 교수는 이황화 티타늄 (TiS2)을 이용한 리튬 이차전지를 개발했다. 이때만 해도 이 전지를 ‘리튬 전지’라고 불렀다. 엑손(Exxon)에 들어가기 전부터 구디너프 교수와 다양한 삽입 탈리형 양극활물질을 개발하고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었다. 초기의 양극활물질의 대부분은 이 두 연구자들의 발견이 주를 이뤘다.

이황화타이타늄을 이용한 이차전지의 경우 음극에 리튬 알루미늄 합금 금속을 사용했다. 향후 이황화타이타늄은 높은 원자재, 높은 제조 단가 등의 이유로 이 사업은 오래가지 않아 접어들었다. 또 음극에서 문제가 발생했는데, 리튬 금속을 음극으로 사용할 경우 충·방전을 할 때 리튬 이온이 리튬 금속으로 변환할 때 안정하게 전기화학 증착 (전착) 되는 게 아니라 침상형 (혹은 수지상)으로 전착하게 된다. 이는 분리막을 뚫고 음극과 양극의 단락 현상을 일으켜서 전지를 망가뜨리는 원인이 된다. 때론 터지기도 한다. 이런 문제점으로 리튬 이차전지의 잠재력은 보여줬지만, 당시만 해도 상용화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리튬이온 전지의 마지막 키워드는 '이온'이다. 위에서 언급했듯 리튬을 전해질 내에 이온화해 리튬 이온을 이용한다. 다른 관점에서도 이온이라는 단어를 생각해볼 수 있다. 이 전에는 음극에 리튬 금속을 놓고 리튬 이온의 충·방전 반응을 진행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안전성의 문제로 리튬을 음극으로 사용하지 않고, 다른 음극활물질을 사용하면, 위의 위험성을 억제할 수 있다. LiCoO2 양극활물질과 마찬가지로 흑연이라는 층상형 물질을 사용함으로 층상형 틈에 리튬 이온이 삽입 탈리하는 전략을 사용하게 된다.

1985년 일본의 요시노 교수가 흑연계활물질을 음극으로 이용하여 전지 개발을 하였다. 이는 현 세대 리튬 이온 전지의 시초 모델이 된다. 이 배터리의 경우 흑연계활물질 음극활물질과 LiCoO2 양극활물질을 사용하게 되어 실질적으로 리튬이 존재하지 않는 전지이다. 이에 ‘리튬 전지’라는 표현에서 ‘리튬 이온 전지’라는 표현으로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리튬 이온 전지 분야에 기여한 연구자들이 많기에 누구를 노벨화학상으로 선정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이 시간 노벨상 홈페이지의 수상 내역인 "for the development of lithium-ion batteries"라는 문구를 보면 이 세분이 수상하시는 것에 이의가 없을 거라고 생각된다. “리튬 이온 전지뿐 아니라 그 발전을 위해서” 노력한 연구자들의 수고에 깊은 감사와 축하를 드리는 바이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제공

[ 이현욱 UNIST 에너지및화학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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