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물류센터 알바 체험기②]'육체노동=남자일' 편견..여자가 60%

정혜민 기자 2019. 9. 10.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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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센터 아르바이트는 일이 힘든 것으로 악명이 높다.

하지만 '여성도 할 수 있는 물류센터 일'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쿠팡 물류센터 아르바이트에 지원했다.

지난 4일 쿠팡 덕평 물류센터에서 만난 사수 박 씨의 말이다.

'여자도 할 만 하다' '여자도 똑같이 할 수 있다'는 것은 어찌 보면 가장 힘든 상하차 업무를 빼놓고 이야기하기 때문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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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차 업무 제외하면 남녀가 같은 장소서 일해
"이런 것도 택배?" 소파·서랍장 등 별별 상품 쏟아져
쿠팡 허브 계약직 사원 모집공고 © 뉴스1

(이천=뉴스1) 정혜민 기자 = 물류센터 아르바이트는 일이 힘든 것으로 악명이 높다. 하지만 '여성도 할 수 있는 물류센터 일'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쿠팡 물류센터 아르바이트에 지원했다.

실제로 덕평 물류센터에 도착했을 때 남성보다 여성이 더 눈에 띄었다. 조금은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

◇여성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육체노동…하지만 "힘들긴 힘들다"

"여기는 남자랑 여자가 똑같아. 여자 중에도 엄청 일 잘하는 애들 많아."

지난 4일 쿠팡 덕평 물류센터에서 만난 사수 박 씨의 말이다. 주변을 둘러보니 여성과 남성의 성비가 비슷했다. 고된 육체노동이었지만 여성과 남성이 정말 동일하게 일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쿠팡 물류센터 채용공고에 따르면 직원 2000명 중 여자가 60%로 약간 더 많았다.

보통 택배사 물류센터의 노동강도가 가장 세다. 쿠팡 등 일반 유통 기업의 물류센터 일은 힘들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다. 물론 아주 힘든 상하차 업무는 택배사나 그 외의 기업에서도 여자에게 맡기지는 않는다

'여자도 할 만 하다' '여자도 똑같이 할 수 있다'는 것은 어찌 보면 가장 힘든 상하차 업무를 빼놓고 이야기하기 때문일 수 있다. 박 씨는 "상하차 저긴 진짜 힘들어"라며 손을 내저었다.

동료는 "죽을 것 같아요"라며 기자에게 하소연했다. 일할 때는 기자도 머릿속으로 '아우슈비츠'를 떠올리며 '내가 어쩌자고 여길 왔을까'하는 생각을 했다. 내게 15㎏짜리 액체세제를 들 수 있는 근력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은 의외의 수확이었다.

눈 앞이 핑그르르 도는 순간들이 있었다. 몰래 가져온 사탕을 까서 입에 넣었다. 쿠팡 물류센터는 사탕, 초콜릿 등의 반입을 금지하지만 인터넷에서 본 후기들은 단것을 몰래 챙겨서 당을 보충하라고 조언했다. 어찌 됐건 여자도 물류센터 일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었다.

쿠팡 홍보영상 갈무리 © 뉴스1

◇이런 것도 택배로 보내?…소파·서랍장도 택배로

'삐익!'

가장 싫은 업무는 물품을 눈으로 확인해 분류하는 일이었다. 호루라기를 불면 캠프별로 한 명씩 일제히 2층 높이의 철제 계단에 올라가 컨베이어를 따라 빠르게 지나가는 물건을 골라내야 한다.

한 번 올라가면 한 시간 내내 같은 자세로 서 있어야 해 다리가 너무 아팠다. 또 물건은 빠르게 지나가는데 글자투성이인 송장에서 한눈에 캠프명을 확인해야 하는데 눈알이 빠질 듯했다.

'이걸 택배로 보내?'라는 생각이 들만한 물건도 많았다. 예를 들어 소파나 서랍장, 포장하지 않은 유리 수조가 그렇다. 이런 물건들은 위에서 내리는 것도 힘들지만 아래에서 나르는 게 더 힘들다.

물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옆 캠프의 동료가 잠시 쭈그려 앉자 관리 직원이 "거기 앉지 마세요!"라고 소리쳤다. 물론 일이 쏟아지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쉴 틈이 없다.

쿠팡은 두세 시간에 한 번씩 10분간 휴식 시간을 준다. 반드시 휴게실에서 쉬어야 해 오가는 시간이 아까웠다. 하지만 반드시 쉬었다는 서명을 하게 하는 등 근로자의 휴식을 철저히 보장하고 있었다. 맛있는 점심 식사도 무료로 제공했다.

일용직이었지만 동료들 간에 정이 두터웠다. 어디서 났는지 옆 캠프 동료가 살얼음이 든 음료를 건넬 때는 정말 살 것 같았다. 기자의 캠프는 물량이 많은 축에 속하는데 그러면 상대적으로 손이 비는 캠프 동료들이 이따금 와서 도왔다.

오후 5시 45분. 드디어 퇴근이었다. 셔틀버스를 타고 서울로 복귀했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단잠에 빠졌다. 버스에 내려 지하철을 타야 했지만 발걸음을 떼는 것도 너무 힘들었다. 근육통은 다음 날까지 이어졌다.

7만7774원. 다음 날 오후 4시 쿠팡풀필먼트로부터 임금이 입금됐다. 당분간 이 돈은 쓰지 못할 것 같다. 추석 때 부모님 선물이라도 하나 사야겠다. 그리고 택배가 하루 정도 늦더라도 짜증을 내지 말아야겠다는 다짐도 해본다.

heming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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