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10일..사보텐, 아워홈 공급중단시 IT·회계시스템 마비

유윤정 기자 2019. 9. 30. 17:2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캘리스코, 법원에 아워홈 식자재 공급 중단 금지 가처분 신청 법원 오는 2일 심문기일 예정...10월중순 판단 내릴듯아워홈 POS·회계시스템 쓰는 사보텐...식자재 공급중단시 ‘시스템 마비’

서울의 한 사보텐 매장

범LG가(家) ‘아워홈’이 통보한 사보텐 식자재 공급 중단 시한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법원이 사보텐측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해 공급이 중단되면 1500여명의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는 최악의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두 회사가 고도화(高度化) 된 IT 시스템으로 연결돼 있어 식자재 발주를 비롯해 판매시점 정보관리시스템(POS)·회계·인사·그룹웨어·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ERP) 등이 중단될 수 밖에 없어서다. 아워홈 오너가 불화로 촉발된 이 사건으로 애꿎은 직원들이 피해를 입을 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0민사부는 오는 2일 돈까스 전문점 ‘사보텐’과 맥시칸 패스트푸드 ‘타코벨’을 운영하는 캘리스코가 신청한 아워홈의 식자재 공급 중단 금지 가처분 신청 관련 심문기일을 열 예정이다. 캘리스코는 법무법인 와이비엘을 대리인으로 정해 지난 19일 법원에 소장을 접수했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아워홈은 예정대로 10월 12일 상품 공급을 끊게 된다. 캘리스코는 충분한 기간 유예없이 일방적인 공급 중단 통보로 인한 영업 차질을 막아 달라는 입장이다.

◇캘리스코, 2009년 아워홈서 물적 분할...별도 전산시스템 없어 아워홈 IT시스템 위탁

캘리스코는 아워홈 관계사다. 2009년 아워홈의 외식 사업부문을 물적 분할했다. 법인만 분리하다 보니 기존에 쓰던 아워홈의 식자재, 생산 가공, IT시스템 운영체계를 그대로 유지했다. 당시 캘리스코는 별도의 전산시스템 없이 아워홈이 LG CNS와 함께 자체 개발한 IT시스템을 통해 소모품 구매, 물류 등 영업 전반을 관리해 왔다.

아워홈은 캘리스코 외식 사업에 필요한 식재료와 전산시스템을 공급하면서, 캘리스코로부터 연간 약 260억원의 매출을 올려 왔다.

사건은 구본성 부회장이 대표로 있는 아워홈이 지난 8월 구 부회장의 동생 구지은 대표가 운영하는 캘리스코에 재료 공급 중단을 통보하면서 시작됐다. 이렇게 되면 사보텐과 타코벨, 히바린 등 79개 점포의 영업중단이 불가피 하다.

그 배경에는 식자재 유통 시스템의 고도화가 있다. 아워홈을 비롯해 삼성·CJ·동원·현대 등 식자재 공급 업체들은 고객사에 구매·물류·서비스 등을 원스톱으로 제공하기 위한 시스템을 오랫동안 개발해 왔다.

물류거점에 콜드체인(저온유통) 시스템을 적용할 뿐만 아니라 각 외식업체가 고객에게 서비스할 때 필요한 IT기술을 커스터마이징(고객맞춤형) 해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분산원장 기술인 블록체인이 적용되기도 한다.

캘리스코는 2013년 아워홈과 홈페이지·그룹웨어·회계·SOA(서비스 지향 아키텍쳐)·인사 운영시스템·영업장 회계 시스템과 이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관리를 운영지원 하는 내용의 IT 서비스 계약을 체결했다.

캘리스코는 연간 수억원의 비용을 내고 아워홈의 실시간 주문시스템 TOS(Total Order System)를 사용중이다. 발주에서 입고까지 모든 프로세스를 전산화해 실시간 확인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연간 약 10억원을 내고 ERP(전사적자원관리)도 사용하고 있다. 회계장부, POS까지 모두 시스템으로 연결된 것이다. 아워홈과 거래가 끊기면 매장 직원들은 당장 고객들의 주문을 수기로 받아 작성해야 한다. 카드 결제도 어렵다.

◇사보텐·타코벨 등 식자재 공급사 변경시 본사와 협의해야..."79곳 영업 중단 불가피"

캘리스코는 아워홈에 사보텐 돈가스에 들어가는 소스 제조와 공급도 맡기고 있다. 이 소스만 100억원 어치다. 캘리스코는 독자적인 생산공장과 연구개발 조직이 없기 때문에 소스 제조 등을 아워홈을 통해 독점 공급받아 왔다. 이 소스는 ‘신청인 전용 제품’으로 아워홈이 제조방법(배합비)을 비밀로 해 특정기업에만 판매하고 있다. 아워홈이 공급을 거절하면 캘리스코가 소스를 직접 구할 방법이 없는 셈이다.

김두회 캘리스코 사내변호사는 "아워홈과 캘리스코는 그룹웨어, 회계, 영업 시스템을 지원받는 용역의 공급을 했기 때문에 전산시스템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최소 수년의 시간이 소요된다"며 "특히 사보텐·타코벨은 식자재 공급업체를 변경할 때 본사에 승인을 받아야 해 아워홈이 일방적으로 식자재 공급을 중단하면 79개 점포는 그 즉시 영업을 중단해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아워홈은 2000년 LG유통에서 분리됐다. 고(故) 구인회 LG 창업주의 셋째 아들인 구자학 회장이 설립했다. 구 회장은 슬하에 1남3녀를 뒀다. 이중 막내 딸 구지은 대표가 2004년 아워홈에 상무로 입사했다.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인 그는 능력을 인정받아 2015년 2월 구매식재사업본부 본부장(부사장)이 됐다. 아워홈은 설립 첫해 2100억원 수준의 매출을 냈지만 2016년엔 1조4000억원의 매출을 내는 회사로 급성장했다. 16년만에 7배 가량 성장한 셈이다.

오너가의 불화설은 구본성 부회장이 2016년부터 아워홈에 입사하면서 시작됐다. 구 부회장은 삼성경제연구소 등 회사 밖에서 일하다 아워홈에 입사했다. 이후 구지은 대표는 해임되고 등기이사에서 내려왔다. 캘리스코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구지은 대표는 캘리스코로 자리를 옮긴 후에도 공격적인 경영을 펼쳐왔다. 캘리스코의 작년 매출은 897억원으로 구 대표가 취임한 2016년(638억원)에 비해 41% 성장했다.

아워홈 관계자는 "캘리스코와의 거래에 있어 불합리한 상황들로 인해 거래 중단 등 다양한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며 "현재 가처분 신청이 접수돼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어 회사의 입장을 상세히 밝히기 적절치 않다"고 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