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단위 전월세·임대료 상한제 '한묶음' 돼야 좋다는데..

최종훈 2019. 9. 25.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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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conomy | 경제의 창_가을 정기국회 법 개정 논의 관심

'계약 갱신청구권'
4년 전 도입 막아섰던 국토부
"국정과제로 부처간 공감대" 선회

'전월세 상한제'
계약 4년 연장 실효성 확보 위해선
임대료 인상률 일정수준 제한 필요

'임대 등록제' 성과 땐 효과 더 좋지만
작년 하반기 집값 뛰어 지지부진
"주거안정 위해 법개정 더 절실해져"
그래픽_김승미

법무부와 여당이 지난 18일 당정협의를 갖고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계약 갱신청구권’을 도입해 현재 2년인 전월세 계약 기간을 사실상 4년으로 늘리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가을 정기국회에서 이뤄질 법 개정 논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계약 갱신청구권이 수면 위로 떠오른 데 따라 자연스럽게 전월세 재계약 때 임대료 인상 폭을 제한하는 ‘전월세 상한제’ 도입 여부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계약 갱신청구권은 주택 전월세 임차인이 2년 임차 기간이 끝난 뒤 연장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이 권리가 주택임대차보호법에 포함되면 집주인(임대인)은 재건축 등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임차인이 요구한 연장 계약을 받아들여야 한다. 현재 상가 임차인에게만 보장된 계약 갱신청구권을 주택 임차인에게까지 확대하는 것으로, 사실상 전월세 계약 기간 단위가 2년에서 두 배인 4년으로 길어지는 효과가 있다. 또 전월세 상한제는 이처럼 계약을 연장할 때 일정 인상률 이상으로 전월세 임대료를 올려 받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것이다. 박원갑 케이비(KB)국민은행 더블유엠(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계약 갱신청구권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선 전월세 상한제의 병행이 필요하다”며 “당정은 계약 갱신청구권만 언급했지만 이후 전월세 상한제도 동시에 논의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그래픽을(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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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갱신청구권 도입 왜 미뤄졌나?

이번 당정의 계약 갱신청구권 도입 방침이 사법·법무 개혁안에 포함된 것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이 법무부 소관 법률인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당정의 발표에 앞서 주거정책 주무부처인 국토부와 사전 협의조차 없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때 ‘국토부 패싱’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러자 국토부는 “계약 갱신청구권 도입은 국정과제로서 이미 도입 필요성에 대해 부처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미 의원 발의로 비슷한 법안 12개가 국회에 계류돼 있다. 앞으로 실제 법령 개정 과정에서는 우리 의견을 낼 것이고, 도입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월세 상한제 도입에 대해선 “임대차 계약 갱신청구권은 전월세 상한제와 뗄 수 없는 관계다. 도입 과정에서 두 제도의 장단점 등을 면밀히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차인 주거안정 강화를 위한 핵심적인 제도로 꼽혀왔던 계약 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는 그동안 왜 도입되지 않았던 것일까? 두 제도는 과거 전셋값 급등기 때마다 국회의 단골 개정 법안으로 등장하곤 했지만 흐지부지된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가장 최근인 지난 2015년에는 국회 서민주거복지특별위원회(서민특위)가 제도 도입을 강하게 추진했지만 당시 여당(새누리당)의 반대로 끝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상황을 좀더 들여다보면 실제로는 여당보다는 국토부가 제도 도입을 막은 일등공신이었다. 국토부가 국회 서민특위의 요청으로 연구용역을 발주해 국회에 제출한 ‘민간임대주택시장에 대한 임대료 규제의 효과’ 보고서가 법안 통과를 무산시키는 결정타가 됐다. 한국주택학회가 작성한 이 연구보고서의 결론은 집주인이 4년 동안 임대료 인상을 제한받게 되면 계약 초기 임대료를 더 올려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었다. 보고서는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 갱신청구권을 모두 도입할 경우 초기임대료(세입자가 처음 계약할 때 임대료)는 제도를 도입하지 않았을 때보다 최저 2.5%에서 최고 11%까지 상승한다고 추산했다. 당시 부동산 업계에선 국토부가 이 연구용역을 주택시장 규제에 부정적인 한국주택학회에 맡길 때부터 이런 결론은 예정됐던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후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 갱신청구권의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서민특위 위원으로 활동했던 김현미 의원은 국토부 장관이 됐다. 국토부도 주택정책의 방점을 ‘서민 주거복지 확대’에 찍게 된다. 2017년 11월 문재인 정부 5년간의 주택정책 청사진을 담은 ‘주거복지 로드맵’이 발표됐고 이어 12월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이 나왔다. 국토부는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를 먼저 추진한 뒤 2020년 이후 전월세 상한제 및 계약 갱신청구권 등도 단계적 도입을 검토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임대주택 등록 부진 상황도 고려해 도입 서둘러야

임대주택 등록제는 다주택자가 보유한 주택을 등록해 4~8년간 임대료 규제 등을 준수하며 임대를 놓을 경우 세제 혜택을 주는 제도다. 등록한 임대주택은 임차인의 계약 갱신청구가 1~3회 인정되는 동시에 임대료 상한선은 연 5% 이내로 묶이게 된다. 즉 등록 임대주택이 늘어나면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 갱신청구권이 자연스럽게 확대되는 효과가 생기는 셈이다.

국토부는 2020년까지 최대한 임대주택 활성화에 주력하기로 했고 초기엔 시장의 반향도 컸다. 2017년 말 98만채에 그쳤던 개인보유 등록 임대주택은 2018년 말 136만2천채로 1년 만에 39%(38만여채) 늘어나는 등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집값 급등에 따라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정책에 제동이 걸리게 된다.

임대주택에 대한 과도한 세제 혜택이 다주택 투자를 촉진해 이른바 ‘매물 잠김’ 현상과 집값 상승의 또다른 요인으로 지목되면서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통해 서울 등 전국 43개 조정대상지역에서 새로 사들인 등록 임대주택은 종합부동산세를 합산과세하는 등 세제 혜택을 대폭 축소하게 된다. 이로 인해 지난 8월 기준 개인보유 등록 임대주택 수는 지난해 말보다 9만2천채 증가한 145만4천채로, 올해 들어선 신규 임대주택 등록 증가세가 크게 둔화된 상황이다.

부동산 업계에선 계약 갱신청구권 및 전월세 상한제의 도입 또는 확대는 전월세 시장 변동성이 큰 국내 주택시장 현실에서 임차인 주거안정에 실질적 도움이 된다고 본다. ‘2017년도 주거실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택 세입자의 거주기간은 평균 3.4년으로, 자가가구 11.1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우리나라와 민간임대주택 비율이 비슷한 독일의 세입자 평균 거주기간이 12.8년인 것과 비교하면 주거 불안정이 그만큼 큰 편이다.

시민단체들은 계약 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 도입을 더이상 미룰 수 없다고 본다. 이강훈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부본부장(변호사)은 “문재인 정부의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이 기대했던 만큼 성과를 거두기 어려워진 상황이어서 일반 전월세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한 계약 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 도입은 더 절실해졌다”며 “세제 혜택을 줄인 임대주택 등록을 법적으로 전면 의무화하거나 계약 갱신청구권 제도를 도입하는 것 가운데 하나를 정부가 선택하고 연내 법안을 통과시켜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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