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외교부 서기관이 靑김현종에게 무릎 꿇어 '韓외교 현주소'"일갈

장혜원 2019. 10. 4.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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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참석 당시 주유엔대표부 소속 서기관급 외교관이 의전 실수를 한 것을 이유로 동행했던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에게 무릎을 꿇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은 이를 두고 "대한민국 외교의 현 주소"라고 일갈했다. 청와대 안보실과 외교부 사이 잡음이 불거지고 있는 것에 대해 국회서 쓴소리를 낸 것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당연히 의견차이는 있는 것"이라며 불화설에 선을 그었다. 

국외 외교통일위원회, 주유엔대표부 국정감사.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주유엔 대한민국대표부를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뉴욕=연합뉴스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3일(현지시간) 주유엔 대한민국대표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현종 차장이 의전 실수를 문제 삼아 자신 앞에 외교관의 무릎을 꿇게 한 사실이 있느냐"면서 해당 외교관에게 손을 들 것을 주문했다. 이에 정 의원의 요구에 국감장에 배석했던 주유엔 대표부 소속 A서기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 의원에 따르면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한·폴란드 정상회담에 배석하려던 김 차장은 A 서기관의 의전 실수로 참석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의원이 '김 차장이 숙소로 불렀냐'고 질의하자 A서기관은 "숙소로 갔다. 방으로 갔다"고 답했다. 정 의원은 '의전 실수를 한 것을 김 차장이 심하게 질책했나'라고 A 서기관에게 물었고 그는 "심하게 질책(하거나) 그런 건 아니었고 지적이 있었다"면서 "제가 그 상황에서 부당하다고 느꼈거나 불편하다고 느꼈다면 보고를 했을 텐데 그런 건 없었다"고 했다.

이를 들은 정 의원은 "공직사회에서 직장상사가 부하직원을 질책할 수는 있는데, (무릎을) 꿇렸는지 꿇었는지 모르지만 그런 모양이 나온 것은 굉장히 이례적"이라며 "국회 외통위에서 강경화 외교장관이 영어로 언쟁한 것을 얘기한 다음에 김 차장이 스스로 페이스북에 '부덕의 소치'라고 사과까지 한 장본인"이라며 "사과 닷새 후에 또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꼬집었다.

정 의원은 "김현종 차장을 둘러싼 의전 관련해서 얘기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A서기관은) 청와대 직원이 아니다. 외교부 직원"이라며 "직속 부하직원도 아닌데 방으로 불러다 기합을 주는게 얼마나 다그쳤으면 무릎 꿇었는지, 꿇렸는지, 볼썽 사나운 장면이 연출되느냐. 이게 대한민국 외교의 현주소이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의원은 조태열 주유엔 대사에게 "보고를 받았느냐"고 물었다. 이와 관련해 조 대사는 "그런 구체적인 것은 보고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김 차장의 외교관 질책에 대해 "유엔 총회 관련 행사 진행 세부사항에 대해 일일이 확인하기는 어렵다"라면서도 '청와대가 최근 의전 시스템 전반에 관한 실태 조사에 착수를 했는지'에 대해서도 "관련된 사항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고만 답했다.

김 차장은 4일 오전 청와대 내부 회의에 참석했으나 정 진석 질의 등에 관련한 별도의 언급은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도 이번 논란과 관련해 언론에 "유엔 총회 관련 행사 진행 세부 사항에 대해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고만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도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청와대와 외교부가 업무를 두고 활발한 소통을 하다 보면 당연히 의견 차이가 있을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청와대-외교부 불화설'에 선을 그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연합뉴스
 
앞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1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난 4월 문재인 대통령의 해외순방 당시 김 차장과 영어로 다툰 적이 있다는데 사실이냐'는 정진석 의원의 질문에 "뭐 부인하지 않겠다"고 답해 김 차장과의 갈등을 수면 위로 드러낸 바 있다.  당시에도 정 의원은 김 차장에 대해 "이 분은 정무적 외교 전문가가 아니고 변호사 출신 통상 전문가로 한 마디로 표현하면 리스키(위험한)한 인물이고, 평범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논란이 '영어 논쟁'에서 '청와대 간 외교부의 갈등설'로 확산되자 김 차장은 그달 18일 자신의 SNS를 통해 "외교안보라인 간 이견에 대한 우려들이 있는데, 제 덕이 부족했던 것 같다"면서 "앞으로 제 자신을 더욱 낮추고 열심히 하겠다"고 밝히며 논란은 진화 시킨 바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해 12월12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해 있다.연합뉴스

한편, 김 차장은 주일본 대사관에서 3등서기관으로 근무한 아버지 김병연 전 노르웨이 대사를 따라 유년기를 일본에서 보냈으며 이후 중학교와 대학, 대학원까지 모두 미국에서 마쳤다. 미국서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미국 대형 로펌 통상분야 전문변호사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 홍익대 경영학과 조교수를 거쳐 세계무역기구(WTO) 수석변호사 등을 역임하며 국내에 얼굴을 알렸다.  노무현 정부 당시 통상교섭조정관, 한·미 FTA 수석대표 등을 지냈다. 문재인 정부에서 2017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으로 재임명됐다. 올해 2월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2차장으로 임명돼 한일갈등국면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 등을 주도하는 등 청와대 외교 실무를 주도해 왔다.

김 차장의 업무 스타일은 올해 4월 차재원 부산카톨릭대 초빙교수는 월간중앙에 기고한 글 중 '역할론 대 책임론'에서 김 차장과 함께 일한 산자부 고위 관료의 말에서 잘 드러난다. 그는 “정말 일 하나는 똑 부러지게 잘한다. 추진력도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그러나 인사와 조직 관리에선 미국식 사고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한번 눈 밖에 나간 사람에겐 기회를 주지 않는다. 직원들 사이에 불만이 적지 않았다"고 김 차장을 평가했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사진=김현종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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