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아프리카돼지열병 파주서 또 의심신고..양돈농가들 '초주검'
농장 입구에 생석회·고압세척기 추가 설치해 물샐 틈 없이 관리
(파주=연합뉴스) 노승혁 기자 = "집에도 못 가고 농장만 지키고 있는데, 바로 코앞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의심 신고가 돼 죽을 맛입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최초 발생 나흘째인 20일 경기도 파주시 파평·적성면의 두 양돈 농가에서 또다시 의심 신고가 방역본부에 들어가 지역 양돈 농가들이 초주검 상태다.
파주시 파평면 덕천리에서 돼지 2천200마리를 키우는 이모(47)씨는 "지난주부터 집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축사를 지키고 있었는데 오늘 아침 날벼락 같은 소식을 접했다"면서 "파평 의심 신고 농장과 내 농장 사이는 불과 1㎞가량 떨어져 제발 확진 판정이 아니길 기대할 뿐"이라고 말을 아꼈다.
이씨는 올해 5월 북한의 ASF 발생 소식을 접한 뒤부터 농장 주변에 방역 울타리를 쳐 멧돼지 등 야생동물 접근을 막고, 외부 차량이나 사람들의 출입도 엄격히 통제하고 있었다.
5월 말부터 농장 진입로 50여m 구간에 생석회를 두껍게 깔고, 고압 세척기도 추가로 설치했다.
농장을 드나드는 사료 차량이나 분뇨 수거 차량 등에 혹시 묻어 들어올 수 있는 병원균을 완벽히 제거하기 위해 세차용 세척기보다도 더 강력한 세척기를 설치한 것이다.
이씨는 "모든 바이러스는 외부에서부터 들어오기 때문에 차량은 물론, 축사 안팎을 하루 2∼3차례 소독하면서 물샐틈없이 관리했다"면서 의심 신고 소식에 안타까워했다.
파주시 법원읍에서 돼지 농장은 운영하는 이윤상 한돈 파주시 회장은 "어제까지 추가 발병 소식이 없어서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추가로 의심 신고가 돼 큰일"이라며 "돼지열병의 발병 원인도 불분명한 상황에서 추가 의심 신고가 돼 답답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말 긴급한 볼일이 아닌 이상 축사 밖 외출은 전혀 안 하고 방역 작업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7일 파주에 이어 추가 확진 판정이 나온 연천군을 비롯해 경기북부지역 농가들도 초조하고 긴장된 분위기는 비슷했다.
연천 한돈협회 성경식 회장은 "며칠 전부터 농가 주인들이 잠을 거의 못 이루고 축사만 돌보고 있다"며 "오늘 파주에 추가 의심 신고 소식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더 확산하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성 회장은 "당국에서 예방적 살처분을 발병 농가 주변 3㎞로 강도 높게 한다고 하는데, 돼지를 키우는 입장에서는 참담한 심정"이라며 "예방적 살처분에는 어쩔 수 없이 동의하지만, 살처분 전후 보상 대책 등이 마련돼야 농가에서도 안심하고 협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농식품부는 ASF 발병이 연이틀 이어지자 확산 우려가 커 살처분 범위를 '500m 내'에서 '3㎞ 내'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파주와 연천과 맞닿은 양주 지역 축산농가도 초긴장 상태다.
양주 광적면에서 양돈업을 하는 조영욱 한돈 양주시지부장은 "초조하고 심리적으로 매우 위축됐다"며 "하루에 세 번씩 방역 작업을 하며 제발 병이 퍼지지 않길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농림축산식품부 등은 이날 오전 7시 20분께 파주시 적성면에서 돼지 2마리가, 오전 8시 40분께 파주시 파평면에서 돼지 1마리가 각각 폐사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고 밝혔다.
이들 농장의 돼지 사육 규모는 적성면 3천 마리, 파평면 4천200마리가량이다.
적성면 농장은 축주가 모돈 1마리와 육성돈(育成豚·성장 중인 돼지) 1마리가 폐사한 것을 확인해 파주시에 신고했다.
파평면 농장에서는 동물병원 수의사가 축주와 전화 통화를 하던 중 모돈 1마리가 폐사한 것을 알게 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의심 신고를 했다.
두 농장은 모두 두 번째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확인된 연천의 농장 방역대 10㎞ 이내에 자리해 17일부터 이동제한 조처가 내려진 곳이다.
연천 발생 농장으로부터 적성면 농장은 약 9㎞, 파평면 농장은 약 7.4㎞ 떨어져 있다.
신고를 접수한 방역 당국은 가축방역관 2명씩을 두 농장에 보내 임상 관찰을 벌이고 있다. 이후 시료를 채취해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정밀검사를 진행한다. 확진 여부는 이날 밤에 판가름 날 전망이다.
n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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