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경로, 트럼프 트윗과 다르게 예보했더니 예보 당국자 해고 협박.. 더 커지는 '샤피 게이트'

이옥진 기자 2019. 9. 11.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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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4일(현지 시각) 공개한 허리케인 도리안의 예측 경로 지도. 도리안의 영향권을 표시한 흰 선 좌측에 가필된 듯한 검은선이 그려져 있고, 검은 선 부분에 앨라배마주가 포함되어 있다. /AP 연합뉴스

허리케인 도리안이 바하마와 미국 동남부를 휩쓸고 지나갔지만, 도리안의 경로를 둘러싼 논란은 일파만파 위력을 더해가고 있다. 9일(현지 시각)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제시한 도리안의 경로를 반박했다는 이유로 국립해양대기국(NOAA) 고위 관료들이 해고 협박을 받았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트럼프는 자신의 트위터에 도리안에 관해 "플로리다와 더불어, 사우스·노스캐롤라이나, 조지아, 앨라배마에 예상보다 훨씬 큰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썼다. 그러나 트럼프가 트윗을 올린 지 20분 뒤에 앨라배마 최대 도시인 버밍햄의 국립기상청(NWS) 사무소가 트위터에 "앨라배마 전역에 도리안의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올렸다. 트럼프의 주장을 전면 부인한 것이다. 당시 미 기상 당국 어느 곳에서도 도리안의 예상 경로에 따라 영향을 받을 지역에 앨라배마를 포함한 곳은 없었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기자들을 만나 수시로 앨라배마를 거론했다. 이에 미 언론들이 "앨라배마는 피해 예상 지역이 아니다"라며 트럼프를 비판하자, 트럼프는 4일 도리안의 예측 경로 지도를 '증거'라며 들고나왔다. 그런데 이게 더 논란을 키웠다. 이 지도에서 앨라배마가 허리케인 영향권에 들어 있음을 보여주는 표시만 누군가 가필한 듯한 검은 선으로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언론들은 트럼프가 즐겨 쓰는 펜 브랜드인 '샤피'의 이름을 따서 일련의 사건들을 '샤피게이트'라고 명명했다.

트럼프는 지도 조작 의혹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한 채 트위터에 "도리안이 당초 앨라배마를 지나려고 했지만 경로를 바꿨다"는 글을 계속 올렸다. 트럼프의 '억지'에 결국 국립해양대기국(NOAA)은 6일 성명을 내고 "NOAA와 국립허리케인센터는 대통령에게 앨라배마도 도리안의 피해 예상 지역이라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자신의 하급 기관인 NWS의 해명을 부인하고, 트럼프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트럼프는 이날 트위터에 "가짜 언론들은 내가 하지도 않은 실수를 하기를 바라면서 잘못된 뉴스를 쏟아냈다"고 기세를 올렸다.

그런데 이 NOAA의 트럼프 두둔 성명이 협박에 의한 것이었다는 보도가 나온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이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6일 윌버 로스 상무장관이 닐 제이컵스 NOAA 국장대행에게 전화를 걸어, 트럼프 주장을 반박한 버밍햄 NWS사무소의 입장을 철회하지 않으면 제이컵스 국장대행을 비롯한 NOAA 고위 관료들을 해고하겠다고 협박했다고 전했다. 또 트럼프 행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버밍햄 기상청이 대통령 망신 주기에 혈안이 돼 잘못된 행동을 했으니 (상급 기관인) NOAA가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리처드 히언 NWS 노조 자문위원은 "날씨를 정치화하려고 한 정부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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